작품설명

- 산울림의 ‘고도’는 세계의 ‘고도’
1969년 한국일보 소극장에서 국내 초연되었으며, 임영웅 연출로 올해 2009년, 스무 번째 재창조되는 무대입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통해 극단 산울림이 창단 되었으며, 1985년 이 작품으로 전용극장 소극장 산울림의 문을 열었습니다.
연출가 임영웅의 필생의 역작이며 그 동안, 서울올림픽 문화 예술축전 초청공연(88년), 한국 극단으로서는 처음으로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발 참가(89년), 아일랜드 더블린 연극제 초청공연(90년), 폴란드 비브제제 국립극단 초청 그단스크 공연(94년), 서울 세계 연극제 공식초청공연(97년), 서울연극제 특별초청공연(99년), 일본 동경 초청공연(99년), BESETO 연극제에 초청되어 시즈오카 예술극장 공연(2001년), 더블린 베케트 센터 초청공연 (2008년), SCOT SUMMER SEASON(2009년) 등에 참여하면서 전 세계에 한국 연극의 높은 위상을 알려왔습니다.

- 산울림의 ‘고도’ 는 이제 전설이다.
‘....연출과 연기에서 산울림의 공연은 베케트의 극을 한층 전진시킨 무대였다...’ 라는 세계적인 평론가 마틴 에슬린의 평가를 계기로 시작된 해외 공연 이외에도, 산울림의 ‘고도’는 소극장 산울림에서 두 세기에 걸쳐 19차례 정기공연으로 올려 졌으며 40년 동안 각종 연극 상을 13개나 수상했습니다.
그 시간이 지나는 동안, 산울림의 ‘고도’ 는 연극학도와 일반인들이 현대극의 정수를 이해하는 과정의 필견극이 되었으며, ‘고도’ 매니아를 탄생시키는 기현상을 낳기도 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세계적인 연극제, 일본 SCOT summer season 초청공연을 시작으로 의정부의 관객을 만나 뒤, 한층 원숙한 모습의 ‘고도’를 9월 8일 부터 소극장 산울림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캐릭터

포조 | 고함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포조는 권력가를 상상시키는 지배자적 인물이며 지극히 자기중심적이며 위압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런데 공연을 보고 있는 관객은 1막의 절반 가까이 포조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폭소한다. 단순하게 보면 자신이 소지한 물건을 유실했다는 거짓을 남발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것은 왜 일까....? 2막에서 에스트라공은 무심결에 묻는다. 포조가 고도가 아니냐고. 물론 블라디미르는 아니라고 대답하지만, 포조는 그만큼 기다린다는 상황을 깊게 내재화한 인물이 아닐까? 거기서 희극성과 비감이 유발되는 것은 아닐까?

블라디미르 | 블라디미르(디디)는 주로 사색을 즐기고 호기심이 많은 인물이다. 전체적인 태도는 에스트라공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그의 어깃장을 참고 받아주는 인내형의 인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배우 한명구가 형상화해 내는 블라디미르의 큰 특징은 오랜 수련 기간을 통해 만들어낸 유연한 몸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동작은 부드럽고 절제되어 있으며 때론 귀엽다는 평을 듣고 있다. 여러 차례의 해외 공연에 참여하면서 발견하고 체화한 그만의 노하우라고 해야 할까.

에스트라공 | 에스트라공(고고)은 잠자기와 먹을 것을 좋아하며, 아이 같은 순수한 감성을 지닌 인물이다. 어깃장은 다반사고, 싫증을 잘 내며, 잘 잊는다. 그러니 블라디미르와의 사이에서 갈등이 유발되지 않을 수 없지만, 그의 천연덕스러움은 둘의 관계를 운명적인 성격으로 바꾸어 놓는다. 산울림의 ‘고도’ 가 역사학자 호이징가의 저서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 라는 개념과 연출가 임영웅 자신의 삶의 철학이 입체적으로 형상화 되어 있는 것이라고 본다면, 에스트라공은 그 중요한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인물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묘하게도 배우 박상종은 그 유희성에 아주 잘 들어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