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어른들을 위한 동화
<용호상박>은 할아버지가 사랑방에서 들려주던 옛날이야기를 연상케하는 밝고 따뜻하고 시종일관 여유와 유머가 깃든 작품이다. 형제의 우애가 담긴 한판 굿을 통해 그 동안 잊고 잃어버렸던 가슴 한켠 따뜻한 情이 되살아나는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한 데 모여 모든 느낌이 살아있으면서도 어떤 느낌도 튀지 않는’ 대가의 편안함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무대가 살아 숨쉰다!
근래에 생명, 환경, 생태계에 대한 관심을 여러 작품을 통해 드러냈던 오태석은 무대를 대나무로 가득 채워 숲을 만들어 낸다. 앙증맞은 고추밭과 천장에 걸린 해마 모빌, 끼룩끼룩 울어대는 갈매기까지 강사리 범굿이 이루어지는 어촌마을을 그대로 무대 위로 옮겨온 것이다. 대숲 사이로 하얀 호랑이가 슬며시 얼굴을 드러내고, 거대한 꼬리를 흔들며 물을 뿜어내는 고래가 등장한다. 바람이 불면 사락대는 대나무와 능청스레 실수인 양 무대를 자유롭게 누비는 범, 용왕님께 바칠 제물을 찾아 몰려다니며 거칠게 살아가는 어부들까지, 무대 가득 생명력이 넘친다.
줄거리
대를 이어 범굿을 주재해 온 형 팔룡은 6년 전 아내가 죽자 동생 하룡에게 넘겼던 범굿을 올해부터는 같이 치르자고 제안하는데 하룡 처는 이런 시아주버니의 욕심이 영 불만스럽기 만 하다. 동네 이장까지 나서 동생에게만 굿을 맡기겠다고 하자, 하룡은 칼로 자기 손등을 그어 자해까지 시도하면서 형과 함께 굿판을 벌인다. 그런데 굿이 끝난 후 대숲이 흔들리 더니 범어른이 팔룡 앞에 나타난다. 지난 백 년 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범굿의 주인 ‘범’이 등장해 소머리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은 올해도 당연히 범이 나타나 지 않을 것이라 여겨 용왕님의 성미를 가라앉히려고 소머리를 부탁한 어부들에게 팔기로 약속한 상태. 심통이 난 범어른은 바다에 바람을 일으키고 소머리를 주지 않으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겠다고 협박한다. 범의 출물로 소머리를 두고 장사를 하던 동생 하룡과 형 팔룡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급기야 아우가 어부들 손에 수장 당할 위기에 처하자 형이 아우를 구하려고 목숨을 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