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2009년은 이오네스코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세계의 가치가 붕괴되었을 때 싸르트르나 까뮈의 선언에 의하여 유명해진 부조리한 세계에 대한 연극적인 혁명이 프랑스를 중심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일련의 극작가들 이를테면 S. 베케트, M 아다모프, P 한트케, H 핀터, E 올비 등에 의해 주도된 부조리연극은 기존의 리얼리즘의 세계연극계에 충격을 주면서 쉬르레알리즘(초현실주의) 수법으로 연극에 새로운 형식을 선사한 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60년대 이후 오태석, 이강백, 박조열 등의 작가들에 의해 그리고 많은 연출가들에 의해 연극계에 신선한 변화를 주었습니다. 마침 이오네스코의 100주년을 맞이하여 그의 전작들을 공연하려는 야심찬 기획에 같이 동참하게 되어 뜻 깊게 생각합니다. 시대적인 미학이 결여된 채 중심을 잃고 있는 현재의 한국연극계에 적절한 자극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는 언어의 유희라는 작가 특유의 감각도 있지만, 문학적으로 인간의 회한과 그리움, 통찰이 짙게 배어있습니다. 그 점을 배우들의 연기에 투영하도록 할 것입니다. 빈 의자들에 보이지 않는 생명력을 불어넣은 형식은 연극 특유의 놀이성과 테크닉을 요구합니다. 사실묘사에만 치중하는 현대연극 풍토에 또 하나의 연기술이 제공될 것입니다. 풍자 : 이 작품에는 인생을 오래 살아온 늙은이들(사회나 역사에서 소외된)이 그동안 보고 싶었던 (제도권의)유명 인사들을 초대하여 인류의 문제에 관한 마지 막 메시지를 전달하려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한국현실에 맞게 번안했습니다. 원작도 아마 그러한 의도를 가지지 않았을까요? (용산참사가 떠오를 것입니다)

줄거리

원작 : 고립된 섬에서 건물을 관리하는 늙은 부부가 오랫동안의 소외와 고독함을 이기기 위 해 매일 밤 옛날이야기와 유희를 하며 산다. 어느 날 이들은 인류를 향해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회의 명사들을 초대하기로 결심한다. 물론 가상의 유희로써 말이다. 그들은 의자들을 준비하고 사람들을 하나씩 맞이한다. 첫 번째 귀부인, 두 번째 육군대령 하는 식으로. 그들은 보이지 않은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한다. 사진사, 미모의 여인, 기자들 등등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마지막으로 황제가 나타난다. 부부는 황제에게 그동안 하고 싶은 말을 서툴게 전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대신 말해줄 변사가 나타나자 부부는 창문을 뛰어넘어 투신자살한다..
그러나 메시지를 전달할 변사는 말을 못하는 벙어리였다.

각색 : (작품분석을 하다가 문득 용산참사의 사건과 현장이 떠올랐다. 고립과 소외의 장소) 건물 옥상의 망루에서 밤을 지새우던 부부가 자신들이 고향을 떠나 서울의 산동네로 들어와 살았던 과거를 회상한다. 그들은 산동네에서도 재개발로 철거민 신세가 되었다. 고립감을 잊고자 그들은 유희를 생각해낸다. 사회의 저명인사들을 초청해서 그들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처음 온 사람은 건물 주인이면서 강남의 복부인이다. 부부는 아첨을 하면서 조롱한다. 이윽고 경찰청장이 술 취한 채 등장한다. 경찰청장은 복부인과 더불어 노골적인 성희롱을 연출한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경찰청장에게 얻어맞기도 하고 청장을 놀리기도 한다. 점차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들어오고 여성국회의원도 들어온다. 늙은 아내는 강호순 앞에서 음란한 행위를 하고 남편은 여성 국회의원에게 어렸을 적부터 사랑했노라고 고백한다. (바깥에서는 계속해서 경찰 사이렌 소리, 물대포, 워키토키 소리가 들린다) 신문과 방송의 기자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고 심지어는 연예인 스타 가수들도 등장한다. 이들 부부는 의자들을 계속 내오면서 밀려드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오뎅도 팔고 커피도 그리고 팜플렛도 판다. 그런 유희를 즐기면서도 부부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이 등장한다. 그들은 대통령에게 말을 하고 싶어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엉켜있기 때문에 전달이 안 된다. 부부는 점점 광적으로 변한다. 마침내 그들 부부의 아들인 대변인이 화상과 상처를 입은 채 나타난다. 부부는 절망하여 창문으로 투신한다. 대변인인 아들은 말을 못하고 외마디 절규만 외쳐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