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이 작품은 기록으로 적시된 사실과 그 사실 뒤에 숨겨진 진실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반드시 진실이 아닐 수 있음에도 사람은 그 겉모습에 대체로 천착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내밀한 차이이자 치열한 대립적 양면 구도이다. 그런 이유로 사실 속에 감춰진 진실의 참모습은 쉽게 실체를 드러내지 않거나, 밝혀지는 순간 많은 파장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작품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작품 속 주인공인 소설가 주진묵은 신문사의 의뢰를 받고 현대사에 관한 역사적 진실을 칼럼으로 썼으나 그 내용을 수정해 달라는 신문사의 간곡한 요청을 받는다. 관련자가 신문사 대주주와 연결돼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보이는 사실과 감춰진 진실에 관한 극한 대립을 거쳐 진실이 수정되는 순간 진묵은 소설가로서의 자부심을 잃는 대신 달콤한 연재의 약속을 받는다. 공룡처럼 거대한 동물이 극한 빙하기를 거치면서 먹이에 다가가기 쉽게 왜소한 크기의 이구아나로 변신해 생존을 이어간 것은 현실과 타협해 버린 진묵 자신의 메타포이기도 하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현대를 사는 소설가 주진묵과 조선 태종시대를 사는 사관의 실록 얘기가 500년의 시공간을 교차하며 하나의 메시지를 향해 변화무쌍하게 쌍곡선을 그린다. 진실을 지키려는 자와 사실을 왜곡하려는 자의 자기주장과 당위성이 나름의 논리를 갖춤으로 극적 긴장과 지적 호기심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실과 진실, 그리고 현대를 사는 냉혹한 현실이 교묘히 교차하며 연극 <이구아나>가 지향하는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 는 내면의 호소에 대해 다시 한 번 스스로를 통찰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줄거리

한 신생 신문사에서 <진실 찾기>란 명제로 역사적 사실과 감춰진 진실의 이야기를 흥미로운 소설형식으로 연재하는 소설가 주진묵이 있다. 그는 보험설계사인 아내의 내조를 받아 대체로 글 쓰는 일에 전념할 수 있어 그나마 다른 작가에 비해 행복한 편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순수한 소설을 쓸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생각에 자기가 처한 곤궁한 경제 형편을 불편해 하고 있다.
그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은 태종이 건국 과정에서 벌인 살육을 기록한 태조 실록의 해당 부분을 삭제 또는 수정케 하기 위해 요지부동인 해당 사관과 치열하게 대립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사관은 죽일 수도 있다는 태종 측의 협박을 견디며 실록에 적힌 내용을 단 한 자 고칠 수 없다고 버티는데 그런 내용을 통해 진묵은 순수소설을 지향하는 자신과 사관을 동일시하며 정신적 우월감에 스스로 만족해한다.
그런 어느 날 79년 12. 12 사태를 역사소설 형식으로 기고해 달라는 같은 신문사의 정치부장 청탁을 받고 진묵은 신랄하게 그 사건을 다룬다. 하지만 신문이 발행되자 그 내용에 불만을 품은 당사자들과 지지자들의 거친 항의로 신문사는 일거에 궁지에 몰린다. 특히 관련자가 신문사 대주주와 관련자가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는 신문사는 진묵에게 사과문을 개제해 달라고 부탁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진묵은 마치 태종 시대의 사관처럼 그게 진실이기에 사과는 물론이고 단 한자도 고칠 수 없다고 버틴다. 하지만 아내에게 큰 병이 찾아오고 신문사로부터 연재를 끊겠다는 협박이 오자 진묵은 결심을 바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