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최종면접’은 스페인의 극작가 조르디 갈세란(Jordi Galceran)이 2003년에 쓴 '그뢴홀름 방법론(El Metodo Groholm)의 한국판이다. 원작의 줄거리를 그대로 가져오되 등장인물을 한국 사람으로 바꾸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뢴홀름 방법론’은 오늘의 세계와 사회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관객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되는 사건들은 직장에서, 길에서, 학교에서 심지어는 가족 생활 안에서도 볼 수 있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모든 인간은 점점 만인의 만인에 대한 경쟁에 내몰리면서 적자생존의 본능적인 야수성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바로 인간의 그러한 내면을 코믹하게 그러나 애절하게 보여준다.

그뢴홀름 면접방법은 오직 강한 개체만이 다른 개체를 물리치고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다윈의 이론과 구성원들 간의 상호작용에 근거한 새로운 면접 방식이다. 네 명의 응시자들은 이 면접 방식에 대해 아무도 모르지만 곧 적응하게 된다. 이 방법론은 무한 경쟁의 살벌한 자본주의가 가져오는 비인간적인 현대 사회에서의 권력 관계를 반영한다.

이 연극은 무자비하고 냉혹한 주제의 희극이다. 직업을 얻기 위해 온갖 술수를 쓰며 토론에 임하는 네 명의 모습에서 우리 처절한 현실을 엿볼 수 있기도 하지만 웃음도 나오기 때문이다. 시작은 코믹하다. 그러나 점차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바뀌어 결국에는 저항, 지배, 권력, 생존의 문제를 다루게 된다. 이렇듯 이 작품은 아이러니와 냉소의 블랙 유머로 가득 차 있다.

그 안에서 네 명의 등장인물들은 경쟁자들을 이기기 위해 최소한의 배려도 없이 대립한다. 이들의 관계는 이미 어떠한 감정도 비집고 들어갈 공간도 남아있지 않다. 직업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것도 감수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비극이고 동시에 희극인 것이다.

줄거리

“이것은 사람답게 보이려는, 개같은 인간들의 이야기다”
세계적인 대기업인 떼끼아코리아가 고위책임자(임원) 한명을 뽑으려고 한다. 이 채용면접에 네명의 응시자가 지원한다. 그러나 이 면접은 일반적인 면접이 아니라 어찌보면 아주 부조리하게 보일 수 있은 ‘그뢴홀름 방법론'이라는 색다른 것이다.

면접실의 작은 우편함을 통해 여러가지 문제가 나오는데, 처음 문제가 네명 중의 한 명은 회사 직원이므로, 정확하게 10분간 토론을 통해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히라는 것이다. 이에 네명은 누가 가짜 응시자인지 가려내기 위해 서로 간에 많은 말을 나누며 경쟁한다.

계속해서 이런 종류의 까다로운 문제들이 출제된다. 우울증에 빠져있는 오병달의 문제, 성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구의 문제등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그러나 아리송한 면접이 진행될수록 네명의 지원자들은 사건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점점 더 복잡해지는 새로운 국면으로 빠져드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결국 아무도 예상치못한 엉뚱한 결말에 이르게 된다.

캐릭터

강만석 | 각 잡힌 와이셔츠, 정갈한 슈트 차림의 전형적인 실무자 유형인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일에 대해 생각한다. 그의 무서운 집중력과 목표에 대한 강한 의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조직의 먹이사슬 속에 그의 비열한 성격은 우승에 최적화되어 있어 보인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더 좋은 회사에서 자신의 경력을 쌓아나가는 것이고 생존의 이유는 남을 짓밟고 쳐내더라도 이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아 포식자가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상관없다. 생존을 위해 남의 비극마저 이용하는 그가 최종면접의 승리자가 될 것인가? 그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실직이고 가장 큰 비극 역시 조직에서 내쳐지는 것이다.

오병달 | 서글서글한 웃음에 뭔가 친근감이 드는 구수한 말투. 좀 산만하고 정신 없어 보이지만 솔직해 보이는 그의 이면에는 어떤 모습이? 서로 속고 속여야 하는 최종면접 서바이벌 속에서 뭔가 비밀을 갖고 있는 듯한 그가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의 사생활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쌩뚱맞다는 반응으로 이야기를 듣던 이들은 이 사람 좋아 보이는 오병달에게 치명적인 스캔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이 난관 속에서 모두를 설득해 최종면접의 일인자가 될 수 있을지?

김지애 | 어디서든 자신의 의견을 똑 부러지게 표현하는 그녀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성을 지키려고 하고 사회 안에 만연해 있는 여성 차별에 대해서도 문제 의식을 가지고 목소리를 낼 줄 아는 그녀인데, 중간중간 걸려오는 전화에 뭔가 불안해 보인다. 결국 이 전화로 일생일대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그녀는 모두를 경악하게 할 결정을 하고 만다. ‘면접은 계속 되야 한다’며 누구보다 강한 투지를 보여 준 그녀. 승리의 여신은 그녀 편에 설 것인가?

여성구 | 예쁘장한 외모지만 오랜 시간 운동으로 다져진 체격으로 스포티한 남성미를 뽐내는 그는 소싯적 여자 여럿 울렸을 듯하다. 혼란스러운 면접 분위기 속에서도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유한 모습으로 참여하던 그에게 돌연 원치 않는 비밀이 공개된 순간, 모두는 말 못할 충격에 휩싸이고 부드럽던 그의 모습도 돌변한다. 그는 끝까지 면접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최후의 일인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