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작품은 식민지시대의 이야기이나 단순히 그 시대상만을 표방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간의 탐욕과 사랑에 의해 파생된 모순성, 불안감, 비극 그리고 실낱같은 희망 등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당시 조국이 없던 시대의 삶은 마치 아버지가 없는 삶과도 같은 태생적 불안함을 보여준다. 물론 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도드라지게 극 전반에 보여 지지는 않지만, 윤을 통해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불안함을 보여주었다.
아버지가 없는 윤은 여급 카오루와의 사랑으로 태어날 아이의 탄생을 두려워한다. 아버지가 없는 아이의 삶을 윤 자신과 동일시하여, 그대로가 감옥이고 희망이 없는 삶의 연속이라며 아이의 탄생을 거부한다. 인간은 대부분 원치 않는 삶에 대한 당혹감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것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악착같이 신분상승을 꿈꾸는 최자영의 모습에서 끊임없이 경쟁하고 이기려는 현대인의 삶의 고단함과 피곤함이 대비된다.
그래도 마지막 카오루의 모습을 통해 이 모든 불완전한 부재상황에서 오는 불안을 종결시킬 수 있는 작은 희망의 모습을 잉태하고자 하였다.

줄거리

본 작품은 시대적 상황이 암울했던 1920-30년대 우리나라 식민지시대의 한 어촌 바닷가 여관<영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폐병으로 남편을 잃은 미망인 최자영과 주인아들인 윤을 사랑하는 여관여급인 반쪽 조선인 카오루, 도박빚으로 쫓기는 삶을 살고 있는 투숙객 정수훈, 모던걸이 되고 싶어하는 딸 청조와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무기력한 지식인의 표상 아들 윤의 이야기이다.
두 번의 재혼으로 아버지가 다른 자녀를 키우는 최자영은 억척스럽게 여관을 이끌어가는 여주인이다. 아버지의 부재를 그리워하는 딸 청조는 아버지의 죽음을 너무나 빨리 잊으려고 하는 엄마를 미워한다. 법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아들 윤은 독립운동을 하는 친구들을 배신하고 약물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폐인의 삶을 산다.
여관 주인이 된 최자영은 누더기 같은 과거를 집어던지고 남자를 통해 선망의 신분 상승을 꿈꾸면서도 사랑을 애처롭게 갈구한다. 
어느날, 딸 청조가 최자영과 투숙객 수훈의 은밀한 대화를 엿들으며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비밀이 알려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