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유카탄 반도의 메리다는 척박한 열대의 준사막 지대로 살인적인 무더위와 독사들이 우글거리는 지역이며 애니깽이 주 생산 작물이다. ‘애니깽’은 선인장과에 속하는 용설란의 일종으로 밧줄과 카펫의 원료로써 가시가 많고 독소를 내뿜는다. 조선인의 첫 노예송출… 역사의 그늘에 감춰진 엄청난 사건이 극화되었다는 점만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이 작품은 구한말 멕시코에 노예로 팔려간 조선인들의 애환을 그려내고 있다. 1905년 이역만리 멕시코의 유카탄반도 애니깽농장 땡볕 아래서 매 맞고, 병들고, 총에 맞고, 독사에 물려서 죽어간 1,034명의 영혼을 위한 진혼곡이다. 작가가 직접 현지 답사 중에 동포 2세들에게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재창작한 것이다.

줄거리

1904년 5월 멕시코 국적을 가진 영국인 메이어즈는 멕시코 애니깽 농장의 노동력을 구하기 위해 일본 대륙식민회사의 조선지부장인 오바 가니찌를 찾아와 불법 이민송출 음모를 꾸민다. 멕시코는 지상낙원이며 기후나 인심, 대우가 월등하고 일당 35전의 임금을 주겠다는 모집 광고를 내고, 1년여 동안 1,033명의 조선노동자를 모집한 후 1905년 4월 4일 영국 선박 일포드호로 인천항을 출발한다. 그들의 삶은 당시 무기력한 궁중과 대비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