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판문점은 한반도 분단의 상징으로 남북한 군사회담 장소이다. 그곳은 한반도 문제해결의 이정표가 아니라 긴장으로 존재해왔다.
그럼 ‘한반도 통일에 있어 그 해결이 군사적인 방법 밖에 없는가?’ 그리고 ‘군사적인 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모텔 판문점>의 첫 번째 주제이다.

휴전 이후 60년이 넘도록 남북 대치 상태는 변한 것이 없다. 재래식 무기에서 가공할 핵무기로의 변화뿐. 군사적인 방법은 남북 문제의 답이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발상이 필요하고, 그 방법은 차라리 남북한 청춘 남녀에게 맡기라는 도발적 <역설>이 두 번째 주제이다.

군사적인 방법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장해제, 즉 비무장이다. 때문에 남북한 청춘 남녀가 판문점에 모여 옷을 벗는 것이며, 대치 상태로 근무하는 남북한 병사들의 철모와 옷도 벗겨 무장해제 시켜야 하는 것이다.
눈가림 비무장이 아니라 완벽하게 발가벗고 사랑의 행위를 나누자!

그러나 통일 문제 거론에 두려움과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많다. 이런 관객을 감싸 안으려면 즐겁고 경쾌한 분위기의 연극이어야 한다. 때문에 직설화법을 피하고 우화적이며 경쾌한 형식을 시도했다.

줄거리

북한 처녀가 땅굴을 통해 식량조달을 시도하다 남한 청년과 사랑하게 되고 임신까지 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남북한 정부는 두 사람을 결혼시키기로 한다. 결혼 장소는 서울도 아니고 평양도 아닌 판문점에서 하게 된다. 6.25 당시 휴전협정회담을 하던 바로 그 회담장이다. 외신 기자들도 카메라를 앞세우고 취재열기를 보인다. 그런데 판문점 결혼식장에도 휴전선이 있고, 남쪽 하객 <명숙>이 실수로 휴전선 북쪽으로 넘어가게 되고 헌병의 제지를 받으며 몸싸움을 하다가 치마가 찢어진다. 명숙은 치마를 벗어던지고 항의하며, 외신 기자들 앞에서 <인권안전과 신분보호>를 주장한다. 치마를 벗어던진 명숙의 모습은 전 세계 언론으로 퍼져 나가고, 결국 <판문점을 비무장지대를 넘어 신분안전 지역>으로 이끌어낸다. 이제 판문점 안에서는 누구나 신변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편, 결혼한 남남북녀는 제2, 제3의 통일 부부를 만들기 위해 결혼상담소를 차린다. 그러나 남북한 당국의 비협조로 제2, 제3의 통일 부부 탄생이 힘들어 진다. 해서 그들은 작전을 바꾼다. 판문점을 결혼하고 싶은 청춘남녀들의 <만남의 장소>로 만드는 것이다. 왜냐? 판문점 안에서는 인권이 보호되고 신분을 보장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남북한 청춘남녀들이 판문점으로 모여든다. 결혼 상대 짝을 찾기 위해서이다. 그들은 경계선을 무시한 채 휴전선 북쪽으로 혹은 남쪽으로 넘나들며, 즉석에서 사랑의 행위를 하려고 옷을 벗는 쌍쌍이 생기면서 판문점은 일대 혼란에 빠진다. 양쪽 경비병들은 권총을 뽑아들고, 그때 맹렬여성 명숙이 다시 나타난다. 그녀는 또다시 외신 기자들 앞에서 경비병들의 총과 철모와 옷을 벗긴다. 진정한 의미의 무장해제와 통일의 방법으로써 사랑을 상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