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극단 코끼리만보 제4회 정기공연 

<은하철도999>로 유명한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를 성장우화로 각색.. 
다양한 상상과 유희가 펼쳐지는 공연..
상상력이 매개하는 과학적 우화!!!

<눈속을 걸어서>는 <은하철도999>로 유명한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를 일본 현대희곡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기타무라 소오가 성장우화로 각색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여우들의 신비한 과학을 극장만이 허락하는 다양한 상상과 유희가 펼쳐지는 축제의 시공간으로 이동시킨다. 쉽고, 아기자기한 여우들의 수다와, 노래와 춤으로 현대 문명의 틈새 속에 숨어 있는 과학적 상상력을 녹여낸다. 우리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있는 사이, 우리의 일상 안에서 고요하게 흐르고 있는 우주적인 운동을 즐기고 사색하는 하룻밤, 꿈과 과학이 어우러지는 여우들의 숲에서 우린 언뜻 성장의 시간에 동참하게 된다.
2009년 겨울, <눈속을 지나서>라는 설원의 꿈과 과학이 어우러진 우화를, 음악극적 특성을 지닌 서사극으로 각색, 제작하여 다양한 관객이 즐길 수 있는 레퍼토리로 발전시킨다. 지구의 탄생부터 현대 일상의 틈새까지 과학과 철학이 빚어내는 사유들은 <가족극>-교육과 극적 재미를 구성하여 가족단위의 관람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극-이라는 레퍼토리의 형식적 특화를 일차적으로 지향한다. 동시에 과학과 철학이 SF라는 장르를 추동하고 있는 영화에 조응하는 극장적인 표현과 상상력이 매개하는 과학적 우화라는 내용적 특화를 목표로 한다.

공연 주제 및 특징

- 인간의 땅과 기억은 일상적인 것들의 축적이 아니라 관념적인 상상과 우주적인 운동의 연속이라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신화적 상상력의 연극적 체험
- <은하철도999>의 작가 미야자와 겐지의 원작이라는 사실에서 암시되듯 우주에의 경외와 미지세계에 대한 감각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원천이라는 메시지를 지닌다.
- 꿈이 만드는 과학, 혹은 과학이 꾸는 꿈, 브레히트의 서사극적 기법을 활용하여 극장의 현재성을 유희적으로 극대화하고, 춤과 노래가 가미된 세미뮤지컬 형식을 차용하여 거대한 우주를 작은 공처럼 탄력적으로 뛰놀게 한다.
- 연극적인 진지한 사유와 형식이 대중적 뮤지컬의 엔터테인먼트에 압도당하는 현실에서, 거꾸로 서사극적인 음악과 춤이 지닌 매개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교육과 재미라는 비빔밥이 관객개발의 새로운 틈새를 벌리고 확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줄거리

언니 신코와 동생 칸코가 고모네 집에 갔다 오다가 눈보라 휘몰아치는 설원에서 길을 잃는다. 이때 비행사 복장을 한 신비로운 여우가 나타난다. 그리고 자매를 ‘여우비행학교’ 특별체험입학 프로그램에 초대한다. 보통 때는 어른들도 들어가면 절대 빠져 나오지 못한다는 금기의 일곱 숲이다. 망설이던 자매는 항공우편 비행사(하얀여우)의 잇단 권유에 따라 그 초대를 받아들이고 금기의 일곱 숲으로 들어간다. 일곱 숲은 기억의 부피만큼 시간과 공간이 혼재된 곳. 한 공간 안에서 봄의 나비가 날고 가을의 낙엽이 황혼 속에서 지고, 겨울의 토마토가 열린다. 상식은 미신이 되고 미신은 과학이 된다. 여우들은 인간의 시공간을 뛰어 넘는 여우의 과학과 철학을 춤추고 노래하며 공부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탄퐁포칸알레라는 긴 이름을 가진 노박사의 ‘태양의 바람, 지구의 대기, 눈보라의 꿈’이라는 특별강연이 이어진다. 태초의 지구로부터 시작되는 강연은 과학과 꿈이 어우러진 여우의 수학, 물리학, 철학을 버무리면서 자매들이 지나온 눈보라를 재현해낸다. 재현이 이루어지는 순간 물질과 반물질(자매와 동일한 이름을 지닌 여우자매)의 접촉이 발생시킨 도플러효과를 이용해서 만들어낸 중력의 무지개를 타고 다시 현실 속, 눈보라로 신코와 칸코는 돌아온다. 자매의 손에는 모르스 부호처럼 깜빡 거리는 붉은 토마토가 쥐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