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평범한 소재,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2008 일본 ‘아사히 무대예술상’ 그랑프리(대상) 수상
작품은 시작부터 끝까지 계절의 변화와 함께 재일교포가 운영하는 곱창집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곱창집이라는 소재 자체는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재일교포 가족의 일상은 우리가 모르고 있었거나 잊고 지낸 혹은 우리의 생활일 수도 있었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이니치’는 재일(在日)한국인을 뜻하는 말로, 해방 전후에 일본에서 살게 된 우리 동포들과 그 후손을 말한다. 일제시대 강제징용이나 여타 사정으로 일본에 건너와 살게 된 약 230만명의 한국 사람들이 일본땅에서 해방을 맞게 되었고, 귀국선이나 다른 제약들로 인하여 귀국을 하지 못하게 된 60여만명이 일본에 남아 뿌리를 내려 2세, 3세들로 이어진 것이다. 재일 조선인들은 조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한글을 가르칠 필요성을 느끼고 민족학교를 세우지만, 조국이 둘로 나뉘어 지면서 동포사회와 학교도 둘로 나뉘어졌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성장한 2세, 3세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는데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다.
이러한 재일 조선인의 삶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정의신 작가는 특유의 섬세한 구성으로, 그들의 고민과 일상들을 가족과 손님들을 통해서 실감나게 보여준다. 딸들의 결혼, 취업, 학교 교육, 북한 귀화 사업, 국유지 강제 철거 등이 사건의 소재로 나타난다.
“열심히 하면 할수록 결국 나만 바보가 되지. 우리 재일 한국인이 하는 일은 밑바닥을 기어서 뺑뺑이 도는 꼴이지.....” (테츠오)
“김희로가 참 멋있는 말을 했지. 일본의 전쟁에 끌려가서 협력하고 상처를 입고, 더욱이 지금 일본 사회 속에서 안정된 직업도, 생활 보장도 없이,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다. 그런 동포들을 깊이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좋은 봄날 저녁이다.. 참 기분 좋다.. 이런 날은 내일을 믿을 수 있지.. 설령 어제가 어떤 날이었든지, 내일은 꼭 좋은 날이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용길)
1960년대 말 일본 관서 지방. 언제나 고기 굽는 연기와 냄새가 가득하고, 한국말과 관서 사투리가 섞여 시끌벅적한 곱창집 야끼니꾸 드래곤
줄거리
어느 봄날 해질무렵, 둘째 리카와 테츠오의 결혼 축하연을 앞두고 가족들과 단골손님인 오신길, 그의 친척인 오일백, 밴드를 하는 아베와 사사키 그리고 셋째 미카가 일하는 클럽의 지배인 하세가와가 한 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시청 직원의 건방진 태도에 화를 낸 테츠오가 시청에서 결혼신고서를 찢어버리는 바람에 결혼은 바로 성사되지 않고 리카와 테츠오는 다투며 들어온다. 결국 테츠오가 리카에게 사과하지만 사람들은 테츠오가 여전히 첫째인 시즈카를 잊지못하고 있음을 느낀다.
여름이 오고, 국유지 불법 점거 논쟁이 화두로 떠오르지만 용길은 자신이 당당하게 돈을 내고 이 땅을 샀음을 주장한다. 셋째 미카는 점점 하세가와와 사랑에 빠지고 첫째 시즈카는 한국에서 온 새로운 손님인 윤대수와 가까워진다. 둘째 리카와 테츠오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테츠오는 시즈카와 대수의 사이를 질투한다. 그러던 중 리카는 일본어가 서툰 신길의 친척 일백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된다.
가을, 얼굴에 상처가 난 토키오로 인해 용길과 영순은 걱정이 끊이지 않고, 갑작스레 등장한 하세가와의 부인인 미네코로 인해 미카는 충격을 받는다. 일백과 리카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테츠오는 그들의 사이를 의심하며 시즈카에게 이루어지지 못한 자신들의 관계를 안타까워하며 속내를 털어놓는다.
겨울, 하세가와는 미네코와 이혼한 후 미카와의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 용길에게 찾아오고, 테츠오는 시즈카와 대수가 약혼 발표를 하기로 한 날, 북한으로 떠나겠다고 얘기한다. 용길은 토키오가 다니는 일본 사립학교에서 토키오를 유급시키기로한 결정에 따르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온 토키오는 늘 그러듯 지붕위로 올라간다.
미네코의 동생이자 시청 직원인 수미코가 강제 철거와 관련하여 곱창집에 찾아오면서 일은 더욱 복잡해져 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