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로미오와 줄리엣, 딴스홀에서 만나다|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세대 간의 소통 부재와 기성세대의 반목과 불신 속에서 희생되는 두 젊은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입니다.
극단 인혁이 제작하게 될 음악극 ‘이러려고 꼬셨니?’는 세익스피어 원작의 주제와 스토리 그리고 아름다운 언어를 훼손하지 않고 그 문학적 완성도를 그대로 살려내면서 1947년의 해방공간을 시대적 배경으로 치환하여 반목과 불신의 이념적 대결 속에서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과 그 이상의 상징인 두 남녀의 사랑이 좌절되는 구조로 재해석하여 표현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세익스피어를 우리의 문제 우리의 정서 우리의 문화 안에 담아내어 한국적 세익스피어로 재탄생 시키고자 합니다.

공연의 형식은 음악극형식으로 틀을 구축해서 기존의 여러 형태의 ‘로미오와 줄리엣’공연들과 차별화 시키고 해방 전 후의 전통적인 음악과 새롭게 서구로부터 유입되어 유행된 음악장르를 극적인 스토리 구조상의 맥락에 맞게 배치하여 운용하려 합니다. 또한 해방 전후에 유행했던 여러 장르의 춤을 희월당의 전문 댄서들이 극 내용상에서 추는 씬 외에도 서사적 구조로도 배치하여 극적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형식으로 구성하여 나가려고 합니다.

극단 인혁이 다년간에 걸쳐 기획하는 세익스피어 연작 시리즈 공연의 첫 번째 작품이 되는 이번 공연으로 세익스피어의 수용에 있어 한국적 문화와 시각의 틀로 재탄생시킨 공연의 가치 있는 제안이 됨과 동시에 한국 음악극의 새로운 자극과 흥미 있는 예가 되는 공연으로 작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줄거리

1947년 서울. 해방의 기쁨도 잠시, 서울은 좌익과 우익의 치열한 싸움터가 되었다. 여운형, 박헌영, 김구, 이승만이 나름의 세력을 구축하면서 격전을 벌이고 있는 싸움터, 서울. 그곳에서 한여름 소나기처럼 짧고도 통렬한 사랑이 시작된다.
한때 권번기생들의 명가로 이름을 날리던 희월당이 쌓이는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하고 남조선에 미군정이 들어서자 희월당의 큰언니 숙자는 희월당을 서양식 모던 클럽으로 변신시킨다. 여급들에게 모던댄스를 가르치고 서양식 매너를 교육시켜 단시간 내에 변신에 성공한다.
친일세력가에서 해방후 미군정과 친분을 쌓고 우익민족투사로 변산한 오광철과 조선공산당의 후원자인 주익종은 오래된 원수지간이다. 주익종의 딸 주인혜는 서울에서 유명한 미녀. 서울의 난다긴다하는 남자들이 인혜에게 구애하고 인혜는 그들 중 여러 사람을 만나 자유롭게 연애를 한다. 세칭 인혜는 해방 모던걸이라는 비아냥을 사지만 인혜의 아버지 익종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오광철의 외아들 오민오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조선으로 돌아온다. 오광철이 운영하고 있는 고고레코드사를 더욱 크게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희월당에서 열린 오민오의 귀국파티.
주인혜는 오민오가 멋지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 파티에 몰래 참석한다. 오민오와 함께 춤을 추며 첫눈에 둘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도 잠시, 희월당에 주익종과 일가가 들어오고 오광철의 일가와 주익종의 일가는 한바탕 싸움이 난다. 그 싸움 와중에도 오민오와 주인혜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입을 맞춘다.

주인혜의 방 창문 밑으로 몰래 찾아 온 오민오. 둘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혼인하기로 약속한다. 희월당이 두 일가 때문에 매일 싸움터가 되는 데에 진절머리가 난 숙자는 주익종과 오랜 연분을 쌓고 있던 영옥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며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한다. 마침, 주인혜와 오민오가 영옥에게 각자 찾아 와 혼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영옥은 두 가문의 오래된 원한을 해결하고 희월당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에 둘의 혼인을 자신이 주관해서 치른다. 이제 부부가 된 오민오와 주인혜.

당대 최고 인기 가수 현인이 '신라의 달밤' SP를 내 놓던 날. 주인혜의 사촌 오빠인 주태성과 오민오의 사촌 형인 오서진은 희월당에서 마주친다. 내심 오민오를 벼르고 있던 주태성이었지만 오서진과도 원수지간인건 매한가지. 둘은 시비가 붙고 시비는 싸움을 이어진다. 오민오가 중간에 들어 와 말려보지만 싸움은 점점 격렬해지고 결국 주태성은 오서진을 살해하고 만다. 오민오는 격분한 나머지 우태성을 살해한다. 수배령이 떨어진 오민오. 조선 공산당은 미군정에 이 문제를 당 차원에서 제기하고 오민오는 희월당 골방에 은닉한다. 그리고 수일 후 밀항선을 타고 도미하기로 한다.
주익종은 주태성을 잃은 상실감과 오랜 원한으로 지쳐있다. 더군다나 얼마 전에 조선공산당 주도에 의한 위폐사건으로 심신이 말이 아니다. 주익종은 박헌영이 김일성을 만나러 이북으로 간다는 사실에 딸 주인혜와 함께 이북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오민오는 미국으로 주인혜는 이북으로, 둘의 사랑은 이대로 끝이 날 수 밖에 없는 걸까? 둘의 사랑이 안타까운 숙자와 영옥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는데….
정치와 이념의 싸움으로 얼룩진 1947년 서울. 유흥과 향락의 희월당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풋풋한 두 청춘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