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선과 악의 일상성은 종종 우리의 기대를 배신하기도 한다. 자신의 선함에 대한 믿음, 타인의 악함에 대한 형식화된 이미지들은 실제의 생활에서는 허무하게 무너져 내릴 때가 있다. 나와 내 이웃의 선함과 악함의 민낯, 그리 대단하지도 않은 악의 일상성에 그저 짧은 한숨으로 답할 뿐이다.

줄거리

해주미용실, 현주는 이곳을 떠나본 적이 없다. 현주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싫었던 어머니 해주는 현주의 눈을 가리고 몸을 가두었고, 현주는 더 눈멀어야 작은 삶에 고개 끄덕일 수 있었다. 어머니가 죽고 난 후 선량하거나 소박한 타인과 직접 만나게 된 현주의 삶은 어쩔 수 없이 흔들리게 된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가족 같은 사람도 있고 연인 같은 사람도 있다. 가려지지 않고, 넓은 곳으로 나서며, 더 눈멀지 않아도 되는, 삶의 변화가 시작된다.

캐릭터

현주 | 평생을 작은 미용실 안에서 살아야 했지만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잃지 않았다. 자신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복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현주는 주변 사람들의 선의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어처구니없는 운명도 담담히 받아들인다.

화순 | 중년의 나이에도 가수 데뷔를 꿈꾸는 철없는 미용사. 현주를 아끼고 사랑하지만 그저 가족 같은 사이라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귀가 얇아 어설픈 사기에 속아 넘어가곤 한다.

해주 | 현주의 어머니. 기분이 좋을 때는 한없이 따뜻한 엄마였지만, 우울해지면 나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앞을 보지 못하는 흉한 눈을 가진 현주를 미용실 안에 가두어 키웠다.

최선생 | 화순의 노래 선생... 이라고 사기 치고 있는 삼류 사기꾼. 조카와 한 팀을 이루어 대단할 것도 없는 사기를 치며 살고 있다.

김성덕 | 최선생의 조카. 한국업보연구소의 소장으로서 평생 도를 닦은 도사라고 사기 치고 다닌다. 뭐든 대충대충 하는 삼촌이 매우 못마땅하고 그나마 자신의 명민한 두뇌로 헤쳐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짱깨청년 |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현주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준다. 기분에 따라 바람처럼 흘러 다니는 방랑자의 삶을 수행 중이다. 개성 있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고독한 청춘이고자 한다.

간증인, 고2 | 미용실의 내실에 세를 얻어 들어온 집의 딸. 초라하고 찌질한 현실이 싫어 거칠고 반항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