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2020년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이 작품은 1970년대 ‘체제 유지를 위한 안보 정책’을 향한 통렬한 풍자이다. 들판 저 너머에는 흰 구름만 있을 뿐 이리 떼라고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리 떼가 나타난다’ 라는 공포 속에서 평화를 유지한다는 아이러니의 상황이 계속된다. 그러던 중 한 파수꾼에 의해 알려진 진실은,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가상의 적이 필요하다는 촌장의 설득으로 철저하게 무시된다.
이렇듯 진실은 외면되고 청년 파수꾼도 굴레의 테두리에서 봉사하게 된다. 독자는 처음에는 파수꾼에게 연민을 느끼며 그 역시 희생자라는 생각을 강하게 갖는다. 그러나 결국 파수꾼의 나약함을 목격하고는 진실을 끝까지 밝히지 못하는 모습에 분노마저 치솟는 것이다. 그리고는 진실의 의미와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의 용기의 중요성을 함께 깨닫게 된다.
권력의 위선적 실체를 건드려 보려는 작자의 의욕적 시도로서의 이런 우화적인 방법은 그 갈등의 축이 미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런 자그마한 진실의 파헤침에 관객들은 조심스럽게 쾌재를 부른다. 사실 당시의 열악한 사회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모습은 큰 몸짓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과연 오늘의 대한민국은 달라져 있는가?

줄거리

이리 떼의 습격을 미리 알리기 위해 세 명의 파수꾼이 망루에서 들판을 지키도록 되어 있다. 새로 파견된 파수꾼 ‘다’는 이리 떼가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리 떼가 나타났다.’고 외치는 파수꾼들을 이상스럽게 생각한다. 소년은 이리 떼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 마을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마을의 촌장이 나타나 소년을 설득한다. 촌장은 사실은 이리 떼가 없지만, 이리 떼가 나타난다는 거짓 정보도 때로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소년에게 말한다. 소년은 다시금 제자리에서 이리 떼가 나타났다는 신호인 양철북을 두드리는 일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