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폭력의 시대, 상식의 뒤틀림.
인류의 역사는 폭력의 역사이다. 고대에서부터 현대까지, 예술의 모든 장르에서 ‘폭력’을 화두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창작되어져 왔다.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는 이 화두를 관객들에게 오늘날 또다시 던지는 이유는 시대와 사회가 변할 때마다 폭력은 얼굴을 달리하여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과거에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현대 사회에 들어와서 뒤틀리고 있다. 사랑은 아름답다고 상식처럼 받아들여졌던 것들이 죽어야만 헤어질 수 있는 출구 없는 사랑으로 다가왔을 때, 우리는 사랑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방문자들>은 이 지점에 천착하였다. 폭력의 시대에 현재의 사회상(데이트폭력-이별살인)을 빗대어 사회 현상-모순된 아이러니를 이야기하고, 그 뒤틀림의 원인이 어디에서 오는지 조명하고자 한다.
 

줄거리

공간 디자이너인 정유리에게 첫 의뢰가 들어온다. 
의뢰인은 결혼할 여자 친구에게 집을 선물한다며 공간을 디자인 해달라고 한다. 디자이너가 원하는 대로 꾸며도 상관없지만 2층에 위치한 출입구, 공간 구분을 하지 말 것. 이러한 조건이 붙는다. 다시 말해서 가벽을 없애서 2층에서 1층을 내려다볼 때 시선이 방해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 의뢰인의 유일한 요구사항이다. 정유리는 요구사항이 탐탁지 않지만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수락한다. 인부들의 조롱 섞인 언사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내력벽까지 허물어가면서 의뢰인이 요구한 조건대로 최선을 다해서 시공을 마친다. 의뢰인은 감사의 뜻으로 정유리를 자신의 파티에 초대하고, 초대에 응한다는 대답을 하기도 전에 의뢰인이 보낸 웨딩 헬퍼가 정유리를 방문한다. 
웨딩 헬퍼에 의해서 정유리는 파티에서 입을 드레스와 함께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연출한다. 파티 준비를 하고 있는 사이, 의뢰인이 도착한다. 계단을 내려오는 발짝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리면 그 곳에 헤어진 연인 김태준이 턱시도 차림으로 다정하게 서있다. 디자인 의뢰부터 웨딩 헬퍼까지 모든 것이 김태준이 짜놓은 각본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정유리는 공간을 벗어나기 위해서 애를 쓰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웨딩 헬퍼가 김태준의 지시대로 자리를 비우고, 그 곳에 김태준과 정유리는 단 둘만 남게 된다. 김태준은 공간 안에 정유리를 가둠으로써 행동을 제약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녀의 의식까지 지배하려고 한다. 
자신의 손으로 작업한 공간이 자신을 구속하는 공간으로 바뀌는 순간, 정유리는 공포감을 느낀다. 최대한 김태준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손님들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어보기도 하고, 인부에게 보수 공사 핑계로 와 달라고 요청도 해보지만 이 모든 것이 자신을 구원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직감한다. 현상만을 바라보는 경찰을 마주했을 때, 정유리는 좌절한다.
자신이 계획한 프러포즈에 정석대로 임하라는 김태준의 요구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정유리는 김태준이 건네는 드레스를 찢어버린다. 
 

캐릭터

정유리 | 30대 초반. 건축 디자이너

김태준 | 30대 중반. 변호사

웨딩 헬퍼 | 20대

경찰 | 30대 초반

인부1 | 50대

인부2 | 20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