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대한민국 최초의 파일럿 (pilot) 공연
극단 독립극장에서 창작극을 발굴, 육성하기 위하여 2010년 연간 계획으로 진행하고 있는 시리즈 “창작동맹”의 첫 번째 공연에 대한 실험적인 파일럿 (pilot ; 시험적인, 예비의, 지표가 되는)공연이다.
신작 초연인 본 공연은 저 예산의 소극장 공연을 지향해 패기 있는 배우들의 연기가 공연을 끌어가는 중심에 서고 무대, 의상, 조명, 음악 등의 요소들은 배우를 받치는 보조적 역할을 담당, ‘연극은 배우 예술’이라는 말을 증명해 보일 것이다. 이는 관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희곡에 그를 연기로 형상화하는 배우들을 통해 ‘희곡’, ‘배우’, ‘관객’으로 구성되는 연극의 3대 요소에 충실하기 위함이다.
4일간의 짧은 공연이지만 배우중심의 밀도 있는 창작극을 관객에게 선보여 평가 받을 계획이다.

1931년, 조선 최초의 동성정사(同性情死) 사건을 다룬 팩션(faction)
1931년 4월 8일, 영등포 역에서 ‘홍옥임’과 ‘김용주’라는 신여성 둘이 기차에 뛰어들어 죽은 사건이 일어났다.
조선 최초의 개인병원을 개원한 안과의사 홍석후의 딸이며 유명한 음악가 홍영후(홍난파)의 조카인 홍옥임, 그리고 경성(서울)에 몇 개 없었던 대형서점이자 출판사였던 덕흥서림의 경영자 김동진의 딸 김용주.
<궤도열차>는 이 두 명의 신여성이 열차에 몸을 던져 목숨을 잃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이 동반 자살사건은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실제 사건으로, 작품은 이 사건을 소재로 연극적인 상상력을 가미하여 극화했다. 때문에 관객들은 공연을 보는 내내 사실과 허구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스스로가 사건을 재구성하는, 연극관람의 새로운 묘미를 맛보게 될 것이다. 

극단 독립극장이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전하는 소통의 장
<궤도열차>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독립극장이 지향하는 방향과 의식을 나타내는 공연이다.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고 그에 따른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연극의 사회성’이라는 연극 본연의 정신을 되찾아보고자 하는 젊은 연극인들의 패기 넘치는 무대이다. 전체적으로 추리극이라는 형식으로 속도감을 유지하고 여기에 촌철살인의 풍자와 유머, 위트를 가미하여 웃음 속에 부조리한 사회를 고발하는 묵직한 주제를 전하는 유연함을 선사할 것이다. 때문에 <궤도열차>는 흥미 위주의 오락적인 공연들이 대세를 이루는 현 공연계에서 보기 드문 공연으로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사건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시공간 연출의 백미
<궤도열차>는 순차적인 시간의 흐름과 명백한 공간의 규정을 넘나들며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사건이 일어나기 한 달 전부터 사건 이후까지, 연극 속의 시간은 각 장면마다 단서를 던지는 극적인 연출을 통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또한 극 속의 공간 역시 신문사와 경찰서, 사건 현장 등 주요 공간 외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공간이 규정되는 색다른 무대 연출을 선보일 것이다.
이들의 죽음을 취재하는 기자와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는 경관, 그리고 그들 사이에 얽힌 음모와 압력 속에서 인물들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동안, 관객들 역시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에 대한 추리에 동참하게 된다.

줄거리

두 명의 여자가 죽었다
1931년 4월 8일 오후 4시 45분, 젊은 여인 둘이 영등포역으로 향하던 열차에 치어 죽음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후배기자로부터 이를 보고 받은 기자 박경수는 이것이 예사 사고가 아님을 직감한다. 주변 인물들의 증언과 당시의 정황들이 처지를 비관한 두 여인의 자살 사건으로 밝혀지지만, 사건을 담당하게 된 영등포경찰서 이영진 경관은 사고 열차를 몰았던 기관장을 조사하던 중 “현장에 둘이 아닌 세 명이 있었던 것 같다”는 말에 의문을 갖게 된다.

조선 최초의 동성정사(同性情死)사건
신원조회 결과, 두 여인은 조선 최고의 안과의사 닥터 홍의 외동 딸 홍옥임과 종로 덕흥서림 장녀이자 유부녀인 김용주로 밝혀진다. 부유층 자제들이 연루된 자살사건은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을 정도의 충격을 전한다. 박경수 기자를 비롯해 특종에 목말라 있던 언론은 ‘조선 최초의 동성정사(同性情死)사건’으로 명명하고 김용주와 홍옥임의 가정사와 연애 문제를 캐내며 기사거리를 쏟아낸다.
한편, 그들의 친구인 정인영이 이영진 경관을 찾아와 자살이 아닌 단순 사고를 주장하고, 이는 여전히 ‘자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 이영진 경관을 자극한다.

그들은 왜 달리는 열차에 몸을 던졌는가
하지만 사건은 일파만파로 퍼져 동성애를 인정하고 장려하는 사회 문제로까지 번지고 이익관계를 위해 이런 상황을 원했던 경찰서장은 사건을 재조사하겠다는 이영진 경관의 말을 묵살한다. 연일 특종을 보도하며 승승장구하던 박경수를 비난하며 분노를 폭발한 이영진은 그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자살 혹은 사고? 과연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