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2021년 한국 사회 현실을 풍자하는 위트로 가득 찬 부조리 블랙코미디 <굴뚝을 기다리며>
<굴뚝을 기다리며>는 20세기를 대표하는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마주하였다. 작·연출을 맡은 이해성은 원작의 각색을 넘어, 2021년 한국 사회에서의 동시대적 실존을 보다 분명히 말하기 위해 원작의 ‘고도를 기다린다’는 모티브만을 차용해 지금의 굴뚝 위 노동자들 이야기로 다시 그려냈다. <굴뚝을 기다리며>는 기계로 대체되는 인간 노동의 문제, 고공에서 농성하는 사람들의 삶과 같은 지금 한국의 노동 현실을 폭소와 실소가 가득한 독특한 방식으로 증언한다. 

기획 의도 :
국민소득 3만불 시대, 한류가 세계를 점령하고 K-방역으로 국격을 높였다는 소식이 해외발뉴스로 송출되는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사흘 밤낮을 잠도 못 자고 일하다가 과로사하는 멀쩡한 30대 청년들이 속출하고 있고, 309일간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던 김진숙은 암이 재발하는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굴뚝을 기다리며>는 말로는 차마 전달할 수 없는 깊은 나락의 슬픔과 절망을 그로테스크한 유머를 섞어 지금의 한국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과 억울함을 도무지 정상적 언어로는 표현해 낼 수 없어 누누와 나나의 만담으로 풀어낸다. 관객들은 이 사회의 부조리함을 정상적 언어로 이야기할 수 없다는 이 작품의 전제와 자칫 언어유희로 보이지만 행간에 숨을 묵직한 의미를 통해, 고공농성을 하는 해고 노동자들의 고통과 상황을 공감하고, 삶에 대한 실존적인 고민까지도 해보게 될 것이다.

줄거리

여기, 굴뚝 위에 누누와 나나가 있다. 그들은 굴뚝을 기다리고 있다. 절뚝거리며 굴뚝을 따라 걷는 누누와 나나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말싸움을 벌이고 이내 다시 화해하고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똑같은 시간이 반복되는 것만 같은 그들의 일상에 청소와 로봇 미소, 그리고 이소가 찾아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