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연출의도 
사람과 함께, 오래 잘 지내려면,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하려고 하기 보다는,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상대를 파악해야 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상대와 거리가 멀어졌다면, 
그건 내가 상대와 보조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여겨진다면, 그건 내가 상대에게 지나치게 무심하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이기적이라고 여겨진다면, 그건 내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입니다. 상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 그건 내가 지나치게 독단적, 독선적이기 때문입니다. 상대한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겁니다.

연극의 등장인물들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입니다. 
그래서, 서로 마찰 갈등을 일으키고, 서로 통하지 않는 말을 무던히도 쏟아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절대 그렇게 살지는 말아야 합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겠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습니다. 혼자 빨리 가서, 도대체 뭘 하고싶은 건가요?! 

애완견만 바라보고,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사람들이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곧, 영화 'Her'처럼 인공지능하고만 대화하며 사랑할 것 같습니다. 남이 보기엔 그런 모습은 참 쓸쓸하고 고독스러운데, 본인만 그 속으로 계속 빠져듭니다. 그렇다고, 상대에게 무조건 순응하고 종속적이 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개선하기 위해 발전적인 논쟁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전제 하에. 

불편하더라도 ‘사람’을 바라봅시다. ‘사람’과 사랑합시다. 
연극의 3요소는 배우, 무대, 관객입니다. 사람이 없다면, 연극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난 여기 있고, 넌 거기 있어! 우리 둘 사이엔 공간이 있어!" 그런데, 나도 없고 너도 없다면, 공간이라는 게 있을 수 있을까요? 그냥, 아무 것도 없게 되는 겁니다. 상대가 없으면, 나도 없습니다..

연극은 배우예술입니다.
모든 연극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부디 저희 연극이 사람도 보이고, 질문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줄거리

이층집에서 (윤영선/임차인1장) 
젊음도 꿈도 퇴색되어  
이제는 혼자 늙어가는 40대 후반의 집주인이,
자립해서 혼자 조용히 자기만의 삶을 살고자 
새로 이사온 20대 중반 여자에게 
원치 않는 말을 붙이고, 새로운 화제로 끊임없이 수다를 떨고, 
급기야 사생활을 개입하며 자기 넋두리를 늘어놓으면서까지 
인생의 덧없음을 얘기하는 서글프고 황당한 연극 

복도에서 (최예나/엄마한테 하지 못한 이야기) 
기다린다. 
기다리다 보니 지겹다. 
지겨우니까 귀찮아진다. 
무심코 엄마한테 하지 못한 속엣말을 털어놓는 씁쓸한 극사실주의 

바닷가에서 (윤영선/임차인3장) 
자신의 사랑을 지키려는 중년 남자가 
이미 마음이 떠나가 버린 여자의 마음을 돌리려, 
낮에 잡은 '게' 이야기와 낯선 사내와 술 마시며 벌어진 사건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면서까지, 진심을 전하려 애를 쓰지만, 
결국, 여자의 호소에 단념하게 되고, 연민만을 남긴 채 여자가 떠나가자, 
혼자 남아 자신의 번뇌를 씁쓸하게 얘기하는 황당한 연극 

공터에서 (손영섭,최진아 外/사이v4) 
'현실'이라는 대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기가 만든 궤도를 운행하느라 바빠서, 서로 쳐다볼 시간도 없이 살던 한 여자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멈춰 서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그가 멈춰 선 곳에는 너무도 사람이 그립지만, 자기만의 폐쇄적인 '상상'에 갇혀 그 자리를 맴돌고 있는 '어른아이'와 같은 여자가 혼자 놀고 있다. 
이들은 처음에 서로의 세계가 낯설고 불편하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상대방의 세계를 이해하게 되고 생각과 느낌이 섞이어 마침내 "함께 노는 사이(?)"가 된다. 현실만 챙기려하거나 꿈속에만 박혀있지 않고.. 
그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무엇이 존재하고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그리고 있는 소박한 연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