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지옥도를 만든 장본인은 그 자신.
그러나 목에 칼이 들어오는 광기의 시대,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존재와 역사에 대한 입체적 접근, 
역사라는 모래바람 너머 그림자가 된 인물에 다가간다
사건은 먼지를 일으킨다. 친일의 시간은 아직 먼지가 걷히지 않아, 아직 이 시대에 영향을 주는 오래된 당대다. 걷히지 않은 먼지의 장벽 뒤에 모든 인물들은 그림자처럼 납작하다. 여기 그 대표적으로 평평한 그림자가 있다. 춘원 이광수. 이 평평한 그림자 뒤에는 꽃도 있고 꿈도 있고 공포도 있다. 그것들을 보러 함께 먼지 속으로 들어가본다.    

경계를 허물다 : 현실, 소설, 꿈의 중첩 구조
해방 후, 춘원 이광수는 <꿈>이라는 소설을 썼다. 그 소설을 쓸 때면 춘원도 그 꿈 속에 있다. 꿈 속에 현실의 먼지가 불어오니, 꿈은 역사의 겹이 되고, 세월의 겹이 되고, 문학의 겹으로 중첩된다. 이 연극은 그 겹들을 함께 에둘러 돌아가는 이야기다. 어떤 겹에선 연민이 흘러나오고 어떤 겹에서 분노가 치밀어오를 때, 젊은 지식인이 친일파가 되는 시간의 겹을 지나올 때, 우리는 이광수라는 인간을 잠시 온전히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줄거리

장자의 '호접지몽'처럼 이것은 꿈인가, 작품인가, 현실인가. 
해방 후 친일분자로 비판받는 이광수는 침입자들의 공격을 받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불편한 심경을 달래기 위해 동경유학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육당 최남선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그들은 『삼국유사』 ‘조신지몽’의 공간인 낙산사에 머물며, 이광수는 이를 소재로 작품을 집필한다. 작품의 구상 과정 속에서 이광수는 작품 속의 등장인물과 자신의 삶을 동일시하게 되고 점점 작품 속에 빠져드는데, 경성에서부터 자신을 감시하던 자도 여행지까지 자신을 따라온다. 그는 누구인가. 이광수는 알 수 없는 긴장으로 악몽에 시달리며 자신과 작품 속 주인공의 삶을 중첩시키는데.. 

캐릭터

이광수 | 한국 근대 문학의 출발. 2·8 독립선언서를 기초했고 상해 임시정부에 참가 독립신문사 사장을 역임한 논객이자 언론인. 식민지 시대에 민족지였던 동아일보의 편집국장을 지냈고 문맹 퇴치운동을 벌였던 선각자. 그러나 일제 말기에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투옥되었다가 전향하여 본격적인 친일 행위를 했다.

허영숙 | 의학을 공부하던 동경유학시절, 폐병에 걸려 사경을 넘나들던 이광수와 사랑에 빠졌던 신여성.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으로 이광수와 도피여행을 감행했던 불꽃의 여성이다. 그러나 이광수의 아내로 살면서 그를 상해 임시정부에서 빼돌린 팜므파탈이자 일본의 스파이라는 세상의 평판에 시달렸다. 조선 최초의 여성 개업의이기도 하다.

최남선 | 한국 개화기 인문학의 선구자이며, 신문화운동의 개척자. 1908년 근대 종합잡지의 효시인 『소년』을 창간했고, 최초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발표했다. 1919년 기미독립선언서를 작성했고, 이후 한평생 조선의 고문헌과 역사를 연구했다. 그러나 결국 일제에 협력하여 1949년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에 수감되었고, 친일행위에 대한 해명과 속죄를 담은 「자열서(自列書)」를 제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