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기획의도
 지금 대한민국에서 여행지로 꼽자면 당연 1위를 자랑하는 곳은 제주도이다. 아름답고, 맑은 자연의 향기를 꼽는다 하더라도 1위를 자랑하는 곳은 제주이다. 나 역시 제주는 수없이 갔고, 매년 계절마다 가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그렇게 제주에 여행을 갔을 때 간혹 ‘제주 4.3’이라는 글귀나 작은 판플렛 같은 것들이 식당, 카페 등 이곳저곳에 놓여있는 것을 보았지만 가볍게 무시하고 넘어갔다. 여행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그것을 보는 시간의 여유는 사치라고 여겨졌을까. 어느 날 혼자 제주를 누비며 여행을 하던 중 요즈음 핫 플레이스라며 떠오른 ‘사려니 숲길’과 ‘비자림’으로 향했다. 그때 제주 4.3 평화공원을 우연치 않게 들어가게 되었고, 혼자 그곳을 둘러볼 수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제주의 아픔을 처음으로 맛보았다. 제주의 아름다움은 단순하지 않았고, 매우 깊어 다른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렇게 공부를 시작했다. 4.3사건이 무엇인가. 왜 광주 민주화 운동은 알면서, 몇 번 가보지도 못한 광주보다 주기적으로 찾아가는 제주의 ‘제주 4.3사건’은 왜 모르는가. 맑고 푸르렀던 하늘 아래광적으로 붉게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던 제주의 아픔은 어느 누구 하나 만져주지 않았는가. 그래서 제주가 붉게 달아올라 동백이 모두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그날의 아픔을 공연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부디 육지에서 제주도로 들어오고 나가는 그 하늘 위에서 한 번이라도 제주의 아픔을 생각해 줄 수있는 후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극작, 연출 작성)
 
-무대의 시?공간적 배경 
 4.3사건을 되돌아보는 현재 2020년대의 아름다운 제주 섬을 배경으로 1948년~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4.3사건이 일어났던 당시 붉은 섬 제주를 배경으로 한다. 시?공간은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 오간다. 

-극의 방향 및 컨셉 
 이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가장 아픈 역사 ‘4.3사건’을 담은 이야기이다. 4.3사건이 일어났던 당시에도 있었을 사랑과 이별, 우정을 극 속에 녹아내고자 하였다. 극의 중심에는 한동백이라는 인물이 있고, 인물을 통해 제주도민들이 간절히 원했지만 원할 수도 이룰 수 없었던 ‘평범함’에 대한 간절함을 중점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몸에 난 상처보다 가슴에 난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하는 제주 도민의 아픈 세월을한 할머니의 시점에서 해석해 보았다. 단순히 어둡고 무거운 주제의 4.3이 아닌 현대무용의 아름다운 춤선과 뮤지컬의 매력인 음악의 웅장함을 가미하여 극에 입체감을 더욱 표현하고자 한다.

줄거리

 “동백이는 홍상 동박낭 아래 하영 앉앙 명호 오라방을 기다렸져.” 

 혼인을 약속한 명호와 동백. 하지만 명호는 징용으로 끌려가고 3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동백나무 아래서 명호 오라버니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런 동백에게 힘이 되고자하는 동백의 둘도 없는 친구 옥은과 장난은 많지만 속 깊은 옥은의 오라버니 옥명이 소녀의 옆을 지켜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명호가 돌아옴도 잠시 아버지가 한림 지서로 이유 없이 끌려갔고, 그들의 만남을 축복할 겨를도 없이 온 동네가 사이렌, 총포 소리로 가득했다.

 “하도리 고종사촌이 죽었네.” 
 “애월을 둘러싼 피바람과 여기저기 울리는 총성” 

 옆 마을 동백의 친구 죽음과 동시에 고문으로 인한 아버지의 죽음. 흩어져버린 동백의 가족. 그리고 명호의 행방불명. 

 또 다시 동백은 동백나무 아래 앉아야만 했다. 점점 조여오는 그들의 총구멍을 동백은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이 일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이고, 그 푸르던 하늘이 왜 이렇게 붉어질 수 밖에 없을까.

캐릭터

한동백 | (여, 15세) _ 제주방언
아버지, 어머니와 1남 2녀 중 장녀로 행복한 가정 속에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소녀이다. 당돌하고, 감정을 숨길 줄 모르는 소녀, 그래서 싫은 사람에게 좋은 소리도 못하는 털털한 성격의 인물이다. 또한 자유로운 영혼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 누구 하나 나서지 않는다면 자진해서나설 줄 아는 당돌한 소녀.오랜 공부를 하신 아버지는 교단에 계신다. 하지만 아버지는 갑자기 지서로 끌려가게 되고, 불분명한 행방 후 돌아가셨다는 통보를 받는다. 이후 여동생과 여기저기 빌붙어 지내며 눈칫밥을 먹게되고, 산으로 동굴로 도망치며 살아간다.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동네 오라버니, 명호와 서로 의지하며 연모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약 3년간 징용으로 끌려간 명호를 기다렸고, 만남과 동시에 명호는 4.3사건 때문에 산으로 또는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도망치며 다시 명호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김옥은 | (여, 15세 / 87세) _ 제주방언 / 표준어 섞인 제주방언
맑은 눈망울에 오뚝한 코, 뽀얀 피부와 가지런한 머릿결로 동네에서 곱다고 소문이 자자한 소녀이다. 수줍음이 많고, 낯을 많이 가리기도 한 옥은은 동백의 둘도 없는 친구이다. 서로에게 의지를많이 하고, 죽고 못 사는 사이이다. 옥은의 아버지는 일본에 계신다. 일본에서 아버지가 생필품을 보내주시고, 그것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중간에서 경찰이 밀수품이라며 가로막아 생계가 힘든 지경. 옥은은 어머니와 오라버니 두 명과 함께 지낸다. 고운 얼굴 탓에 서청 사람들에게 강간을 많이당하고, 가족의 목숨을 위해 몸을 바치기도 한다.이후 서청의 경관과 결혼을 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경관 남편이 죽은 뒤, 국가유공자로 돈을 받으며 부유한 삶을 살아가지만 늘 자신을 숨기려 하며 아픈 마음의 상처를 품고있다. 그러던 중 동백나무 앞에서 동백에게 이야기를 하며 극이 시작된다. 옥은은 이 극을 이끌고 가는 극의 중심자와도 같은 인물이다.

양명호 | (남, 18세) _ 표준어와 제주방언 15세,
징용으로 끌려갔다 돌아왔다. 하지만 돌아옴도 잠시 우리 손으로 우리나라를 지키고자 인민위원회에 가입하고 남로당 무장대로 탈바꿈하게 되며 입산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그는 동백의 남자친구로 동백과 청혼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내 나라를 내 손으로 굳건히 만드는것이 먼저였기에 그는 동백과의 이별을 받아 들이고 체념한다. 그리고 1948년 4월 3일 이후 명호와 동백과의 만남은 어두워지게 된다. 그는 토벌대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김옥명 | (남, 17세) _ 제주방언
 김옥은의 오라버니로 동백이를 짝사랑하는 소년이다. 아버지가 없는 집안을 살리기 위해,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극우파에 손을 들고, 응원 경찰과 서청에게 제주 마을의 이야기를 전달하곤 하는 간신배 같은 인물이다. 그러던 중 경수 경관이 옥명의 동생 옥은을 눈여겨보고 옥명의 앞에서옥은을 강간하지만 옥명은 그 상황에서도 가족을 위해서라는 사명감으로 눈을 감아버린다.

박경수 | 남, 20세) _ 북한 사투리
 서북청년단 출신으로 1947년 제주로 입도한 청년이다. 얼결에 만나게 된 명호에 관심을 가지고 그를 뒷조사한다. 그러던 중 옥명과 친분을 만들어 그에게서 제주의 정보를 캐내기도 한다. 옥명의 동생, 옥은에게 관심을 가지며 옥은의 관심을 받으려 하는 인물이다. 이후 옥은과 결혼하며 제주에서 그래도 부유한 삶을 살아가는 국가유공자.그는 제주도민들을 악랄하게 죽이고, 도민들을 벌레보다 하찮게 취급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동백의 아버지, 명호를 죽인 장본인. 그는 무리를 선동하고 무장대를 없앰과 동시에 제주 도민들까지도 없애버리는 악랄한 인물이다.

한구식 | (남, 34세)
 동백의 아버지이다. 교단에 있다는 이유로 지서로 끌려가 죽임을 당하는 동백의 아버지.

동백 어머니 | (여, 32세)
 남편이 죽은 후 동백의 남동생과 제주를 떠나 육지로 향해 이후 소식이 끊겨버렸다.

한동아 | (여, 14세)
 동백의 여동생이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육지로 피신을 가고, 언니 동백과 산으로 숨어도망 다니다 토벌대에 의해 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