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한일 예술가들이 함께 만드는 평화와 화합의 결 고은 비단길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동서 교류의 통로이자 문명의 대동맥으로 문물은 물론 종교, 사상, 철학, 문화, 예술이 오가던 실크로드, 언어와 민족, 문화를 초월해 인류문명을 키워온 실크로드에서 한일 예술가들이 만난 평화의 노래, 상생의 노래, 공생과 공존, 화합의 노래를 부른다. 그들이 짜낸 결 고은 비단길을 통해 잃어버린 아시아의 심장을 되살려보자.

일본인 연출가에 의해 되살아난 한민족 영웅, 고선지, 혜초
'고구려 노예놈'이란 상관의 업신여김을 받으면서도 중국 10대 원장으로 손꼽히며 실크로드를 재패하고 서역의 주인이 된 고구려 유민의 후손 당나라 장수 고선지, 무려 40여개국을 거쳐 세계 서쪽 끝까지 갔다 2백 27행 6천지의 '왕오천축국전'이란 기행문을 남긴 이 땅 최초의 세계인 신라 승려 혜초, 일본 연출가에 의해 한민족 구도자들의 장절한 삶이 화려하게 되살아난다. 고대 한국인들이 세상의 모든 곳으로 통하던 거대한 문명의 길, 실크로드를 통해 교류와 소통의 역사에 당당히 동참했음을 알리는 무대가 될 것이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비단길, 새로운 교류와 소통의 꽃을 피우다.
길이 인간의 문명과 맞닿아 있어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교류라는 길의 속성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한 방향의 일방적 관계가 아닌 양방이 소통하는 길의 속성. 경술국치 백년을 맞아 한일 양국이 진정한 화합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한국과 일본의 음악인, 배우, 춤꾼을 통해 노랭롸 춤, 음악과 연극으로 되살아날 또 하나의 실크로드, 탄탄한 실력을 갖춘 국악실내악단체 '정가악회'와 'WOO 댄스컴퍼니' 한일배우, 성악인, 판소리꾼은 물론 최고 실력을 갖춘 일본 무대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동풍, 또 하나의 실크로드 - 반도에서'의 무대는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평화와 공존이라는 아시아적 가치들을 바로 세우는 자리, 새로운 실크로드를 통해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비단길을 만들어 보자.

줄거리

제1장 모래와 음악
모래알 하나하나가 음표였다면 사막은 많은 음악이나 노래로 가득할 거라는 음악적 상상력 속에서 시작하는 ‘제 1장 모래와 음악’은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한국 여배우 이지영이 등장해 마치 꿈을 꾸듯 사막을 방황하고 여행한다.
한 점의 불안도 외로움도 없는 그녀, 어쩐지 즐겁다. 승려, 집시, 소년, 소녀, 실크로드를 오가던 유랑 연예인들, 그들은 각자의 언어로 노래를 하기 시작한다. 한국인 소녀의 노래와 일본인 소년의 노래, 춤추며 행진하는 그들은 함께 길을 가는 사막의 여행자들이다.

제2장 길의 백성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사막의 길은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자 바로 닿을 것 같은 머나먼 극장이다. 이런 길 없는 길 사막의 길에는 언제나 떠돌아다니는 유랑인들이 있었고, 언어와 국가 역사를 초월해 그 길을 오가는 모든 사람들은 길의 아이들이자 길의 백성들이다.
사막의 달 속에서 흥겨운 연주와 떠들썩한 즐거움이 있다. 그곳에 영감을 찾아 헤매는 미얄할미가 나타난다. 한국인 미얄할미와 일본인 영감. 그들은 온 세상을 헤매다 만나 이미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지만 다시 만난 것을 반가워하며 춤춘다. 서로 같은 공간에 살면서 만날 수 없는 남과 북의 현실,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이 담긴 미얄 할미와 영감의 만남이다. 그들의 재회를 기뻐하며 달빛 속에서 사람들이 함께 춤춘다. 마치 통일의 그 순간을 맞이한 것처럼.

제3장 음악의 신비
꿈속에서 본 악기.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의 악기인지는 모르지만 야릇한 매력을 간직한 악기는 정성으로 연주해줄 임을 기다린다. 한국의 소리꾼 권아신이 ‘나는 꿈속에서 악기였소’라는 구성진 노래를 판소리로 들려준다.

제4장 춤추는 승려 - 혜초
사막의 길을 걷던 여인이 길에서 책 한권을 주워든다. 혜초의 일기다. ‘달 밝은 밤에 고향 길을 바라보니/ 뜬구름은 너울너울 돌아 가네/ 그 편에 감히 편지 한 장 부쳐 보지만/ 바람은 거세어 화답이 안들리는구나’ 혜초가 남인도로 갈 때 읊은 시와 혜초의 일기가 소개된다. 8세기 장안을 시작으로 37개국을 걸어서 여행한 신라승려 혜초, 그의 구도자적인 삶이 우아하면서도 힘있게 한국의 ‘WOO 댄스컴퍼니’를 통해 살아난다.

제5장 심상치 않은 달
중앙에 거대한 달이 떠오르고 한국 판소리꾼 권아신과 일본 소프라노 가수인 요시하라 케이코의 노래대결이 벌어진다. ‘바람이 불어 모래가 춤추고 시간은 흘러 사람들이 걷는다. 사막에 이르러 길을 잃은 달. 기쁨도 슬픔도 덧없는 꿈의 세월로 어디에서나 보이는 달은 덧없는 꿈의 한조각일 뿐이네.’

제6장 대잡이의 길 - 챨리 야마모토
도대체 인간은 조종하는 쪽인가? 조종당하는 쪽인가? 실크로드는 많은 나라의 인형과 인형 조종수들이 걷던 대잡이의 길이기도 하다. 야마모토 코-요-가 꼭두각시 인형을 연기하는 ‘찰리 야마모토’로 분해 이 장을 장식한다.

제7장 사막의 미아들 - 고선지
시간도 잊고 사막을 헤메고 있는 누더기를 걸친 노파, 그 여인은 젊은 시절 당현종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양귀비다. 꽃조차 부끄러워 길을 열어줬다는 양귀비의 아름다움에 당현종이 정신이 팔려 있던 시절. 한반도 출신 무장 고선지는 황제의 명을 받고 실크로드를 개척해 그 주변 국가를 정복한다. 격렬한 음악에 맞춰 한국의 ‘WOO 댄스 컴퍼니’ 무용수는 한민족 고구려의 후예인 고선지 장군의 검무를 열정적이고 용맹하게 표현한다.
춤추는 고선지 옆에서 요염하게 춤을 추던 양귀비는 명망을 얻은 고선지를 시기해 당현종에게 처형을 권하고, 누명을 뒤집어 쓴 채 고선지는 쓰러진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한국의 소리꾼이 사막의 모래알보다 작은 존재감, 허무함을 담은 ‘심상치 않은 달’이란 판소리를 부른다.

제8장 동풍, 노래하다.
길은 바다나 숲 바람과 닮아서 상당히 수다스러운 장소이자 음악이 넘치는 장소이다. 1장의 밝음과는 대조적으로 죽은 자와 산자를 동시에 떠올릴 수 있는 음악이 연주된다.

제9장 누군가가 나를 찾는다.
길의 도중, 사막에서 한 여자와 한 소년 그리고 한 남자가 만난다. 한국말을 하는 여자와 일본말을 하는 두 남자. 그들은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지만 기묘하게도 대화가 이루어진다. 시대와 세대, 언어와 인종을 초월해 함께 길을 가는 길의 아이들로 마음이 통하는 것을 확인하는 그들 곁으로 또 다른 언어인 음악이 흐르고 사람들이 모여들어 하나둘 춤을 추기 시작한다.

제10장 끝나지 않은 길
누군가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길이 있다. 누구의 귀에도 들리지 않는 노래가 있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바람과 돌, 이국의 사람, 말이나 개에게도 전달되는 노래와 음악, 그것이 있는 한 길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