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1960년 런던에 있는 ‘예술극장’(The Arts Theatre)에서 초연되었다. 브로드웨이에서도 16회나 공연되었다. 3막으로 구성되어 있고 약 2주 동안에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다. 많은 비평가들에 의해 다양하게 연구되는 핀터의 출세작이지만 오히려 핀터 자신은 이 작품이 복잡한 상징이나 추상적인 개념을 담고 있다기보다 매우 직설적이고 단순한 극이라고 평한다. 이 극의 언어는 핀터레스크(Pinteresque)라는 핀터 자신만의 스타일을 잘 나타내는데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가 아니라 위협적이고 희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된다.
쓸모없는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 쌓여 있는 집에 또 하나의 폐품처럼 수집되어 들어온 부랑자 노인이 그 공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두 형제를 이간질시키는 모습은 권력세계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대변한다. 안전한 공간이어야 할 ‘방’은 정체성이 모호한 낯선 사람의 침입으로 위협을 받게 되고 결국 공포는 폭력을 유발한다. 극의 상황이나 모순된 대사들은 다소 희극적이지만 인물들의 관계 속에  밝고 따스한 분위기는 없다. 서로 의심하고 배신하며 허황된 환상으로 부조리한 현실을 지탱한다.

줄거리

직장에서 쫓겨난 청년은 그를 도우려던 동생의 제안에 따라 그의 집에 방문하게 된다. 딱히 갈 곳이 없던 청년을 위해 동생은 당분간 집에 머물 수 있도록 해주는 한편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려고 한다. 동생이 집을 비운 사이, 진짜 방의 주인인 형이 나타나고 청년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며 방에 머무는 대가로 월세를 낼 것을 요구하고 떠난다. 다음 날, 월세를 낼 돈이 없었던 청년은 다시 돌아온 동생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동생은 자신이 형에게 잘 말해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청년이 먹을 밥을 사기 위해 다시 외출한다. 그 사이 청소를 하기 위해 다시 형이 돌아오고, 당황하는 청년에게 친절히 음식을 나누어 준다. 같이 식사를 하며 형은 동생이 방을 잘 관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월세를 면제해주는 조건으로 동생에게 방을 관리해 줄 것을 제안한다. 직장도, 갈 곳도 없던 청년은 그의 제안을 수락하게 되고 그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방의 이곳 저곳을 바꾸어 나가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