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체홉의 마지막 작품으로 1903년에 완성돼 1904년 1월 17일, 그의 생일에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스타니슬라브스키 연출로 초연되었으며, 그의 작품 중 가장 완숙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 작품이 코메디(희극)라고 생각한 체홉과 이를 비극으로 연출한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이견은 이 작품의 양면적 성격을 어떻게 연출할 것인가에 대해 후대의 연출자들에게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19세기 러시아 봉건 귀족사회의 붕괴와 20세기가 도래하며 새로이 부상한 중산층 부르조아의 갈등을 그린 이 작품은 안톤 체홉의 마지막 걸작이다. 주요 인물은 경제적으로 이미 막다른 골목에 와 있으면서도 과거의 생활습관과 낭비벽을 버리지 못하는 벚꽃동산의 여지주 라넵스까야 부인과 자립심이 없는 그의 오빠 가예프, 그리고 이 집에서 농노의 아들로 태어나 부를 일군 로빠힌과, 부인의 외동딸로 미래의 행복을 꿈꾸는 아냐, 이들 주변의 가정교사 샤를로따와 수양딸 바랴, 늙은 하인 피르스 등이다.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당시 러시아 귀족의 기생적 삶의 모습과 이에 따른 일상적 삶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서로 다른 계층 사이의 내면화된 갈등을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현실은 어둡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생활은 이대로 더 계속될 리가 없다. 진보를 믿는다면 반드시 빛나는 미래가 찾아올 것이다’라는 만년의 체홉이 희구하는 바를 <갈매기>, <바냐아저씨>, <세자매>에 이어 구현하고 있다.

“작품 속에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이들은 죽은 사람이 아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꿈과 이상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현실적이다. 이들은 ‘벚꽃동산’이 팔리는지 안 팔리는지 관심이 없다. 오로지 관심은 자신뿐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 의지가 없다. 지금 우리와 흡사한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들이 아닌가” ...그리고리 지차트콥스키, 문화일보 인터뷰 中

줄거리

- 제1막 -

해가 뜰 무렵, 이미 오월이라 벚꽃이 피었는데도 밖은 아직 쌀쌀하고 춥다. '아이들의 방'이라고 불리는 방에서 하녀인 두나샤와 농노의 아들이지만 이제는 상인으로 재산을 모은 로빠힌이 5년만에 파리에서 돌아오는 여지주 라넵스까야 부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으나 남편과 사별하고 어린 아이마저 물에 빠져 죽은 후 애인과 함께 파리로 갔으나 생활이 쪼들리고 애인마저 바람이 나자, 빚 때문에 곧 경매에 들어가는 벚꽃동산이 딸린 자신의 영지로 돌아왔다.

수양딸로 기울어가는 가계를 어렵게 꾸리고 있는 바랴와 부인의 딸 아냐, 현실적인 고민과는 동떨어져 살고 있는 라넵스까야 부인의 오빠 가예프, 그의 하인 피르스가 들어오고,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와 기뻐하는 이들에게 로빠힌은 벚꽃동산을 개간해 별장지로 개발하면 파산에 처한 그들의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라넵스까야 부인과 가예프는 그저 무슨 수가 생겨서 문제가 해결될 것인 양 귀를 기울이지 않고, 풍족했던 예전처럼 돈을 쓰고 귀족적인 생활습관을 이어간다.

한편 사무원으로 늘 우스꽝스런 상황에 처하는 에삐호도프의 청혼을 받고 잔뜩 부푼 두냐샤는 부인과 함께 파리에서 돌아 온 야샤에게 반하고, 만년 대학생으로 죽은 아이의 가정교사였던 뜨로피모프도 라넵스까야 부인과 재회한다.

-제2막-

해 질 무렵, 가정교사인 샤를로따와 야샤, 에삐호도프, 두냐샤는 낡은 예배당에 모여 이야기를 하다 퇴장하고, 곧이어 등장한 라넵스까야 부인과 가예프는 영지가 팔릴 거라는 로빠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저 극단을 불러 파티를 열거나 당구를 치는 얘기를 하며 지나가는 부랑인에게 금화를 준다. 마치 아이인양 가예프를 돌보는 피르스는 농노해방령이 큰 불행이었다고 한탄하고, 로빠힌은 바랴와 결혼하라는 조언에 별 반응이 없다. 일하지 않는 지식인을 비난하던 뜨로피모프는 아냐와 단 둘이 남게 되자 '이 나라 전체가 다 우리의 동산'이라며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다짐한다.

-제3막-

경매가 열리는 날, 라넵스까야 부인의 집에서는 무도회가 열리고 있다. 예전에 남작이나 사령관이었던 파티의 손님들은 이제 우체국장, 역장이지만 모두가 원무를 추고 있다. 돈걱정을 하고 있는 바랴와 삐쉭, 갖가지 마술로 손님들을 즐겁게 하는 샤를로따, 경매에 나간 가예프를 기다리며 파리로 돌아오라는 애인의 거듭된 전보에 고민하던 라넵스까야 부인에게 벚꽃동산이 팔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가예프가 눈물을 흘리며 경매에 대해 말조차 못하고 있는 사이, 로빠힌은 "내가 샀습니다....벚꽃 동산은 이제 내 것입니다!"라며 감격한다. 그러자 바랴는 열쇠꾸러미를 바닥에 집어 던지고 나가 버리고, 파랗게 질려 울고 있는 라넵스까야 부인에게 아냐는 엄마를 달래며 함께 떠나자고 한다.

-제4막-

모두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벌써 시월이다. 라넵스까야 부인은 파리의 애인에게 돌아가고, 아냐와 뜨로피모프는 학교로, 바랴는 다른 집의 가정부로, 가예프는 은행원으로 취직해 읍으로 간다. 모두가 떠나 간 적막한 저택에 피르스가 홀로 남아 있고, 멀리서 도끼로 벚꽃 나무를 찍는 소리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