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괴물>에서는 소설 『프랑켄슈타인』를 썼던 메리 셸리의 삶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단순히 소설을 각색하거나 작가 메리 셸리의 삶을 극화화 한 것만은 아니다. 메리 셸리가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쓴 것, 그리고 그 소설 속에서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생명을 창조하여 괴물을 만들어 낸 것을 우리는 모노 음악극 <괴물>로 끌고 들어와 커다란 중심 메타포로 작용하도록 하였다. 극중 등장하는 메리는 18세기 말 영국에서 태어난 메리 셸리만이 아니라 20세기 초 구한말의 메리이면서 동시에 21세기 한국의 한 여성일 수도 있는 보편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손가락질 했던, 혹은 손가락질 당했던 우리에 더욱 가까이 존재하고 있다. 
  극 중 메리가 굿을 통해 괴물을 하나의 생명으로 깨워 살리는 장면은 그러므로 더욱 우리의 현실과 실제에 맞닿아 있다. 이것은 비단 죽은 영을 불러내거나, 죽은 자들을 저승으로 보내는 전통적인 의식으로서의 굿을 극에 차용한 것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가 우리 시대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를 쌓고 표출하는 우리들의 방식이며, 그것을 기억하는 방식으로서의 극적 의식이다. 

줄거리

전기수는 오래전 우리 역사 속에서 책을 판매하며 읽어주는 사람이었다. 모노 음악극 <괴물>에서는 이 전기수가 등장하여 읽은 건지, 들은 건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시대가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어느 날, 어디인지도 알 수 없는 곳에서 메리라는 아이가 태어난다. 메리의 어미는 아이 낳고 열하루 만에 죽고 아비가 홀로 이 딸을 키운다. 아비는 딸을 어디 내놓아도 부족함 없이 키우려고 세상 모든 학문을 가르치고 대학까지 보내려고 하지만 메리는 첫사랑에 빠져 아버지를 저버리고 야반도주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또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메리가 사랑하는 남자가 유부남 시인이었다는 것. 메리는 그 모든 것을 잊고 오직 시인과의 사랑만이 세상의 전부가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시인은 홀연히 사라지고 만다. 순사는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그가 호수에 빠져 죽었다고 하고, 동네 사람들은 그가 본처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그 숱한 소문과 비난 속에서 메리는 뱃속 아이까지 유산하고 세상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쌓아간다. 메리는 결국 자신의 사랑과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이야기를 써 나가기 시작한다. 글 속에서는 세상의 원리를 알아내고자 온갖 시체를 얼기설기 끼워 맞춰 인간을 만드는 박사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마침내 시체가 살아서 움직이자 박사는 두려워 도망을 가고 세상 사람들은 그것의 생긴 모습만 보고 괴물이라 소리치며 돌을 던진다. 이 피조물은 사람들의 혐오와 증오로 괴물이 되고 자신을 만든 창조주인 박사의 결혼식에 찾아가 자신이 괴물이 되었음을 선언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