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난 범죄자가 아니라 제물이야.”

‘정의’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과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되는 권력의 두 얼굴!

소포클래스의 비극 〈트라키스 여인들〉을
정치적 위선과 감정적 테러리즘의 현대사회로 옮겨놓다.

〈잔인하게, 부드럽게〉는 소포클레스 원작의 〈트라키스 여인들〉을 현대적으로 가져와 대테러 전쟁 중 작전에 투입된 영국의 장군과 그를 기다리는 아내의 이야기로 치환해 재창작한 작품이다. 정치, 미디어, 역사, 철학, 성문제 등 현대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첨예하게 파고드는 이 작품의 배경은 당시 여러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던 이라크 전쟁이다.

소포클레스의 원작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그들의 행복을 파괴하는 신을 저주하지만, 마틴 크림프의 희곡에서는 인간이 다른 이들을 파괴한다. 원작의 ‘운명과 복수’라는 명제를 재해석해서 ‘정의’라는 그럴 듯한 명목으로 권력자들이 자행하는 폭력의 문제를 지적하고, 스스로를 희생자이자 제물로 포장하는 현대 인간의 허위를 광기의 지경으로까지 끌어와 우리의 오늘을 다시 바라보고자 한다.

줄거리

아멜리아는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대테러 전쟁을 이끌기 위해 멀리 떨어져 있는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불안에 떨던 그녀는 아들을 전쟁터로 보내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해보게 한다. 어느 날 기자가 찾아와서 장군이 여전히 살아있고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다고 전한다. 뒤이어 장관이 젊고 아름다운 소녀 레일라와 그녀의 남동생을 데리고 와서 그들이 장군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최후의 생존자라고 소개한다. 얼떨결에 아멜리아는 그들을 집으로 받아들인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장군은 육신이 완전히 망가진 채로 집에 돌아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