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작품 특징 : 
"1950년, 얼굴 날아간 사람들이 쌓이던 겨울 골짜기. 아를 꼬옥 안아주는 엄마를 찾는 소녀의 노래."
연극 <달과 골짜기>는 2021년 통영연극예술축제에서 희곡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1950년 여름, 보도연맹, 부역자 등으로 몰려 1000명이 넘는 학살이 벌어진 ‘통영양민학살사건’을 소재로 하는 이 작품은 대립하는 이념의 삭풍 속에서 그저 자신을 안아주는 엄마를 찾았던 순수한 12살 소녀의 모습을 통해 한국전쟁의 비극적 역사를 비춥니다. 시적인 대사들과 몰입을 높이는 이미지 그리고 심금을 울리는 음악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 아픔에 더욱 공감토록 할 것입니다.

연출 의도 : 어린아이의 집념은 순수하고, 단순하며 놀랍도록 집요합니다. 
조용한 시골마을에 불시에 들이닥친 전쟁. 그 가운데에 12살 소녀가 있었습니다. 죽음을 
피하려 산 속으로 숨었으나, 소녀가 원했던 건 생존이 아니라 자신을 안아주는 엄마였습니
다. 
한 언어를 쓰는 한 민족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무고한 민간인들이 얼굴 없이 타삐린 
그 옛날. 그 시절이 현재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전혀 없다고는 장담치 못 할 것 
같습니다. 메마른 삭풍이 휩쓸던 시대, 자신을 꼭 안아주는 엄마가 필요했던 소녀와 
대한민국의 모습을 이 작품을 시처럼 담담하고도 북받치게 노래해보았습니다. 
‘통영양민학살사건’은 참혹하고 비인간적인 사건이었으나 작품을 접하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사건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당시 전국적으로 많은 민간인들이 전쟁이라는 광기 
속에서 희생되었으나 제대로 알려진 사건들은 많지 않으며 학살혐의자들의 처벌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후대가 꼭 알아야하는 이야기가 담긴 유의미한 작품을 
공연하도록 뜻을 맞춰주신 박지선 작가님과 통영연극예술축제 측에 감사인사 올립니다. 
 

줄거리

한국전쟁 당시 국군과 인민군의 교전이 한창인 때, 사람들이 사는 곳과 떨어져 한센병을 앓는 오빠와 숲속에서 사는 소녀가 있다. 한센 병을 앓던 아버지는 죽었고 엄마는 오래전에 떠났다. 소녀는 엄마를 간절히 그리워하며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내려가고 싶어 한다.

소녀는 학살로 숨진 사람들이 가득한 골짜기에서 전도사에게 발견되다. 산 아래로 내려가 전도사 부부와 가족처럼 살아간다. 소녀는 마을에 편입되고자 애쓰며 전도사 부인을 ‘친엄마’로 생각하고 집착한다. 그러나 아기를 낳은 전도사 부인을 소녀를 점점 멀리한다.

어느 날, 소녀의 진짜 친엄마(빨치산)가 찾아와 소녀를 데려가려고 하지만 소녀는 친엄마의 존재를 부정하며 전도사 부인을 친엄마라 생각하고 따라가지 않는다.

그날 밤, 인민군의 고역으로 국군 사상자가 발생하고 마을 사람들은 군과 경찰이 자신들을 의심해 골짜기로 끌고 갈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한다. 전날 밤에 빨치산(친엄마)이 소녀를 찾아간 걸 알게 된 사람들은 소녀를 국군에게 끌고 가 희생양을 삼으려고 한다. 하지만 소녀의 오빠가 나타나 소녀는 빨치산이 아니라 한센병에 걸린 가족 때문에 산에서 숨어 살고 있었다고 밝힌다. 소녀는 예전 잔치 자리에서 소원 하나를 꼭 들어주겠다는 국군 대장의 약속을 상기시키며 전도사 부부와 서울로 떠나게 해 달라고 한다. 대신 자신을 찾아왔던 친엄마가 일러준 빨치산 근거지를 알려준다.

소녀가 빨치산의 딸에 문둥이 가족이라는 걸 알고 전도사 부부는 자신들만 서울로 떠나려고 하고, 소녀는 새로 태어난 아기 때문에 전도사 부부가 자신을 버린다고 생각해 자신을 데려가게 할 계획을 품고…. 그 시간, 군인들은 양민들의 머리에 멸치 포대를 씌우고 골짜기로 데려가 사살한다.

소녀는 골짜기를 헤매며 죽은 아기들의 시신을 거둔다. 더 이상 엄마는 필요 없으며, 자신이 엄마가 되어 아기들을 안아 주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학살의 주범을 외부에서 들어온 재앙덩어리, 소녀로 지목하고 소녀에게 희생양으로 삼는다.

소녀는 산속에서 엄마 같은 존재가 되어줬던 고목에 묶여 눈을 감고, 오빠는 추위에 얼어붙은 소녀의 시신을 지킨다. 엄마 나무의 품에 매달려 자신도 나무가 되고 싶다던,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자신에게도 싹이 나고 꽃이 필 테니 봄이 올 때까지 자신을 지켜달라던 소원을 지켜주기 위해서.

캐릭터

소녀 | 한센병 환자 오라비와 함께 산 속에 숨어살던 12살 어린아이. 전도사 '신은호'의 눈에 띄어 홀로 마을로 내려간다.

오라비 | 소녀의 친오빠

김정옥 | 전도사 부인

신은호 | 전도사

최미자 | ㅣ소녀와 오라비의 엄마

변영훈 | 변학선의 아들

변학선 | 마을의 면장.

임세혁 | 국군 중대장

박상일 | 국군 소대장

마을사람1 | 중년 여성, 마을 사람

마을사람2 | 중년 여성, 마을 사람

마을사람3 | 청년 남성, 마을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