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지붕위의 바이올린의 음악성
잔쟈크 루소의 오페라 "부파"에서 비롯되었다는 뮤지컬은 순수성을 띤 대중예술이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뮤지컬 작품이 많이 상연되고 있지만 최근 미국에서 큰 인기를 차지하고 있는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우선 음악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에 단독으로 음악만을 감상해도 흐뭇한 즐거움을 주고 있다. 이 뮤지컬의 음악은 다양한 여러 장면을 잘 표현하고 있는데 소설의 지문과도 같은 구실을 하기도 하며, 때로는 대사를 노래하기도 한다. "샤르트르"는 기악은 구체적인 뜻을 지니지 못한다고 했지만 이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그리 복잡한 관현악법을 쓰지 않으면서도 색채적인 효과와 아울러 구상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 이런 뜻에서도 이 뮤지컬은 성공하고 있다. "지붕위의 바이올린"이란 상징적인 것이지만 바이올린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더라도 설움을 많이 받던 이스라엘을 상징하는 악기이기도 하다.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유태적인 요소가 강렬하지만, 결코 시온사상 즉, 선민의식으로서의 오만한 사상이 아니라, 색 다른 히브라이즘을 보일 뿐이다. 유태계 작곡가 '볼로호'는 시온사상은 죄가 될 수 없으니 세계속의 한 단위로서의 유태적인 색채를 나타내려고 한다고 했듯이 뮤지컬의 작곡가 '제리보크'는 그같이 겸허한 태도로 이 음악을 쓰게 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음악은 우리에게 건전한 상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며, 예술적인 열락을 느끼게 해준다.

무대공연의 기적을 이룩한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이 1964년 공연되었을 때 이 작품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는데 이 작품을 성공시킨 큰 요인의 하나가 모스텔의 탁월한 성격창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1972년 7월 12일 3,242회라는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기록을 수립한 후 1976년 12월 28일 브로드웨이 윈터가든 극장에서 다시 리바이벌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이토록 이 작품의 호소력은 강하고 관객들의 관극욕은 집요했다. 이 작품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 본능을 다루고 있는데 '제리보크'의 감미로운 음악과 '셀튼 하니크'의 감동적인 작사 그리고 '조셉 스타인'의 치밀하게 짜여진 극본은 유태계 러시아인 농부들의 일상적인 생활의 애환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데 있어서 유익한 공헌을 하고 있다. 이작품을 뮤지컬 공연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명작으로 만든 요인은 이 작품의 주인공인 테비에의 성격을 완벽하게 창조해 낸 원작자 '쇼롬 아라이 쉠'의 천재적인 상상력 때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테비에는 이 작품의 핵심이다. 그는 끊임없이 신과의 대화를 지속한다. 그의 회의적인 외경심은 소박한 농부의 생활 속에서 걸러낸 지혜의 소산이었으며 이점에 있어서는 그는 건강하고 철저한 리얼리스트였던 것이다. 테비에, 그의 영악한 아내, 순진한 딸들 그리고 순박한 마을 사람들은 1905년 러시아 땅에서 묵묵히 땅을 갈며 살아가는 가난한 농부들이다. 누더기 같은 옷, 헤어진 옷, 찌그러진 모자, 덥수룩한 수염은 이들의 가난과 이들의 피로감 그리고 좌절 등을 표현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수정처럼 맑고 선한 생애의 의지를 나타내 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무한히 아름답고 밤하늘의 별처럼 초롱초롱하다.

줄거리

제1막

테비에 집 전경
때는 1971년을 전후한 러시아의 한 마을 아나테프가. 유태인들이 독하게 삶의 뿌리를 내리고 사는 이 마을에 새벽에 밝아온다. 차가운 새벽의 공기를 아랑곳 않고 우유장사 테비에와 마을 사람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들의 삶의 투쟁이 시작 된 것이다. 마을사람들이 모여들며 이 작품의 테마곡인 [전통]이 합창으로 울려 퍼진다.

제1장 - 테비에 집 실내
안식일 준비로 분주한 테비에 집에 중매쟁이 옌테 할머니가 찾아온다. 큰딸의 사윗감으로 돈많은 푸줏간주인 라자르를 소개하자 테비에의 아내 골데는 반갑게 승낙한다. 둘째딸과 셋째딸은 언니를 부러워하며 그녀에게도 있을 미지의 신랑감을 꿈꾼다. 큰딸 체이텔은 두 동생을 나무란다. 3중창[중매쟁이]가 발랄하게 무대를 수 놓는다.

제2장 - 테비에 집 전경
우유 수레를 끄는 말이 다리를 삐어, 직접 수레를 끌던 테비에는 피곤에 지친 몸으로, 가난을 한탄하며 독창 [내가 만약 부자가 된다면]을 부른다. 한편 유태인을 추방한다는 불길한 소식이 마을에 전해지자 술렁이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은 러시아 당국을 원망하고 저주하는데 키에프에서 온 청년, 퍼치크가 나타나 그들을 나무란다 .배우지 못한 테비에는 대학생 청년 퍼치크가 마음에 들어 그를 자기집에 초대한다.

제3장 - 테비에 집 실내
집으로 돌아온 테비에가 딸들을 가르칠 가정교사로 퍼치크를 소개하자 다섯 딸들은 환호성으로 그를 맞이한다. 집 식구가 모두 나가자 큰딸 체이텔은 양복장이 모텔에게 중매쟁이가 다녀간 사실을 이야기하며 자신들의 문제를 아버지에게 털어놓을 것을 권한다. 마음 약한 모텔은 테비에를 만나지만 말 한마디 못한다.

제4장- 여인숙
조바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라자르에게 테비에가 나타난다. 테비에는 원래 푸줏간주인 라자르를 싫어하던 터라 둘은 서먹서먹하기가 이를 데 없다. 큰딸과 결혼하게 해달라는 라자르의 구혼요청을 받자, 테비에는 큰딸을 배불리 먹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승낙한다. 축배를 위한 노래 [인생을 위해]가 남성들의 합창으로 우렁차게 펼쳐진다.

제5장 - 여인숙밖의 거리
축배의 술로 얼큰하게 취한 테비에와 마을 사람들 앞에 러시아 순경이 나타나 앞으로 있을 유태인 탄압에 대한 소식을 조심스럽게 전한다. 기쁨에 들떠 있던 테비에는 하나님을 원망하며 독한 술을 마구 들이킨다.

제6장 - 테비에 집 전경
강의를 끝낸 퍼치크에게 둘째딸 호델이 강의 내용에 대해 항의하자 오히려 퍼치크는 그녀를 나무라며 억지로 써 춤을 가르쳐 준다. 한편 큰딸의 혼사를 성사시키고 돌아온 테비에가 그 사실을 밝히자 체이텔은 아버지에게 라자르와 결혼할 수 없다고 완강히 거부한다. 마침 그 사실을 알고 달려온 모텔은 자신과 체이텔은 이미 1년전부터 결혼을 약속해 온 사이임을 밝힌다. 테비에는 유태인의 전통이 깨어지는 아픔을 느끼지만 딸의 행복을 위해 결혼을 승낙한다. 모텔은 신바람이 나서 [기적중의 기적]을 부른다.

제7장 - 테비에의 침실
큰딸의 결혼 대상자를 모텔로 바꿔버린 테비에는 이 사실을 골데에게 알리지 못한 채 묘안을 생각하다가 거짓꿈의 내용으로 그녀를 속인다. 테비에의 꿈인 [양복장이 모텔 캄조일]이 죽은 사람들에 의해 합창으로 불려지는데... 30년전에 돌아가신 체이텔의 할머니가 등장해서 라자르와의 결혼을 반대하고, 신랑은 양복장이 모텔이 되어야한다고 말하자, 이번에는 라자르의 죽은 아내 푸르마라사가 나타나 저주와 증오의 주문을 외운다. 아내 골데는 악마의 꿈이라 단정짓고 큰딸의 결혼상대는 양복장이 모텔로 해야겠다고 생각을 바꾼다.

제8장 - 마을거리
러시아 젊은이들이 셋째딸 샤파에게 접근해 그녀를 희롱하려 하자, 러시아 청년 페드카가 이를 제지한다. 페드카는 샤파에게 마음일 끌려 책을 빌려 주는데, 사양하던 샤파는 그에게 마음이 끌려 책을 받는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페드카의 이름을 몇번이고 되뇌이고 있다.

제9장 - 테비에 집 전경
모텔과 체이텔의 결혼식이 거행되면서 감미로운 음악 [해는 뜨고 해는 지고]가 합창으로 울려퍼지며 축하객들이 무대를 에워싼다. 식이 끝나자 경쾌하고 다이나믹한 춤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절정에 이른다.

제10장 - 테비에 집 전경
결혼식이 끝나고 잔치가 벌어지는데 테비에와 라자르간에 말다툼이 벌어진다. 퍼치크가 이들을 만류하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자아낸다. 마을사람들의 소요가 한창일 때 러시아 순경들이 들이닥쳐 식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뒤 사라진다. 테비에가 멍청히 서있는 가족들을 독려하는데 막이 내린다.

제2막

제1장 - 테비에 집 전경
풍운의 꿈을 안고 키에프로 떠날 뜻을 굳힌 퍼치크는 호델에게 구혼을 한다. 2중창 [이제 나는 모든 것을 가졌네]가 아름다운 선율에 실려 둘의 사랑을 맺어 준다. 행복에 겨운 그들에게 테비에가 나타나 이를 만류하자 퍼치크는 결혼 허락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축복해 달라고 한다. 테비에는 또 한번 전통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끼지만 이를 승낙하고 아내에게 알린다. 아내는 노발대발 역정을 내지만 테비에의 [나를 사랑하오]라는 노래를 듣고는 격한 감정이 눈녹듯 사라진다.

제2장 - 철도역
시베리아로 유배된 퍼치크르 찾아 떠나는 호델을 전송나온 테비에는 가슴이 미어진다. 호델의 독창 [사랑하는 고향을 멀리 떠나서]를 듣고 난 테비에는 딸에게 결혼식만은 격식을 갖춰서 치르도록 당부한다. 떠나는 딸을 보며 테비에는 오열한다.

제3장 - 모텔의 양복점
중고 재봉틀을 구입한 모텔의 양복점은 축하 손님으로 법석댄다. 가게 밖에서는 페드카와 샤파가 그들의 관계를 아빠에게 알릴 것을 약속한다. 테비에에게 이 사실을 고백하자 테비에는 완강히 거절한다.

제4장 - 길
우유 배달을 하고 오는 테비에에게 골데가 급히 달려와 샤파가 집을 나갔음을 알린다. 그뿐이 아니라 페드카와 결혼까지 했다고 하자 테비에는 넋이 나간 채 딸을 그리워하는 독창[샤파레]를 부른다. 그때 샤파가 나타나 자신을 용서하고 버리지 말아달라고 애원하지만 테비에는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제5장 - 테비에 집 헛간
이상한 소문으로 마을사람들이 테비에 집으로 몰려오는데 때마침 순경이 나타나 유태인 추방명령을 포고한다. 마을사람들은 흥분하여 덤비지만 자신들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음을 안다. 마을 사람들의 합창 [아나테프카]가 처절하게 메아리친다.

제6장 - 테비에 집 전경
마을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나기 시작하는데 테비에도 짐을 꾸린다. 중매쟁이 옌테와 라자르도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간다. 짐이 수레에 다 실렸을 때 셋째 딸 샤파가 들어와 아버지께 작별인사를 하려하지만 테비에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눈물을 삼키며 떠나는 샤파에게 테비에는 중얼거린다. '둘을 용서한다'고. 이윽고 테비에와 모든 마을사람들이 정든 땅 아나테프카를 떠나는데 그 뒤를 깡깽이꾼이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