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살다보면 바쁜 일과 중에 유독 무력해지는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은 사람들을 상념에 빠지게 하며, 불가능한 미래를 꿈꾸게 하고, 절망을 과장하고, 이도 저도 아니면 아예 자신의 실존을 망각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그 시간은 개인마다 다르기 마련이라서 찰나적이기도 하고 1분, 1시간, 또는 남은 하루 전부를 좌우하기도 한다. 그 시간은 하던 일을 끝내기엔 너무 이르고, 새로운 시작을 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다.
그 시간은 규정지을 수 없는 시간이며 곧 잊힐 시간이다.
그 시간은 어쩌면 쉽게 잊힐 사람들을 닮아서, 그런 사람들의 흔적만큼이나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규정하기 어려운 시간과 그런 시간을 닮은 사람들 간에는 퍽이나 많은 공통점이 있다.
기억되지 않는 시간과 기억되지 않고 그냥 지나치고 사라진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떠올림은, 진행되는 시간의 지금 한복판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줄거리

삼류 권투선수 봉세, 권투만으로는 생업을 잇기 어려워 흥신소 일을 부업으로 한다. 봉세는 밤낮없이 맞고 자란 자신의 모습을 유일하게 목격한 민지가 불편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호감이 남아있다.

서툰 일 처리 솜씨 탓에 흥신소 소장 필호의 악다구니를 견디다 못한 봉세는 결국 필호에게 반항하고, 기세 좋게 흥신소 일을 관둔다.

소박한 봉세에게도 믿는 구석이 있긴 하다. 동생 봉호.
봉호는 그에게 친동생이자 마음의 의지처이기도 하다.
휴가를 나온 봉호의 소지품 속에서 권총을 발견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