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작품의도
비극의 근원을 이야기할 때 그리스 신화는 최초의 출발점에 다름이 아니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을 것이다.
그 안에 들어있는 이야기는 다양한 변주를 가능하게 한다. 신화속의 모티브는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제공해 준다. 나는 진정 누구인가? 나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과학의 힘이 닿지 않는 곳에는 수많은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의 문을 열기 위해 인간은 여러 가지 신들을 만들어 내었다. 인류가 만들어낸 신들 중 가장 인간적인 것이 그리스 신화의 신들이다. 그들은 인간과 다름없이 질투하고 시기하며 암투를 벌이고 싸움을 일삼는다. 게다가 인간의 삶에까지 끼어들어 방해하고 권모술수를 부린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신들은 그렇지 않다. 전지전능하며 완전한 존재 그것이 신이고 또 그러한 신들이 지금은 각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신은 인간에게 무엇이란 말인가...

오이디푸스 이야기에는 그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우리에게 내어준다. 오이디푸스는 대를 이어 전해지는 인간의 비극을 보여준다. 그리고 신의 말을 지나치게 맹신한 자들의 최후를 보여준다. 신탁을 피하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지만 결국 그 행위로 인해 파멸을 맞는다. 신탁을 피하려는 행위는 신탁을 너무나 맹신하기 때문에 비롯되는 것이다. 신의 말을 따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신을 맹신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오이디푸스를 통해 감지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오이디푸스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아주 지능적인 종교안티인 셈이다. 그리고 운명에 맞서 싸우라는 강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운명을 믿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믿고 싶지도 않다. 인간은 투쟁하는 존재로 태어난 것이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은 핑계거리일 뿐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은 단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죽음”이다.

<오이디푸스 왕>은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안티고네>로 이어지는 ‘테베극’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으로, 테베 카드모스 왕가의 비극적 전설을 토대로 하고 있다. <오이디푸스 왕>은 소포클레스의 대표작일 뿐만 아니라 그리스 비극의 대표작으로 간주되고 있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시학>에서 이 작품을 거의 완벽한 비극으로 평하고 있다. <오이디푸스 왕>의 주제는 인생에 있어서의 운명 혹은 신의 역할, 죄 혹은 무죄의 문제, 거대한 운명의 힘 앞에 무력하기만 한 인간의 무지와 나약, 죄는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신의 법칙의 절대성 등이다. <오이디푸스 왕>은 그리스, 로마의 고전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주제가 인간의 근원적 문제를 다루고 있어 소포클레스 이후에도 위대한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유사한 주제의 문학작품을 낳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줄거리

어머니와 결혼하고 아버지를 죽이게 된다는 신탁에 의해 고향을 떠나 ‘테베’라는 도시로 오게 된 오이디푸스는 도중에 라이오스 왕의 일행을 만나게 되고 그들을 죽인 후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 재앙에 빠진 테베를 구한다. 재앙의 테베를 구한 오이디푸스에게 치러진 대가는 이오카스테 왕비와의 결혼과 더불어 테베의 왕위였다. 그 후 수년이 흐른 뒤 온갖 재앙과 역병이 테베를 덮친다. 테베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라이오스 왕의 살해범을 찾아내야 한다는 신탁에 따라 범인 찾기에 총력을 다하던 중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증거들을 알아가게 된다. 오이디푸스는 왕비 이오카스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의 정체에 대해 파고들게 되고 결국 자신이 저주받은 운명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음을 깨닫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