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이 시대에 왜 신화인가?

우리민족의 원형적 심성을 담아내고 전통연희를 담아내는 새 그릇을 만들고자 한다.

신화의 세계는 주술적 세계이며 감성과 정서의 비이성적 세계, 꿈꾸는 세계, 모든 기적이 실현 가능한 예술적 세계이다. 신화와 꿈은 같은데서 온다. 신화는 오랜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류가 꿈꾸고 상상하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의 발견이다. 오늘날에도 신화는 믿음으로, 삶의 메시지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 21세기의 초입, 경쟁과 대결구도가 지배하는 현대 자본주의 시대는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혼돈과 혼란으로 가득하다. 이러한 때 ‘우리가 궁극적으로 걸어야 할 내면의 길 안내자’로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서있는 바리데기 신화를 들여다 보려한다. 바리데기는 우리 민족의 고난 극복의 전형을 보여준다. 바리데기가 혼돈의 난세 속에서 자신이 자신을 위해,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

지역문화의 전통 안에서 현대화 또는 세계화를 향한 나름의 독특한 양식을 모색해본다. 잘 시도되지 않았던 남해안별신굿 연희 수용, 잊고 있었던, 몰랐던 우리 신화와 지역의 연희에 대한 발견, 무대 위에 우리의 전통의 복원, 재해석은 바리의 정체성 찾기와 함께 우리의 주체성 찾기와 직결되는 작업이다. 이는 21세기 혼돈의 문화 속에 지금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연극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기도 하다. 신화가 지닌 교훈성이 주제가 되고 그림자극, 움직임의 양식화, 굿놀이, 무가 등 다양한 재미와 볼거리로 구성된 공연을 기획해 본다.


제작특징
- 한국식 뮤지컬, 전통가무악극 
- 작품의 재해석과 연희의 완성도를 높여 재공연의 의미를 살 리는 계기 마련 
-  바리데기 본풀이를 통해 광대들이 올리는 시대 해원굿 
- 삼현육각의 라이브 연주 
- 야외극 버전으로도 준비하여 지역 축제에 참가 
- 준비기간 3개월, 제작 및 연습기간 최소 6개월 
- 지역 전통연희의 수용의 폭을 넓혀 경남을 대표하는 문화 상품으로 개발

줄거리

1. <열림굿>
극장 로비에서부터 광대들에 의해 굿이 진행된다. 이 시대의 굿판, 즉 살아갈수록 근심걱정이 많아지는 시절 속의 가엾은 중생들을 위한 시원한 해원굿 한 판이 벌어지는 것이다.
로비에서 진행된 당산굿이 끝나면 광대들은 관객들과 함께 극장으로 들어온다. 무대 위로 올라가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과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지금 세상과의 맺힌 마음들을 불러 판에 모시는 들채굿을 한다. 여는 마당을 주도하는 까치1,2는 극의 굿을 주도하는 옥녀무당과 함께 극의 서사를 담당한다. 바리가 궁을 나와 황천강을 건너기 전까지는 까치로 바리의 길동무가 되어주고 지옥부터는 까치 신령으로 바리를 돕는다. 극의 서사적인 부분을 담당할 때는 우리의 전형적인 광대의 역할이다. 악사들과 한 조를 이루어 극 전체의 신명을 돋우는데 한 몫을 한다. 소리를 담당하는 까치1과 북과 추임새를 담당하는 까치2로 구분된다. 그리고 본격적인 굿판에 앞서 판을 씻는 부정굿을 마치고 나면 해미광대가 나와 소리, 춤, 재담을 통해 놀음을 논다. 관객들은 굿이 진행될 마을의 사람들로 설정되고, 어울려 밤새 놀며 화합을 도모. 자정을 넘겨 새 날이 밝기를 기다리며 본격적인 광대굿이 시작된다. 까치1,2와 해미광대에 의해 이 극의 장소인 불라국이 소개되고 이 나라가 처한 상황이 드러난다. 

2. <하늘이 바리를 세상에 내놓다.>
불라국 오구왕이 결혼을 하려고 문복을 하게 되는데, 점쟁이는 “금년에 대왕께서 혼례를 하게 되면 공주만 일곱을 낳을 것이고 내년에 혼례를 하면 왕자 셋을 낳을 것”이라고 예언을 한다. 하지만 왕은 지금 왕비인 길대부인의 미모에 혹해 점쟁이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그 해에 결혼을 한다. 오구대왕과 불라국의 불행이 시작된다. 사람은 제 뜻대로 또는 자기를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해서는 건강한 삶을 살 수 없다. 하늘의 천기와 땅의 지기가 상호 교섭하는 이치 속에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땅을 가리고 때도 가려서 천지의 기운과 사람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며 생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한 혜안이 필요한데 오구대왕은 젊은이의 만용으로 무시하고 장가를 간다. 천지와 사람의 조화가 깨져 딸만 자꾸 낳아 정치적 혼란을 초래하고 나라는 홍수며 자연의 재해로 암흑이다. 왕의 권위보다 나라의 안위를 먼저 생각했더라면 이런 불행은 없었을 것이다. 오구대왕이 길대부인의 미모에 미혹되어서 혼인을 서두르다 왕으로써 포부를 실현하지 못 한다. 이 혼인은 자연의 이치를 거스른다. 부부는 6명의 공부를 낳게 되고, 일곱째 아기도 낳고 보니 또 공주이다. 너무 화가 난 왕은 일곱째로 태어난 공부를 옥함에 넣어 강물에 띄워버린다. 이후 7년 가뭄과 7년 장마로 백성들은 큰 고통을 겪는다. 바리데기가 15세가 되었을 때 왕은 병이 들고, 여섯 공주와 사위들은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백성들은 혼돈스러운 나라를 되살리기 위해 왕의 병을 낫게 해달라며 나라굿을 지낸다. 그리고 하늘로부터 신탁을 받게 되는데, 바리공주를 내버린 죄로 병이든 것이며 병을 고치려면 내버린 공주를 찾아내어 서천꽃밭의 약수를 길어다가 먹어야 된다며 바리공주를 세상에 내 놓는다. 

3. <서천, 꽃 그늘 아래>
신탁에 의해 바리로 지목되어 어머니를 만나는 바리, 그러나 인신공희처럼 오구대왕 살려달라는 제에 인간제물이 된 것이다. 백성들은 극심한 기근과 사위들의 권력 다툼 틈바구니에서 살길을 잃은 사람들이라 바리에게 제물이 되라하고, 부모는 자기들 살자고 자식을 사지로 내몰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바리는 하늘이 내린 운명, 그러나 사람이 사는 운명, 사람 손으로 내 운명 밝혀보고 고쳐보겠다며 약수를 구하려고 여행길에 오른다. 바리공주는 죽음의 의식을 치루고 저승세계를 지나서 서천꽃밭에 도달하고, 약수를 지키는 동수자를 만나 결혼한다. 불라국의 불행의 원인은 오구대왕의 치기에서 비롯된 결혼이다. 신성혼, 가장 신화적인 사랑이 가장 현실적인 사랑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버지의 실수로 인한 혼돈은 바리와 동수자의 사랑과 혼인에 의해 천지가 조화롭게 회복 된다. 땅에서 버림받은 여인과 하늘에서 버림받은 자의 결합이다. 약속한 아들 7형제를 낳자 하늘은 남편과 자식들을 하늘로 데려간다. 가족 이별의 아픔을 겪고서야 비로소 약수를 얻어 돌아온다. 바리공주를 기다리던 왕은 이미 죽어 장례를 지내고 있는데, 바리공주가 나타나 황천강 강가에서 아버지를 만난다. 바리, 진심으로 통회의 눈물을 흘린다. 지난날 원망, 서러움, 아픔, 슬픔이 모두 쏟아져 내린다. 바리의 눈물 오구 대왕에게 떨어져 내리고 오구 대왕 눈을 뜬다. 진정한 생명수는 희생을 통한 깨달음, 그리고 뉘우침의 눈물인 것이다. 사랑의 온 마음을 담은 바리의 눈물. 사막, 황천강, 십지옥, 서천, 하늘의 동자수와 일곱아들, 세상의 눈물을 담은 바리의 눈물이 생명수 되어 오구 대왕을 살린다. 그러나 바리는 서천 여행길에 본 이승과 저승에서 버림받아 구천을 헤매는 사령들을 인도하기 위해 이승을 등지고 떠난다. 백성들에 의해 바리는 신으로 좌정되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로비로 다시 나오는 광대들 걱정, 근심, 눈물이 담긴 관객들의 소원종이를 바리의 꽃신에 담는다. 시원한 굿이 벌어진다. 삶 속에 연극은 녹아 들며, 바리와 관객들 하나되어 온 세상을 축원하는 춤을 추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