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기획의도
극단 골목길의 신진여성연출가 ‘이은준’이 이번엔 직접 쓰고 연출하는 '속살'을 무대 위에 올린다.
극작으로서 처녀작인 그녀의 본 작품을 통해 극단 골목길 뿐 아니라 대학로의 소극장 연극에 봄바람처럼 따사로운 새바람을 불러줄 것이라 기대한다.
먼 얘기, 다른 사람 얘기가 아닌 가깝고 정겨운 우리네 이야기를 ‘이은준’ 특유의 잔잔하고 섬세한 무대언어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감동과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 기대한다.

작품의도
전화기를 보았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번호가 저장되어 있었다.
전화 할 곳이 없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을 알고 지내며 우리는 산다.
그리고 그 이름을 친구라 포장하고 지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한참을... 다른 사람들을 관찰해 본다.
서로 그냥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필요에 의해 만나고 비슷비슷한 겉모습들로 포장한채 몰려다니는 사람들을 본다.
그들에게 그건 어떤 위로가 되는 것 같다.
그 모습이 너무 슬프다...
하지만 난 적당히 필요에 의해 만날 사람도 없다.

오랜 우정을 간직한 나의 친구가 옛 기억을 추억삼기도 하고...
어릴적 꿈 이야기를 꺼내어 소박한 꿈을 다시금 그리기도 하고...
바쁜 일상과 일상안의 물질 속에서 우정과 사랑조차 잊어버리기도 하고...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꿈 많던, 순수했던 젊은이들...
과연 그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거칠고 퉁퉁 부어오른 피부속에 속살로 숨어버린 것일까?
나의 속살이 궁금하다...

줄거리

여기 사이좋은 고등학교 단짝친구 네명이 있다.
상필이는 똑똑한 영석이, 호탕한 형기, 순한 경식이와 젊은 패기로 늘 몰려다닌다.
세월이 흘러, 경식이는 식육점을 운영하고 있다.
상필이는 허구헌날 경식이네 가게에서 싸움을 일으키고, 형사가 된 형기는 그때마다 싸움 뒤처리를 하느라 애를 먹는다.
상필의 첫사랑인 경진은 그때마다 남편인 경식보다 상필을 걱정하고 챙긴다.
식육점에 빌붙어 사는 만년 고시생 안경도, 상필이 친동생 상준이도 그런 상필이를 미워 할 수 없다.
그러던 어느날, 상필이가 행방불명이 되었다.
모두 한자리에 모여 걱정을 하고 있는데, 그때 걸려오는 한통의 전화........
그리고 이제 그들이 말한다.
"이젠 친구는 없어지고 아는 사람만 있는 것 같다. 그냥 아는 사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