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연변엄마
2011년 서울문화재단 공연예술창작활성화지원사업 선정작


<연출의도>

한 가정과 그를 둘러 싼 사회는 닮아 있다. 사회학적으로 가정은 사회의 축소판이며 그 최소단위이다. 가정과 사회는 서로 닮는다. “안과 밖은 닮는다.” 그러나 이 닮음은 사회학적으로뿐만 아니라 현상적으로, 문화적으로 너무나 잘 목도되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 극에서 연변엄마 복길순이 전씨 집안에서,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점점 자본주의적 물신주의에 동화되고 허물어지는 것을 보면서, 즉 안과 밖이 한 여인을 어떻게 배척하고 어디로 몰아가는 가를 보면서 그것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관객들은 이러한 과정의 전개를 건조한 잔혹성보다는 부조리함의 웃음으로 동참하게 될 것이다. 또한 관객은 극이 진행되고 나서 어느 한 순간 잃어버린 우리 본래의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한 순간 한 순간 잃어감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어떠한 외면적 상징성들이 이와 같이 극을 적절한 거리를 가지고 지켜보게 할 것이다.


<기획의도>

가장 밑바닥에서 한국을 보다.
사회학자 김동춘은, “한 사회를 가장 잘 알기 위해서는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그 사회를 보면 된다”라고 했다. 그 사회를 살아내고, 사회의 부조리와 물질적인 부족을 견뎌내는 것은 결국 '가장 밑바닥'의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 '가장 밑바닥'의 사람들이 그 사회를 설명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린피그는 작품 <연변엄마>를 통해서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각이 아닌 아래에서 이 사회와 구조를 올려다보는 시작을 통해 이 사회가 가지는 자본주의의 논리와 그로 인해서 상실되어 가는 정서, 그리고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던 인간적이었던 감수성에 대해서 냉정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연극 <연변엄마>는 한국에서 가정부 일을 하게 된 연변엄마의 삶을 통해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이방인일 뿐인 '가장 밑바닥'의 그들-여성이주노동자-의 눈을 통해서 한국 사회를 바라본다. 그녀들의 시선을 통해서 가감 없이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사회와 개인, 집단에 편재한 모순들을 드러내어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길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자 한다.

긴 호흡과 섬세함을 통한 연극적인 완성도의 추구
소외된 자의 위태로운 삶으로 평범한 진실을 말하는 작가 김은성. 인간과 현실에 대한 섬세한 지각과 통찰력으로 우리의 내밀한 모습을 보여주는 연출가 박상현. 긴 호흡을 갖춘 작품과 그 호흡을 적절히 그리고 정확히 소화할 수 있는 연출과의 만남은 그 주류를 거슬러 오름에도 충분히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 여기에 연출이 보여주고자 하는 사실주의적 텍스트에 대한 상징적 표현, 입체적인 공간 연출과 다양한 시청각적 무대 언어는 연기자들의 집중된 앙상블과 이완된 희극성의 교차와 함께 관객들에게 신선하면서도 깊이 있는 관극 체험을 선사할 것이다.

사투리를 통한 한국식 사실주의 연극의 가능성
연극 <연변엄마>는 연변사투리를 비롯한 전국 팔도의 사투리가 등장한다. 다양한 사투리는 관객에게 듣는 재미를 더하고, 그 사투리를 극대화시키는 인물들 간의 조합은 새로운 한국식 사실주의의 가능성을 열 것이다. 다양한 사투리를 사용하는 인물들, 그 사투리가 조화롭게 설정된 캐릭터들, 그리고 그들이 당연히 있어야만 할 것 같은 실제적인 장소들-고급아파트, 승합차, 철공소, 캬바레, 경마장, 안마시술소 등- 이러한 인물과 공간에 대한 조화는 한국식 정서의 리얼리티를 만들어 낼 것이며, 사투리를 코믹적인 요소나 전체적인 작품의 분위기에만 사용하는 현재 연극적인 사투리 사용에 대해서 새로운 시도와 시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줄거리

치매에 걸려, 걸핏하면 똥을 싸는 전직 육군 장성, 전희복.
집에서는 늘 자상하지만 전투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아버지, 전강돈.
딸이 의대에 가기만 하면 뭐든지 다 해주겠다는 어머니, 금보미.
"자동차의 시대,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며 진보를 자처하는 아들, 전우진.
우리나라는 왜 이리 구리냐며 프랑스에 가고 싶어하는 딸, 전다은.

이들이 사는 고급아파트에 새로운 가정부가 들어온다. 연변에서 온 복길순. 복길순의 목표는 두 가지, 한국에서 소식이 끊긴 딸을 찾는 것과 서울에서 다리를 다쳐 돌아온 아들의 수술비 천 만원을 버는 것. 그 전까진 연변에 돌아가지 못한다.
이야기는 복길순이 팔천이백 원을 들고 한국 땅을 밟았던, 삼월부터 시작된다.

프랑스병에 걸린 전다은은 천 만원짜리 프랑스 푸들을 사달라며 졸라대고, 진보를 외치는 전우진은 총학생회장 선거 출마를 결심한다. 연변엄마는 딸을 찾기 위해 서울, 안산, 대구를 오가지만, 딸은 찾지 못하고 딸과 내연남이 진 빚만 대신 갚는다.

한편, 연변엄마는 해남에서, 딸이 눈이 멀어 섬에 팔려갔다는 얘기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