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그리움을 위하여>는 유복한 마나님과 그녀가 마음대로 부려먹는 가난한 사촌동생이 칠십 먹은 할아버지 어부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언니 동생 간의 대화체 소설이다. 고 박완서 작가는 풍요로움도 궁핍도 사랑도 상실도 그지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껴안으며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 임을 조용히 속삭인다.
우리의 아픔이란 다름 아닌 '그리움의 상실'이라는 사실, '마음의 메마름이야말로 우리 불행의 근원이고, 그리움이야말로 축복이다'는 주제가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온정적이긴 하지만 상대적 부유함 속에 녹아 든 인간의 이기적 속성, 그에 따른 여러 일상적 행동 양태 등에 대한 얄미울 정도로 날카로운 서술이나 묘사는 가히 '박완서 표'라 할 정도로 이미 하나의 경지라 할 만하다.

줄거리

두 노인네가 있다.
화자인 '나'는 상대가 되는 사촌여동생보다 나이가 여덟 살 위인데, 제법 풍족한 노년 살이를 하고 있다. 반면 사촌동생은 '나'의 집에 파출부식으로 일하며 얻어 먹고 사는 빈핍한 노년살이다. 소설은 그런 두 사람 사이의 살아가는 이야기다.
두 사람의 수다가 지속되는 재미와 함께 술술 읽히다가 일상의 남루한 지속에 반전이 생긴다. 동생이 어느 날 훌쩍 아는 민박집이 있는 남쪽섬으로 가서 임자를 만나 연애하고 결혼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점잖은 늙은 뱃사람과 사촌 여동생의 만남,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작중 화자의 표현대로 우리에게 "칠십에도 섹시한 어부가 방금 청정해역에서 낚아 올린 분홍빛 도미를 자랑스럽게 들고 요리 잘하는 어여쁜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풍경이 있는 섬", 바로 '그 섬에 가고 싶다'는 본원적 그리움을 일으켜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