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2011년 여름, 동교동 다리에서 시작되는
다리정기공연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작년 4월 홍대 지역에 개관한 가톨릭청년회관 ‘다리’는 “공연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청년 복합문화공간”으로 2011년 <다리의 봄>을 시작으로 여름-가을-겨울 로 이어지는 시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봄에 문화예술을 통해 청년들과 만나 싹을 틔우고, 이제 그 잎이 더욱 무성해진 <다리의 여름>(6-8월). 이번 시즌, 연극을 통해 우리가 함께 하고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다리정기공연> 첫 번째 시리즈를 마련하였다. 지금 동교동 ‘다리’에서는 나이, 성별, 직업, 종교를 초월하여 만난 청년들이 ‘다리’ 밖 그 누군가에게 전해질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만들어가고 있다. 이미 ‘다리’를 만났던 사람들, 이제 곧 ‘다리’를 만나게 될 사람들을 <다리정기공연> 그 첫 번째 이야기로 초대한다.

철거를 앞둔 서울의 한 동네, 그곳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 벌어진다.
얼마 전, 홍대 인근의 작은 용산, ‘두리반’ 식당은 농성 531일 만에 그들이 원하는 방향의 이주 대책 합의를 이뤘다. 1년 5개월여의 시간동안 ‘두리반’에 자발적으로 모여든 예술가들의 지지로 강제 철거에 맞서 힘겹지만 즐거운 저항으로 얻은 결과다. ‘작은 용산’이라 불릴 만큼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두리반’의 이야기. 하지만 그 이야기는 비단 ‘두리반’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어느 동네에서 벌어지고 있는,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아주 흔한 이야기’다.

지난 몇 년간 매일 같이 들었던 이야기, <없는 사람들>의 ‘아주 흔한 이야기’
특별하지만 아주 흔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두리반’. 그곳에서 8차선 도로를 건너 거대한 몇 개의 빌딩을 지나 가톨릭청년회관 ‘다리’가 있다. ‘다리’가 소개하는 첫 번째 연극 <없는 사람들>은 철거를 앞둔 서울의 한 동네에서 벌어지는 ‘아주 흔한 이야기’다. 그 이야기 속에는 끝까지 떠날 수 없는 사람들과 이제 그만 포기하고 떠나려는 사람들, 누군가를 떠나보내기 위해 고용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우리와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분명히 있는(존재하는) 사람들이면서 동시에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과연 같은 시간, 이웃 ‘두리반’의 이야기처럼 희망을 만나 볼 수 있을까. 2011년 7월, 가톨릭청년회관 ‘다리’의 첫 번째 정기공연이자, 극단 ‘다리’의 초연작인 <없는 사람들>에서 서울 어느 곳, 그 이야기가 시작된다.

줄거리

철거를 앞둔 서울의 한 동네, 이곳에는 젊은 신부님이 계시는 성당이 하나 있다. 그 성당에는 동네에서 김밥 집 ‘소풍’을 하는 연희 엄마와 같은 김밥 집에서 일하는 영식 엄마, 부동산을 하는 박복덕이 다니고 있다. 연희 엄마가 하는 김밥 집은 이번 재개발에 포함되어 철거를 위해 집을 비워주어야 하지만 부당한 보상과 처우 때문에 나가지 않으려 한다. 특히 연희 아빠는 철거에 반대하여 동네 사람들과 힘을 합해 철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연희 엄마는 계속되는 용역들의 행패에 지치기도 했고 딸 연희를 위해 이만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한편 영식 엄마 네는 집이 재개발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전세가 너무 올라 집을 비우고 숙식이 제공되는 식당으로 가려고 하고 있다. 복덕은 같이 성당에 다니는 동네사람들과 사이가 좋지만 전세 값 때문에 사람들이 집을 나가면 그 집을 중개해서 돈을 버는 위치이다.

그러던 영식 엄마의 이사 전 날 신부님과 복덕 연희 엄마 아빠 모두 모여 영식 엄마의 송별회 자리를 소풍에서 마련한다. 모두들 흥겹게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지만 마음속의 심란함과 아쉬움은 감출 수 없다. 연희 아빠는 이 자리에서 본인의 답답함을 신부님께 토로한다. 연희 엄마는 그런 연희 아빠를 말리다 둘은 말다툼을 하고 연희 아빠는 송별회 자리를 나간다. 잠시 후 소풍으로 돌아온 것은 연희 아빠가 아닌 머리에 상처가 난 용역이다. 연희아빠는 골목길에서 용역과 시비가 붙었고 그러다 연희 아빠가 엉겁결에 용역을 밀어 용역이 다친 것이다. 용역이 쓰러진 것에 당황한 연희 아빠는 영식이네로 도망을 간다. 용역은 연희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김밥 집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하고 그런 용역을 달래러 신부님은 말을 걸지만 용역은 화를 내며 나가버린다. 이렇게 나가버린 용역은 하교하는 연희를 만나 행패를 부린다. 중학생인 연희는 mp3로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고 콜라를 좋아한다. 그런 연희는 친구 영규와 여느 때처럼 집에 같이 돌아오고 있었고 걸어오는 연희를 보고 용역은 등굣길에 매일 따라 다닐 거라고 겁을 준다.

용역은 연희에게까지 이주를 하라고 압박을 하고 연희 아빠는 여전히 영식이네에 숨어 있고 해결이 될 것 같지 않은 답답하고 괴로운 날들이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