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기획의도
일본의 세계적인 풍속화가 샤라쿠가 조선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일본의 아사히TV에서도 샤라쿠를 조선의 김홍도라는 가설로 프로그램을 제작한바가 있다. 최근에는 신윤복이 샤라쿠라는 가상소설도 출판되었다. 물론 본 작품도 조선의 한 화가가 일본의 샤라쿠라는 가설에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단지 그러한 가설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샤라쿠가 누구인지, 또 김홍도인지 신윤복인지는 크게 중요치 않다.
본 작품은 조선 미술의 르네상스라고 할 정조시대, 한동안 색(色)에 무심했던 조선이 한 화가를 통해 잃어버렸던 색을 찾는 과정과 그 색이 한편으론 사랑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는 이야기이다. 그리하여 관객들에게 진정한 정조시대 미술의 르네상스가 무엇이었는지를 예술성 높은 내용과 형식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조선의 선(線), 색(色)을 만나다-
본 작품은 그동안 영화나 TV 드라마로 만들어졌던 김홍도와 신윤복의 다소 상업적인 코드를 지닌 작품들과는 형식과 내용이 다르다. 조선의 線이 일본의 色과 만나는 것을 드라마적 구성으로 엮었다. 조선 미술의 르네상스라고 할 정조시대, 한동안 백색에 집착해있던 조선이 한 화가를 통해 잃어버렸던 色을 찾는 과정과 사랑이야기를 예술적이며 탐미적인 연출로 형상화하여 관객들에게 진정한 정조시대의 미술의 르네상스가 무엇이었는지를 완성도 높은 예술적 공연양식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일본의 가부끼적인 요소와 선과 색을 찾는 화가의 그림을 통해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표현될 것이며 그 속에서 벌어지는 게이샤, 여형배우, 몰락한 사무라이와의 얽힌 사랑관계식은 한층 흥미를 더해줄 것이다.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고뇌와 아야카라는 소녀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선사해 줄 것이다.

줄거리

한 미모의 조선화가가 현해탄을 건넌다. 새로운 그림의 대한 기갈, 새로운 형식의 대한 고뇌, 비천한 신분으로 인해 술과 여자로 나날을 보내던 화가는 스승의 권유로 일본지도를 그리는 밀명을 받고 일본으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싣는다. 화가는 돈이 떨어지자 마침 유곽 거리인 요시와라에서 출판사를 경영하는 츠타야를 만나 그림을 출판할 기회를 얻게 된다. 출판되자마자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 화가는 괴로워한다. 자신의 그림이 독창적인 예술성을 성취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점점 주색에 빠져드는 화가. 화가는 실제적인 색깔에 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는 스케치만 하고 색깔은 아야카란 작은 소녀가 맡는다. 단지 여자에 대해서 집착하는데 그러다가 게이샤를 통해 일본의 색을 만나게 되지만 그것도 진정한 색(극중인물 아야카, 도미사부로와 같은)이 아니라 겉으로만 화려한 게이샤를 쫓는다. 게이샤는 단지 도미사부로의 사랑을 얻기 위해 화가를 이용할 뿐이지만 화가는 개의치 않고 게이샤에게 빠져든다. 화가를 짝사랑하는 여형배우 도미사부로는 여자의 진실한 내면을 보지 못하는 화가를 보고 안타까워한다. 순수한 소녀 아야카도 화가의 무관심에 마음 아파한다. 그렇지만 화가를 위해 일본 지도를 몰래 복사하다가 들켜 화가가 입고 있던 하얀 조선 선비옷에 기대어 죽어가는 아야카, 그녀의 몸에서 새어나온 피가 화가의 옷을 붉게 물들일 때 그제서야 화가는 진정한 색을 찾게 된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인간의 대한 사랑, 그것이 르네상스의 본질이듯. 그렇게 선(線)을 주고 색(色)을 받아서 조선으로 돌아간다. 사랑을 모르고 여자를 몰랐던 화가의 화선지에 여자가 들어오고 꽃이 피 듯 화가는 그렇게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아야카를 통해 진정한 색을 찾게 된 것이다. 결국 한 조선 화가의 예술가로서의 고뇌가 이 작품의 주된 모티브이다. 그리고 게이샤, 여형배우, 몰락한 사무라이와의 얽힌 사랑관계식은 연극적 재미를 줄 것이며 특히 아야카라는 소녀의 화가를 향한 순수한 사랑은 흥미와 애틋함도 안겨 줄 것이다.

캐릭터

화가 | 조선의 화가. 도슈샤이 샤라쿠. 정조의 명으로 일본지도의 밀명을 받고 에도에 가지만 일본 색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성을 성취하고자 고뇌한다. 얽힌 사랑에 괴로워한다.

아야카 | 사토 아야카, 10대 후반의 여자, 초보 스리시 (판화에 색을 넣어 찍어내는 사람), 조각수 사토 마사요시의 딸. 화가의 정체를 알게 되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화가를 사랑한다. 화가를 위해 일본지도를 몰래 빼돌린 것이 탄로나 결국 칼로 자신의 가슴을 찌른다.

도미사부로 | 나카야마 도미사부로, 당대 최고의 여형배우(가부키배우며 여자役을 전담하는), 하나코花子라는 예명으로 유명한 미남자. 화가의 명작이 되는 인물화의 주인공. 화가를 사랑하지만 결국 화가를 위해 목숨을 버린다.

링고 | 아카이 링고(붉은 사과라는 뜻), 유곽 요시와라의 일급 게이샤. 도미사부로를 사랑하지만 화가와의 관계를 알고 일을 꾸민다.

사토 | 사토 마사요시, 아야카의 아버지, 위대한 화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장인정신이 투철한 호리시(판목을 새기는 사람). 주인공 화가의 특출한 재능에 기뻐하고 큰 기대를 건다. 하지만 딸이 화가에게 몸이 더렵혀졌고 일본에 대한 매국행위인 일본지도를 넘겨준 것을 알고는 딸에게 칼을 건네주고 자신도 자진을 한다.

츠타야 | 츠타야 주자부로, 한모토(版元, 출판기획 판매를 담당하는 사람)이며 화가에게 그림을 그릴 것을 계속 종용한다.

켄이치 | 사카모토 켄이치, 몰락한 무사武士. 도미사부로를 사랑하는 사무라이. 도미사부로가 화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는 화가를 죽이려한다. 공연도중 도미사부로의 인물화를 그리고 있던 화가에게 칼을 휘두르지만 도미사부로가 몸을 던져 화가를 구하고 대신 칼을 맞고는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