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바람 잘 날 없는 다섯 식구 이야기
부모와 자식, 형제 또는 부부 등 가족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을 받아 왔다. 가족 간의 사랑이나 갈등은 익숙하고 일상적인 것이어서 다른 무엇보다도 쉽게 공감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혈연관계라는 조건하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폭은 그만큼 협소 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 ''가족'' 이야기의 폐쇄성 앞에 ‘식구(食口),’ 이름으로 질문을 던져본다.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는 핏줄이 아닌 동반을 찾아가는 길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그려내고 있다.

울렸다 웃겼다, 다섯 식구가 주는 깨알 같은 재미
사연 많고 핑계도 많은 두 할머니와 세 동물들의 일상은 후라이판 위의 콩처럼 어디로 튈지 모를 좌충우돌의 연속이다. 도살장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쳐 나온 개 ‘몽’과 부잣집에서 호식하며 살다 하루아침에 버림받은 고양이 ‘냥’, 그리고 날이 갈수록 출산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암탉 ‘꼬’의 현실적인 고민들과 너무나 다른 두 할머니의 다툼과 화해가 하루하루 엮이면서, 그들은 한 양푼에 버무려지는 비빔밥같은 식구가 되어간다.
아이돌 안 부러운 할매둘의 귀요미와 동물연기는 기본, 치킨 배달원부터 경찰, 사진사, 방송국 PD까지 변신을 거듭하는 세 배우의 트랜스포머식 연기도 작품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우리들의 이야기, 그래서 더 감동적인 이야기
‘식구를 찾아서’는 점점 화려해지는 공연 시장에서 스펙타클한 세트나 효과로 눈을 즐겁게 하기보다는 시골 할머니의 밥상처럼 친근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뮤지컬이다. 스릴 넘치는 반전이나 달콤한 로맨스는 없지만, 주변에서 쉽게 보고 겪을 수 있을법한 소박하지만 톡톡 튀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를 통해 짜릿하게 또는 찌릿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저릿하게 관객의 가슴에 남을 것이다.

줄거리

대구의 팔현마을.
박복녀 할머니는 몽이라는 이름의 개, 냥이라는 이름의 고양이, 꼬라는 이름의 닭과 함께 살고 있다. 개성만큼이나 식탐도 가득한 세 짐승과 살고 있는 박복녀에게 어느 날 또 한명의 할머니 지화자가 주소가 찍힌 우편봉투를 들고 찾아온다. 지화자는 이곳이 자기 아들집이라고 우기며 한사코 나가려하지 않는다. 실랑이 끝에 이들은 지화자의 아들을 찾으러 경찰서, 우체국 등을 찾아다니고, 마지막으로 전단지를 만들기 위해 사진관을 들른다. 사진을 찍고 화장을 해주면서 서로 정이 든 두 할머니는 당분간 박복녀의 집에서 같이 살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화자가 그녀의 죽은 딸의 유품을 늘어 놓은 것을 보고 화가 난 박복녀는 지화자를 쫓아내는데...

캐릭터

지화자 | 어린나이에 후처로 들어간 집에서 만난 아이를 자식으로 기르며 살았으나, 자식은 사업이 망하자 요양병원에 6개월 치 입원비만 내놓고 중국으로 이민을 가버린다. 갈 곳이 없는 그녀는 아들이 보낸 편지의 주소지인 박복녀의 집에 얹혀살면서 타고난 식탐과 탐험정신으로 여러 가지 사건들의 원인이 된다.

박복녀 | 폐지도 줍고, 산에서 도토리 줍고 나물도 캐서 파는 71세의 억척 할매. 10살도 안되어서 딸이 죽고는 말 못하는 동물들과 함께 긴 세월을 혼자 살아왔다.

| 닭. 박복녀가 키워서 계란도 받아 먹으려고 시장에서 사온 닭이다. 자신이 알이 무정란인지도 모르고 지키려하는 모성애를 가졌다. 늘 "계란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 고민하는 꼬이지만, 배달 온 양념통닭에 입맛을 다시는 어쩔 수 없는 잡식동물이다.

| 개. 길 잃고 헤매는 강아지를 박복녀가 데려와 키운다. 밥을 좀 많이 먹어서 구박을 받기는 하지만 누군가에 사랑을 듬뿍 받고 살았던 개였음에 분명하다.

| 고양이. 박복녀의 집에 밥을 훔쳐 먹으러 들어왔다가 박복녀에게 붙잡혀 뒤지게 혼이 난 고양이다. 그 후 박복녀는 냥의 밥을 마당 한 켠에 놔주고, 냥도 밥 때가 되면 와서 밥을 얻어먹기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식구가 된다. 꽤 부잣집에서 키워진 듯한 럭셔리함이 지화자의 허세와 꿍짝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