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2011 과학창의재단 융합문화지원사업 선정작 <과학하는마음-숲의 심연 편>

기획의도
과학 연극의 권위자 히라타 오리자의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를 아우르는 생명과학 소재 연극의 결정판 <숲의 심연 편>.
<과학하는마음-숲의심연 편>은 2006년부터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에서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 히라타 오리자의 <과학하는마음> 시리즈의 새로운 버전이다. 이번 <숲의심연 편>은 유인원 연구를 둘러싼 토론을 본격화한 과학연극이다. 또한, 그간의 <과학하는마음>과는 달리 일본이 아닌 한국인의 상황으로 번안하여 친근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과학에 대한 담론에 그치지 않고 자본의 논리와 불평등의 문제, 민족 및 인종의 문제 등 그전의 <과학하는마음>을 넘어서는 새로운 공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수준 높은 과학 연극
<과학하는마음>의 미덕이라고 한다면 바로 ‘재미’일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히라타 오리자 식의 `조용한 연극`, 혹은 `일상적 리얼리즘`을 한국인들의 기질과 그 일상에 적용시키는 시도를 하고자 한다. 그리고 히라타 오리자 작가 특유의 잦은 침묵, 동시다발대화 등 <과학하는마음>은 연극적인 재미가 가득한 작품이다. 또한, 전문지식을 남용하는 어려운 공연이 아닌, 과학자들의 일상 속에 묻어나는 과학과 삶의 문제를 유머러스하게 전함으로써 과학을 쉽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끔 한다. <과학하는마음>은 과학 전공자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예술과 과학의 만남
요즘 과학과 인문학, 과학과 예술의 소통과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순수과학이 그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이때, 이런 일련의 작업들은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주목해야 할 시도로 평가 받고 있다. <숲의심연 편>은 연구를 위해 아프리카로 파견되어 헌신하는 과학자들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그리며 첨단과학의 정보를 재미있고 편하게 관객에게 전달한다. 이번 공연을 통해 과학의 대중화와 연극 소재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기존의 <과학하는마음> 시리즈가 과학도들의 일상을 통해 과학에 접근하고 사유하는 공연이었다면 <과학하는마음-숲의심연 편>은 현대 과학이 제기하는 인간에 관한 철학적 질문을 보다 더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과학자들 간의 대화를 통해, 또 유인원과 인간의 대비를 통해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많은 질문을 던진다. 또한, 다국적 연구원들의 일상을 통해, 인종과 문화, 국가와 국가 간의 불평등 역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 것이다. 더불어 자본주의와 환경 파괴 등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고민해야 할 숙제를 진지하고도 유쾌하게 고민해보게 할 것이다.

줄거리

멀지 않은 미래. 아프리카 콩고에 있는 유인원연구소. 이곳에서는 침팬지, 보노보 등 유인원류를 인공적으로 진화시켜 인류 진화의 비밀을 밝히려는 연구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생물학 전공자들을 중심으로 생화학, 사회언어학, 농학 등 다른 전공의 연구자들이 결합하여 복합 전공의 연구센터로 이루어진 이곳의 연구원들은 연구 자체의 어려움 이외에도 연구비 조달 문제, 일손 부족, 인간 관계의 트러블, 열악한 생활 환경 등 여러 가지 문제들과 싸우며 각자의 과제에 열중하고 있다.
어느 오후, 대뇌심리학 전공자 조기쁨이 새로 부임해와 연구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시설을 둘러본다.
한편, 이 연구소에는 한 기업의 주재원 손일호가 드나들며 이곳을 에듀테인먼트 시설과 연계시켜 개발하려는 프로젝트를 타진 중이다. 연구원들은 그런 그에게 거부감을 느끼지만, 연구비 조달을 위해서는 그에게 협력할 필요가 있어 딜레마에 빠져있다.
또, 침팬지 교육훈련 담당인 필리핀인 제이콥은 북한 출신으로 이곳의 일을 돕고 있는 서은혜를 사랑하나, 은혜는 요사이 그런 그를 멀리 하는 듯하다. 농학 전공의 구광준과 은혜의 대화 장면에서 은혜는 구광준의 아기를 임신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제이콥은 은혜가 남한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구 시설을 둘러보고 온 조기쁨은 자기의 아들이 자폐증 환자이며 자신의 자폐증 치료를 위해 이곳에서 유인원 동물들로 생체 실험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다. 그녀의 이런 소망은 생명과학 연구 윤리에 있어 저마다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 연구원들에게 무척 미묘하고 민감한 문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