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토스카”는 빅토리앙 사르두의 희곡으로, 1887년 프랑스에서 연극으로 초연되어 큰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1890년 밀라노에서 이 연극을 보고 감격한 푸치니에 의해 1900년 1월 14일 로마에서 오페라로 초연된 이후 세계적인 작품으로 인정 받고 있으며, Opera America 에 따르면 북미에서 8번째로 가장 많이 상연 되는 오페라이다.

하지만 일반 관객은 쉽게 접근 하기 어려운 작품 인 것을 감안해서 이번에 연극으로 만들 결심을 하게 되었다. 허나 오페라를 그대로 번안한 것이 아니고 한국적인 정서를 작품 속에 융화 시켜보았다.

우리나라 현대사에 암울 했던 1980년대 초 서울을 중심으로 설정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탐욕의 권력자에 의해 와해되고 또한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서 여자의 질투심이 얼마나 무서운 사랑의 파괴력을 가지고 비극적인 결말을 가지고 오는가를 재조명 해 보았다. 관극의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여러 가지 퍼포먼스적 기능을 작 품속에 끼워 놓았다.

주인공들의 아리아는 연기자들이 직접 무대에서 부르고 , 영상을 이용하고, 회전무대를 사용하는 등 오페라의 흥미와 연극적 흥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무대를 꾸며 보았다.


우리 현대사에서 찾아 본‘토스카’ - 극작가 김영무 (金永武)

먼저 이 작품은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가 작곡한 오페라『토스카(Tosca)』의 대본을 우리 시대의 한국적 현실에 대입하여 번안(飜案)한 희곡」으로써 동시에 극단‘춘추’의 대표 문고헌 연출가의 발상(發想)에 의해 집필이 비롯되었음도 밝혀 둔다.

작년(2010) 어느 날 문고헌 대표는 젊은 날에, 이진순 선생의 조연출로『토스카』란 오페라의 연출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면서 그때부터 언젠가는「이 작품을 우리 현실을 반영한 한국적인 연극작품으로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는 고백을 했다.

필자는 2005년에 세종문화 회관과 평양에서 공연된 창작오페라『광개토 호태왕』의 대본을 집필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오페라에 관한 이론 및 사적 자료 등을 다소 섭렵한 바가 있어 일단 문고헌 대표의 발상에 수긍을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른바 번안 작업에 대한 약속이 이루어졌고,『토스카』의 대본과 그 작품의 동영상을 몇 차례 감상하면서 필자는 암울했던 우리 현대사의 군부독재 체제 속에서 비극의 주인공인 토스카와 카바라도시 그리고 정치권력의 화신으로써 자신의 원초적 욕망까지 추구하려는 스카르피아 남작 등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원작이 그러했듯이 이 작품에서도 단지 작품의 배경 또는 극적 모티브로서 정치적 현실이 반영되었을 뿐, 정작 부각시키고자 하는 드라마의 포커스는 결국 삼각관계 속에 처한 남녀의 원초적인 러브 스토리란 사실을 부연해 두고 싶다.

줄거리

1980년대의 서울.
서양화가 강도세의 아틀리에로 그의 친구 안재호가 비상구를 통해 잠입한다. 그는 이른바‘민주화 추진 위원회’ 의장으로 한시적인 은신처를 찾아 온 것이다.
그들이 아틀리에에 머물고 있을 때, 강도세를 사랑하는 오페라 가수 도수아가 찾아온다.
강도세는 당황하여 안재호를 우선 화폭 뒤에 숨긴 다음 그녀를 맞이한다.
그런데 그녀는 아틀리에 밖에서 안재호와 강도세의 말소리를 엿듣고 어느 여인과 강도세의 속삭임으로 오해를 한다.
강도세가 가까스로 그녀를 공연장으로 보낸 후, 자기 빌딩의 주차장 뒤편에 있는 동굴 속으로 안재호를 숨겨준다.
한편 특수정보부 부장인 서주혁과 그 부서요원들이 안재호가 잠입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아틀리에를 급습한다.
주인도 없는 아틀리에를 서주혁의 요원들이 수색하고 있을 때, 강도세의 생일선물로 커플링을 들고 도수아가 다시 거기로 찾아온다.
도수아를 만나는 순간부터 서주혁은 마치 먹이를 발견한 사냥개처럼 욕정을 불태우기 시작하면서 그녀를 노리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기도하는 여인의 모델이 된 여인의 사진 등을 내 보이면서 도수아의 질투심을 극도로 부추기는 것이다.
그녀에 대한 서주혁의 정복욕은 점차 노골화 된다.
그는 자기 부서 사무실로 강도세를 범인 은익죄로 체포해 놓은 다음, 도수아도 거기로 불러들인다.
거리에서는 학생들의 반정부 시위가 격렬함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서주혁은 그야말로 집요하게 안재호의 행방을 추궁하면서 강도세를 고문하는 한편, 도수아와 일종의 흥정을 하려 드는 것이다.
강도세를 살려 줄 테니 나에게 일순간의 쾌락을 제공하라는 식이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도수아는 오로지 강도세를 살리기 위해 안재호의 행방을 일러 주기도 하고 안재호의 자살 소식도 듣게 된다. 그리고 끝내는 서주혁의 욕정까지 수용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서주혁은 해외로 나갈 길을 열어 달라는 도수아의 부탁까지 들어 주면서 기어코 그녀를 범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윽고 결정적인 순간에 도수아는 서주혁의 피스톨을 몰래 집어 들고 있다가 그를 살해하게 된다.
그날 밤 초죽음 상태로 강도세가 아틀리에에 나타난다. 그는 아틀리에에 자기 제자들이 찾아 왔음을 발견하지만 차마 들어가지 못한 체, 그 아틀리에 주변의 어느 공간에서 묵상기도를 올린다.
도수아도 아틀리에로 돌아온다.
드디어 다시 만난 그들 두 연인은 서로간의 애정을 확인하면서 서둘러 파리로 도망칠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특수 정보부요원들이 들이 닥치면서 그들은 파멸을 맞이한다.
강도세는 자기가 희생 되면서 도수아를 살릴 생각으로 정보부 요원들 앞에 나서지만, 이미 모든 것을 체념한 나머지 도수아 또한「하늘나라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는 절규만 남기면서 5층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감행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