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10년간 그린 900여점의 그림과 습작 1100여점 중 생전에 단 한 점 밖에 팔지 못한
불우한 독고다이 화가 고흐와
시인, 소설가, 화가, 건축가, 다방 주인으로 멀티플레이를 펼쳤으나 끝내 가난뱅이로 요절한
기묘한 천재 작가 이상!
그 둘이 만났다...!!

동서양의 만남
19세기와 20세기의 충돌
미술과 문학의 조우
젊고 스타일리쉬한 상상력의 폭발!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에 올랐다. 곳곳에 빈자리가 있었지만 창가에 간격을 두고 앞뒤로 앉아 있는 두 사람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 사이의 빈자리에 앉아 나른한 듯 몽환적인 기분으로 창틀에 팔을 괴고 밖을 바라보았다.
꿈속에서도 이건 뭔가 대단히 신기했다. 내 앞뒤의 두 사람. 바로, ‘고흐’와 ‘이상’.
그들을 한 공간에서 보다니.. 그들과 내가 함께 한 버스를 타고 달리다니.. 살짝 재미지다!..
연극 <고흐+이상>의 시작이었다.

왜 굳이 고생을 무릅쓰고 검증되지 않은 국내창작연극을 만들어야 하는가.
답은, 보고 싶기 때문이다.
마치 영혼결혼식처럼 생전에 불우했던 천재 예술가들인 고흐와 이상을 한 공간에서 만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절절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먹고사는 문제와 같은 비루한 고민을 하며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갔던 인간들이었음을 공감하고 싶었다. 위태롭고 냉혹한 현대를 살아가는 같은 인간으로서 포장되지 않은 생짜 위안을 얻고 싶었다.
우리 연극의 매력은 관객과의 무언의 약속을 통해 오로지 무대에서만 실현시킬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의 틀을 깬 여행을 경험하는 일일 것이다.
또한 기존의 소위 무대 테크닉 연기를 최소화하고 보다 사실적이고 밀도 있는 연기연출로 상황의 리얼감을 획득해 관객들과 보다 진실하고 효과적으로 소통할 것이다.
몸과 마음과 영혼을 모두 울리는 오래도록 인상에 남는 연극을 갈망하는 수많은 관객들은 여전히 아니, 가벼운 일회적 감정이 난무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오히려 더욱 간절히 심오한 이야기를 원한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러한 심오한 이야기가 보다 참신하고 흥미로우며 친근한 방법으로 전개되는 공연을 보기를 원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범세계적이고 현실적이며 밀도 높은, 소위 웰 메이드 소극장 연극을 국내 초연작으로 제작하려 한다.

줄거리

찌는 듯이 무더운 여름, 들판에서 우연히 말을 섞게 되는 외양과 말투가 정반대인 두 남자.. 자연을 그리는데 온통 몰두해 있는 화가 고흐와, 폐병 말기로 요양을 위해 시골로 내려온 작가 이상이다.
자연과 예술 그리고 신에 대해 완전히 다른 견해를 가진 그들은 각자 생활비 마련을 위해 자신들의 작품을 전당포에 맡겼다가 주인의 실수 혹은 누군가의 고의로 그림과 습작노트가 뒤바뀌고 만다. 자신의 그림을 가져간 자가 이상인 줄은 모르고 반드시 그림을 되찾겠다고 다짐하는 고흐. 그러나 절도범이 남긴 습작노트를 보고 그가 예사롭지 않은 천재 작가임을 인정하게 된다.
고흐가 어렵사리 계약한 노란 방에서의 첫날밤, 창문을 넘어 들어온 가계약자 이상과 또다시 마주치게 되고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동거를 시작한다.
가치관과 생활태도, 심지어 여자관계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히게 되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상을 내쫓은 어느 날, 고흐는 거리에서 자존심 센 창녀 시엥을 만나는데...

캐릭터

이상 | 19세부터 폐결핵을 앓고 있는 시인. 신문사에 기고를 약속하고 한 달간 잠도 자지 않고 굶으며 쓴 원고를 마감 전날 너무나 추운 나머지 그만, 불에 활활 태워 겨우 언 몸을 녹인다.

고흐 | 그림이 팔리지 않아 절망하다가 너무 배가 고파 전당포에 그림을 맡기고 돈을 얻었으나 전당포를 나서는 순간 자멸감에 빠져 그만, 받은 돈을 고스란히 거리의 거지에게 줘 버린다.

시엥 | 거리에서 임신한 몸으로 호객행위를 하다 고흐를 만나 그의 모델이 된 창녀. 일에 관해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걸걸한 입담을 놀리지만 고흐에게만은 평범한 여자이자, 아내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