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2009 서울연극제 `연출상`(이성열) 수상 2009 대한민국 연극대상 `연기대상` (오현경) 수상 2009 한국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수상 <봄날>은 권오일 연출의 극단 `성좌(聖座)`에 의해 초연된 작품으로 1984년 초연 당시 봄볕같은 시적 서정성으로 연출상과 미술상을 포함 서울연극제 대상을 거머쥐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르고 공연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후 희곡이 가진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사회에 대한 따뜻한 은유로 후배 연출가들이 계속해서 무대에 올렸고, 전국연극제(1997년) 등에서 수상을 하였다. 초연 후 25여 년이 지난 2009년에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으로 무대에 오르면서 전회매진(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이라는 기록으로 서울연극제 `연출상`(이성열), 대한민국 연극대상 `연기대상` (오현경), 한국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를 수상하였다. 한국연극의 대부 오현경, 무위의 연기 이대연 무대 위에서 한평생을 보낸 `한국연극의 대부` 오현경(아버지)과 널찍한 품으로 `무위의 연기`를 보여주는 이대연(장남), 그리고 여섯 명의 아들들이 보여주는 유쾌한 연기앙상블은 이 작품의 백미로 마치 봄볕처럼 우리 가슴으로 스며든다. 시, 소설, 음악, 영화, 그림으로 채워가는 봄날의 여백 연극 <봄날>은 봄볕의 온기와 나른함으로 공연전체의 설화적 세계를 수렴하면서 장면과 장면 사이에 시, 그림, 소설, 영화, 편지 등 한 폭의 동양화 같은 극중극을 배치해 움직임과 리듬으로 극 전체의 변주를 만들어 내면서 봄날의 여백을 채우고 우리의 마음을 이어 간다.

줄거리

아지랑이 가물거리는 나른한 봄날, 후미진 산마을에 늙은 홀아비와 일곱 명의 아들들이 밭을 갈며 살고 있다. 인색한 절대 권력자 아버지, 어머니처럼 자상한 장남, 천식을 앓는 병약한 막내,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혹사당함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다섯 명의 자식들이 불편한 관계 속에서 어렵사리 생을 영위하고 있다. 어느 봄날 산불이 나자 절간의 스님들이 주워 길렀던 동녀를 이 집에 맡기고 사라져 버린다. 늙은 홀아비는 젊어지기 위하여 이 동녀를 품고 잔다. 동녀를 사모하는 막내는 피를 토하며 애통해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아버지 학대에 시달리다 못한 다섯 명의 자식들이 마침내 반기를 들고 농토의 분배를 요구하지만 욕심 많은 아버지가 들어 줄 리 만무하다. 참다 못한 자식들은 꾀를 내어 회춘에 좋다는 구렁이 삶은 물과 주름살을 펴는데 쓰는 송진을 아버지에게 바친다. 아버지가 송진을 바르고 눈을 못 뜨는 사이에 아들들은 구들장을 뜯고 항아리 속의 돈을 나누어 가지고 도망쳐 버린다. 봄이 가고 여름이 왔다. 동녀는 막내의 지어미가 되어 아기를 갖게 되고 장남은 변함없이 아버지를 모시고 산다. 아버지는 떠나간 자식들을 그리워하며 허망한 탐욕에 사로잡혔던 지난날을 탄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