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한국의 젊은 소설가와 연출가가 만난다
<단편소설입체낭독극장>은 지금 한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 받는 젊은 소설가들인 천명관, 윤성희, 김중혁의 단편소설을 작품을 무대공연으로 끌어오는 독특한 시도를 담는다. 특히 이들의 작품을 대학로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동세대의 연출가들이 참신한 방식의 낭독공연으로 연출한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게 한다. 한국 연극의 든든한 기둥인 백수광부의 이성열, 극단 북새통과 판소리 만들기 자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남인우, 2011년 혜화동1번지 5기 동인에 선정된 무서운 신예 김한내. 이들이 만들어내는 동시대의 한국 문학작품의 무대화가 기대된다.

문학작품, 무대에서 보고 듣고 느낀다
<단편소설입체낭독극장>은 기존 낭독공연의 단순한 방식에서 벗어나 낭독과 연극이 어우러지고 융합하는 공연이다. 소설 작품의 문장은 그대로 전달하는 가운데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소설 문장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문학성과 연극성이 공존하는 무대는 소설의 언어를 전달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관객을 새로운 상상력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단편소설입체낭독극장>은 소설 독자에게 주어진 상상의 여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소설의 행간에 숨은 재미와 의미를 재발견하게 해주는 독특한 공연이다!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의 <단편소설입체낭독극장>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는 문학성과 연극성의 만남을 주제로 2011년 <단편소설입체낭독극장>을 발표한 바 있다. 김애란 작, 추민주 연출의 <칼자국>, 김연수 작, 성기웅 연출의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 김미월 작, 김한내 연출의 <서울동굴가이드>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었다. 단편소설의 문학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연극적인 재미를 보여주고 있는 <단편소설입체낭독극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동시대의 작품과 관객이 만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공연일정>
3월 8일 ~ 3월 11일
천명관 단편소설< 더 멋진 인생을 위해>
연출 : 이성열

3월 14일 ~ 3월 18일
윤성희 단편소설 <어쩌면>
연출 : 남인우

3월 21일 ~ 3월 24일
김중혁 단편소설 <F1/B1>
연출 김한내

줄거리

더 멋진 인생을 위해
조직 내에서 해결사 역을 맡고 있는 늙은 킬러 폴은 보스의 계획대로 큰 판이 곧 벌어질 디트로이트로 젊은 도박사 지미를 데리고 간다. 그 여행의 도중에 폴은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자기 인생에 남은 후회들을 이야기한다. 하나는 고향을 떠날 때, 그의 연인 샌디와 함께 떠나지 않은 것이다. 그가 고향을 떠날 때 읽은 플레이보이지에 등장한 모델 이름도 역시 샌디였다. 폴에게 플레이보이지에 등장한 샌디는 대도시를 향한 꿈이었다. 그리고 지금 옛 연인 샌디는 아련한 꿈과 같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지미를 모텔에 머무르게 하고 맥주를 사러 간 폴은 10대의 남자들과 맞닥뜨린다. 총을 갖고 나오지 않은 폴은 그들 앞을 벌거벗고 지나가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렇게 그는 늙고 약한 사람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한다. 맥주를 사서 돌아온 폴은 지미에게 자기 인생의 또 다른 후회가 무엇인지 말해준다. 그것은 뉴욕에 온 지 십 년쯤 되었던 자신의 전성기 시절, 마술사 블랙을 총으로 죽인 일이었다. 폴은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며 살아왔지만 블랙을 죽인 일만큼은 진짜 살인이었다며 후회한다. 이질적인 존재로 보였던 마술사도 너무나 쉽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 그러니까 마술사도 자신과 같이 나약한 인간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폴은 절절한 아픔을 느낀다.
다음 날 아침, 폴은 모텔 뒷마당에서 지미가 트램펄린 위에서 뛰어 노는 모습을 본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폴의 눈에 발가벗고 뛰는 샌디의 환영이 떠오른다. 위스콘신 주 밀워키의 허름한 모텔 뒷마당에 선 폴의 눈앞에서 고향 덴버의 옛 연인 샌디가 눈부신 미소와 금발을 휘날리며 뛰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가던 버스가 추락한다. 버스에 타고 있던 네 명의 여고생 ‘거울’, ‘라디오’, ‘압정’ 그리고 ‘나’는 목숨을 잃는다. 죠스바를 먹다 죽은 네 여고생은 영원히 보라색 입술과 보라색 혓바닥을 갖게 된다.
갈 곳 없는 이들은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를 구경하며 빈둥거리다가 ‘거울’의 오른발이 사라지는 것을 발견한다. 먼저 죽은 사람들을 찾아가 그 까닭을 물어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렇게 몸의 일부가 사라져가리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넷은 영화배우 K와 L의 스캔들을 확인하고, 경찰서를 구경하고, 자동차 공장을 살펴보고, 놀이동산에서 질릴 때까지 롤러코스터를 타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한 해가 저물 무렵, 공중부양의 달인을 만나 하늘을 나는 비법과 물건을 옮기는 법을 전수받는다. 그리고 이 비법을 전수해준 대가로 이들은 스승의 부탁에 따라 호떡집 할머니를 죽이지만, 이것이 ‘원조 김씨’ 상표를 두고 벌어진 싸움의 원한이란 걸 알고는 더 이상 사연을 듣지 않고 스승을 떠난다.
이후로 이들은 어느 섬으로 간다는 배에 탄다. ‘거울’은 바다에서 만난 고래떼를 따라 먼 바다로 떠난다. ‘압정’은 돌멩이 움직이는 연습과 공중 4회전 돌기를 연습하겠다고 한다. ‘나’는 무엇을 할지 생각해보겠다고 말한다……

1F/B1
90년대식 소형 건물이 밀집해 있는 네오타운에 유례없는 정전사태가 발생하고, 그 사이 괴한들이 침입하여 입주자들을 폭행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사건의 주모자는 네오타운을 밀어버리고 80층짜리 초현대식 복합상가를 지으려는 비횬개발이었다. 건물의 자동화 시스템을 통제한 그들의 전략에 ‘건물관리자협회’ 는 육탄돌격으로 맞서 사태를 진압한다. 배후를 밝혀내지 못한 채 끝난 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건물관리자협회’ 는 공식해산 하지만 이들은 모든 시스템을 전면 수동으로 바꾸고 여전히 건물의 보안과 하자보수를 위해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