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투오버스>는 다양한 관계에 있는 두 사람의 에피소드 여러 개를 묶은 작품이다. 그 에피소드들의 원작은 칼 발렌틴의 것이고, 텍스트 속 인물들은 평범한 소시민들이다. 점원, 인쇄업자, 노동자, 배달원 등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작품의 희극성을 창출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한다. 그리고 그들은 불완전한 인간상을 표현함과 동시에 사물 인식에 대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투오버스>에서 보여주는 웃음의 바탕에는 소통이라는 언어의 근본 기능에 대한 의심이 놓여 있다. 인물들의 언어는 소통의 형식을 넘어 해부되며 철저한 논리 자체가 언어의 불합리함을 증명하기까지 하는 기발한 도구로 기능한다. 작품 속 언어유희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아 보이기도 할 수 있으나, 그것은 언어 자체가 가진 한계를 보임으로써 그와 동시에 풍부한 암시를 통해 언어의 다양한 기능을 보여 준다.

줄거리

작품 속 인물들은 자신의 논리를 펼치는 데에 언어를 의사소통의 도구로 삼지만, 두 인물이 사용하는 언어는 소통을 이루기보다 점점 불통의 결과를 맞을 뿐이다. 언어라는 논리적 도구가 비논리적일 뿐임을 드러내고, 따라서 세계와의 논리적 대면은 무의미한 일임을 확인시켜준다. ‘모자가게에서’ 에피소드에서는 언어유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언어의 유희를 통해서 기표와 기의의 연결고리는 그 견고성이 느슨해지다 못해 해체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 언어의 한계가 드러나고 희극적 효과가 창출된다. ‘연습실에서’는 여러 작품의 부분들을 발췌하여 엮은 에피소드이다. 작품 속 인물은 정상적인 것에 속하는 것들을 부정하고 그에 대립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비판 없이 기존의 질서에 편입되는 것을 거부하고 새로운 체계로의 진입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하는 의도가 희극적인 상황과 인물 관계 속에 잘 드러난다. ‘인쇄업자’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수공업자로 평범한 한 소시민이다. 현대 사회의 자본과 관료주의의 폭압적 힘에 좌절할 수밖에 없는 개인으로서의 소시민을 그림으로써, 인간이 사물의 지배를 받게 되어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하는 현대 사회의 모순을 보여준다. 발렌틴의 작품 속 인물들이 자주 보이는 비논리적 태도는 억지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이러한 것들을 자신의 서사극에서 추구하는 ‘소격효과’를 앞서 실현한 것으로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