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연극에 대한 연극, 그리고....
작가가 지어낸 등장인물들은 진정 작가가 창조한 것일까?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정말로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일까? 이 작품은 공연작품과 실제현실, 그 경계에 자리 잡은 창작의 과정을 보여준다. 예술세계와 현실세계, 그 ‘일치와 모순사이의 괴리감’ 안에서 갈등하는 작가와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서 한 편의 연극을 만들어가는 공연예술가들의 삶의 현장을 생생히 전달하려 한다. 한편의 연극작품은 무대에 오른 결과물보다 거기까지의 과정이 더욱 극적인 경우들이 많다. 한편의 연극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또다시 혼란과 함정에 빠지며 이정표가 사라진 길을 무작정 떠나는 방랑자처럼 정처 없이 길을 헤맨다. 연극은 결과 뿐만 아니라, 과정또한 극적인 예술임에 틀림없다. 그러기에 우리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어느 것 하나 그냥 주어지는 법이 없는 일상의 한 토막과 매우 닮아있다. 삶은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욱 극적인 것이다.
.... 죽음에 대한 연극.
사람들은 누구나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정작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먼 훗날에 일어나는 일로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 작품은 극작가이자 연극연출가인 주인공이 죽어 가는 왕에 대한 이야기를 써나가면서 자신도 실제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마태오는 자신의 작품에서는 쉽게 죽음에 대해 이런 저런 입장들을 써 나가지만 막상 자신의 죽음 앞에서는 자신이 쓴 죽음에 대한 입장과는 전혀 다른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심지어 부정하고 싶어 한다. 주인공의 이런 모습을 통하여 우리가 얼마나 죽음을 멀리 생각하고, 자신의 일과는 상관없이 생각하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줄거리
최근 몇 년 동안 공연되는 작품마다 실패를 겪고 있는 극작가 겸 연출가 마태오는 심혈을 기울여 신작을 집필중이다. 고집이 강하고 독선적인 마태오는 자신의 모습과, 부인이자 촉망받는 극작가인 현지선, 정부이자 질투의 화신인 여배우 최가희, 의사인 대학친구 손집도, 허풍쟁이 선배 기획자 박대박, 어설픈 만성 신인배우 안조용, 투덜대는 가정부 노아, 옆집 사는 꼬마 나리 등 매일의 일상에서 만나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불멸의 신작 <체크메이트>를 써내려가고 있다. 흡사 동화나라 같은 가상의 체크무늬 왕국의 체크무늬 국왕이 체크무늬 요정의 지휘 아래 서서히 죽어간다는 <체크메이트> 이야기는 어느 날 문득 작품 밖으로 흘러나와 마태오를 압박하는 현실로 둔갑하면서 마태오의 일상은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다. 자신의 머릿 속에 그려진 작품 속의 세계와 자신의 존재가 결부된 현실 세계 사이에서 뒤엉켜 버린 마태오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막다른 골목에 빠져든다. 말 그대로 운명의 체스판 위에서 ‘체크메이트’ 상황에 빠진 마태오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짓는 방법을 택하는데....
* 작품 속의 극중극은 이오네스코 원작, 오세곤 번역 <왕은 죽어가다>를 체크무늬 왕국 이 야기로 재구성한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