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국립극단은 한국적 상상력과 서사의 원천을 찾는 <삼국유사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선보입니다. <삼국유사 프로젝트>는 천 년 전의 역사/불교/샤머니즘/판타지의 세계가 야사와 민담, 환상담, 단편 등으로 표현된 한국 최고의 고전으로서 근원적인 동아시아 상상력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이 절정의 상상력 세계를 오늘의 한국연극의 창작 역량과 만나게 하여 연극계의 신진대사를 활발히 하고 21세기 연극의 서사 전략을 재발명하기 위해서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주목받는 신예작가 김태형과 연출가 박상현의 <멸_滅>(가제)은 서기 927년 경애왕이 사망한 시점에서 935년 신라가 멸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경애왕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자살을 선택한 몇 안 되는 왕 중 하나이다. <멸_滅>(가제)은 마치 현대 느와르 영화와 같은 분위기의 작품으로 추리적 요소를 통해 시해와 찬탈이 이뤄지던 신라 하대의 정치사를 새롭게 풀어낸다.

줄거리

오늘 밤, 신라 포석정 달빛 아래 천년 역사의 맨얼굴이 드러난다!

신라 말기, 제56대 왕 김부는 고려 태조의 딸 낙랑과 목하 열애 중이다. 김부는 낙랑의 생일을 기념해 그녀와의 약혼식을 계획한다. 나라의 기강이 흔들리고 있는 시점에서 그의 선택은 많은 이들의 우려를 낳는다. 두 사람의 약혼으로 고려와의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김부의 속셈과는 달리, 낙랑은 이를 통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신라의 항서를 받아내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편 3년 전 궁을 떠난 태자 김일은 김부 왕권에 대항하는 반란군의 수장이 되어 다시 돌아온다. 김일은 경애왕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무기로 아버지 김부를 왕좌에서 끌어내리려 하고, 김부 역시 김일에 맞서 음모를 꾸민다. 그리고 늘 형에게 열등감을 지니고 있던 동생 김굉이 합세한다. 드디어 포석정 달빛 아래서 성대한 약혼식이 치러지고, 배신과 음모로 뒤얽힌 신라의 운명은 ‘멸’을 향해 치닫는데…….


* 삼국유사 원전: 김부대왕-신라의 멸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