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극단 (秀) 가 ‘2005 나생문(羅生門)’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아쿠타가와 류노스께의 작품 <나생문(羅生門)>은 이미 2003년 3월 7일 <2003 동랑 교직 앙상블 정기공연 - 구태환 연출, 황두진 기획> 으로 서울예대에서 공연되어 호평을 받았으며 2003년 7월 창단공연 (연출:구태환 -대학로 창조 콘서트홀)을 성황리에 마치고 앵콜공연 (연출:구태환 -9월, 대학로 창조 콘서트홀) 까지 연속매진의 관심 속에 2005년 재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 사건 그리고 남겨진 네 가지 진실...
<나생문(羅生門)>은 한가지 사건에 관하여 각각의 인물들이 털어놓는 엇갈린 진술을 통해 ‘사람 사이에 신념은 어떤 잣대를 두어야 하는가, 사람 사이의 믿음과 신뢰를 위해선 어떤 것이 필요한가 ’에 대해 묻는 문제극입니다.
진실은 하나지만 진실에 다가가는 길은 네 가지...
공연이 끝나고 나면 우리는 과연 어떤 기준으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야 하는가 하는데 혼돈을 느끼게 됩니다. 그 답은 각자의 인생에 비추어, 신념에 기대어, 믿음의 크기에 비례해, 시대의 윤리에 입각해 판단하겠지요. 그러나 <나생문(羅生門)>은 단지 이런 진실 찾기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연극의 종결 부분에 들리는 아이의 울음소리... 그리고 아이를 둘러싼 인간 군상들 속에서 아무리 썩고 부패한 세상이라도 인간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서로를 믿고 의지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생문(羅生門)>의 네 가지 엇갈린 진술 속에서 ‘과연 나는 나의 인생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고 그 속에 나의 믿음을 각자의 삶에 반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줄거리
그들은 왜 거짓말을 하는가?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는 어느 날, 비를 피해 무너져 가는 나생문(성문) 앞에 세사람이 모인다. 나무꾼과 스님, 그리고 지나가던 행인은 그 날 벌어진 한 괴이한 살인사건 재판의 증인으로 참석하고 돌아가던 길이였고, 행인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그 이야기는 타조마루라는 산적이 사무라이를 죽이고 그의 부인을 강간한 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먼저 관헌에 붙잡혀온 산적이 증언한다. 그는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사무라이의 부인이 너무 아름다워 흑심을 품었다고 자백한다. 좋은 칼을 보여주겠다고 사무라이를 속여서 그를 묶어 놓는데 성공한 산적은 사무라이의 눈앞에서 그의 부인을 겁탈하고 그녀에게 자신과 살 것을 권하자, 그녀는 사무라이와 타조마루가 결투를 벌여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 달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타조마루는 무사의 결박을 풀어주고 정정당당한 결투를 벌여 그을 살해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무라이의 부인의 증언은 또 다르다. 타조마루는 강간을 한 후 사라져 버렸고, 정조를 더럽힌 그녀를 바라보는 남편 사무라이의 눈빛에서 모멸감을 느껴 잠시 혼절하는데, 그때 그녀가 들고 있던 단검에 남편이 찔려 죽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무당의 입을 통해 증언되는 사무라이의 혼백은 타조마루에게 강간당한 부인이 남편을 죽이고 자신을 데려가 줄 것을 애원하는데 그녀의 말에 환멸을 느낀 타조마루는 성을 내고 사무라이를 풀어주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무사로써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고 게다가 부인에게까지 배신당한 사무라이는 그 자리에서 영예롭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던 중... 이 살인사건의 진술을 돌이켜 생각하던 나무꾼이 이들의 증언이 모두 거짓이라고 소리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