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THE LIFE]는 무지하게 재미있고 억세게 슬픈 뮤지컬로서 관객들은 쉽고 자연스럽게 극중에 함몰되고 만다. 눈부신 의상이나 깜짝놀랄 무대기법이나 무대 장치가 있는 것도 아닌데 관객들의 심금을 시종 울리는 것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갈 데까지 갔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무대의 배경이 뉴욕이기는 하나 여기에 등장하는 따라지 인생들의 처절한 삶을 통하여 전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주제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 토니상을 수상하게 된 이유가 된다.

[THE LIFE]는 고난도의 뮤지컬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미국 뮤지컬의 본령이랄 수 있는 [째즈 뮤지컬]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죠지거쉰의 [포기와 베스]로부터 연면히 이어져 내려온 째즈 창법의 극치를 볼 수 있는 소위[듣기는 쉽고 부르기는 어려운]정통 뮤지컬의 음악기법이 총동원되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THE LIFE]를 들고 나온 이유는 두가지로 진지한 삶의 얘기로의 복귀와 정통째즈음악으로 승부를 걸어 보자는 것이다.

이 작품은 상당한 부분이 뉴욕 뒷골목의 사실적 얘기와 사건을 서술한 것처럼 보이나 그것은 뉴욕의 얘기가 아니라 거대 문명사회속에서 개인의 가치가 소멸되가는 각박한 삶의 현장에 사는 우리 모두가 무대위의 인물과 일치한다는걸 알게된다. 어쩌면 [블랙 코메디]라고 할 수 있는 이 뮤지컬은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질펀한 뉴욕의 마당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삼류인생들의 생각과 행동을 풍자와 해학으로 가득채워 전혀 낯설지가 않은 것이다. 두 번째 중요하게 부각되는 음악도 철저하게 배우들의 가창력이나 기량에 의존하고 있는 연기자 뮤지컬이다. 이점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 뮤지컬의 이름아래 가창력이나 노래는 대충 생략되는 경향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줄거리

■ Act 1
작품의 배경은 80년대초. 뉴욕의 'Time Square'의 현란한 거리에서 활동하는 포주들이 정해놓은 가격으로 일하는 매춘부들의 거세고 처절한 삶을 묘사한 작품이다.

■ Act 2
월남 45전 전쟁영웅이었던 플릿우드와 그의 여인 퀸은 사반나를 떠나 뉴욕에 온지 6개월이나 되었지만 그들의 꿈과 희망은 자꾸 희미해져 간다. 권력과 재력을 꿈꾸는 비현실적인 플릿우드는 코카인 상습복용자가 되고 퀸은 매춘을 하다가 감옥에도 갔다 오는 지경에 이른다. 그러던중 플릿우드와 기회주의자이며 파렴치한 행동마저도 주저않는 매춘업자 조조는 뉴욕에 갓 올라온 순박한 시골처녀 메리를 만나게 되고 플릿우드는 그녀를 통해 큰 돈을 벌어들일 것을 계획한다.

그러한 플릿우드와 이제는 매춘부생활을 청산하고 평범한 노력으로 꿈을 이루려는 퀸과의 애정에 점점 거리감이 생긴다. 이러한 틈 속에 그 거리에서 가장 큰 매춘사업을 하는 멤피스가 끼여들어 퀸과 계약을 맺게 되고 플릿우드는 순진한 소녀로만 알았던 메리의 돌발적이고도 과감한 쇼를 통해 많은 돈을 벌게되자 메리에게 관심을 보이며 퀸에게 더욱 소홀해져갔다.

■ Act 3
그러나 퀸은 멤피스와의 계약이 무례하고 사악한 계략임을 알게되자 저항해 보지만 그 계약이 거절되면 플릿우드를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한다.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려고 조조에게 부탁해 만나기로 하지만 조조는 플릿우드가 아닌 멤피스를 데려오고 퀸은 그 댓가로 부랑아들이 모여있는 뉴욕변두리 지하굴에서 그의 조직들에 의해 모욕적인 강제매춘을 당하게 된다.
한편 플릿우드 역시 자기에게 '황금알을 낳아주는 천사'로만 알았던 메리가 에로영화를 찍기 위해 그를 배반하고 L.A로 떠나게 되는 상황에 놓인다.

■ Act 4
퀸은 그러한 현실에서 도망치기를 결심하게 되고 그녀를 돕는 소냐는 퀸에게 가방과 버스티켓을 건네주나 뜻밖에 플릿우드가 나타나 사죄하고 새 출발을 함께 하자고 하지만 냉정하게 떠나려할 때 멤피스가 나타나 두사람을 협박한다. 그러자 플릿우드가 권총을 뽑아 대항하고 조조가 그로부터 총을 떨어뜨리자 멤피스는 칼로 플릿우드를 살해하고 퀸은 떨어진 총을 주워 멤피스를 향해 쏜다.

소냐는 그녀가 멤피스를 죽인 것은 정당방위였음을 주장할 것을 결심하며 퀸과 작별인사를 한다. 퀸은 자유로운 새 생활을 찾기 위해 버스에 몸을 싣고 떠나며 남은 소냐는 경찰들에게 체포되며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