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이 세상, 삶, 인간들은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불쌍하다.

1901년, 20세기가 시작되는 벽두에 쓰여진 <꿈>은 이전의 자연주의 계열 작품(아버지, 미스쥴리, 채권자, 죽음의 춤)과 전혀 다른 형식의 희곡으로 스트린드베리이 스스로 ‘몽환의 테크닉’ ‘유랑의 드라마’ 라고 불렀다.

“<꿈>은 고통스럽게 태어난 나 자신의 분신이다” 라고 말하면서 자유연상의 기억, 체험, 삶에 대한 단상, 부조리한 세계 인식 등을 시간과 공간이 해체된 무대로 그렸다. 심지어 스트린드베리이 자신의 모습을 장교/변호사/시인으로 분신화 시켰고, 자신의 분신들끼리 서로 만나고 대화하는 형식으로 작품을 구성하였다.

이 작품에서 스트린드베리이는 “이 세상, 삶, 인간들은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는
쇼펜 하우에르적 삶의 비애와 “인간이 불쌍하다”는 연민의 명대사를 남겼다.


이윤택 특유의 꿈의 연극양식,
그리고 꿈의 리얼리티

연출가 이윤택은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극작 연기 연출방식으로 정평이 나 있다.
드디어 이윤택이 스트린드베리이의 <꿈>을 연출하게 되면서 이윤택 특유의 꿈의 연극양식을 완성하려 한다.
배우의 말을 중심으로 하되, 무대 미술가 신선희의 상징적 무대, 작곡가 최우정의 음악극적 양식, 그리고 안무자 겸 배우로 나서는 이승헌의 몸의 움직임, 특유의 색채감과 공간미를 표현해 내는 조인곤의 조명이 합쳐져서 연희단거리패 방식의 집단적이고 구성주의적인 무대미학과 앙상블을 구축한다. 특히 스트린드베리이의 시학과 자작시를 역시 시인인 이윤택이 시극양식으로 풀어내는 장면은 일반적인 연극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시 행위Poetry Performance 공연양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꿈의 장면들은 현실과 관련되어지면서 더욱 강력한 삶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줄거리

신의 딸 아그네스, 세상을 가로질러 가다. 1.꿈의 서곡. 신의 딸 아그네스가 구름을 잘못 타고 지구로 내려온다. 2. 스트린드베리이의 꿈 속에 내려 앉다. 아그네스가 내려앉은 곳은 ‘매일 자라는 성’으로 표현되는 장교의 서재이다. 이윤택은 장교를 스트린드베리이의 첫 번째 분신으로 선택한다. 3. 빅토리아는 남자의 사랑을 위해 존재할 뿐, 이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지 않는다. 천상과 지상을 연결하는 여자 문지기(지혜의 신)의 안내로 아그네스는 지상을 관측하는데, 여기서 아그네스는 스트린드베리이의 분신(장교)과 7년 만에 재회한다. , 그러나 그는 아그네스를 알아 보지 못 한다. 그는 이 지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이상적인 여인상 빅토리아만 찾는다. 4. 아그네스의 결혼생활. 아그네스는 현실과 몸 섞고 살기 위하여 스트린드베리이의 사회적 분신-변호사와 결혼을 한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궁핍과 소통 부재로 엉망이 된다. 5. 사랑의 도피. 아그네스에게 찾아온 사랑의 분신(장교)은 이 누추하고 궁핍한 현실을 떠나자고 한다. 아그네스는 장교와 함께 해안 요양소 스캄순드로 떠난다. 6. 요양소 스캄순드에서 시인(제3의 분신)을 만나다. 스캄순드 요양소를 지키고 있는 검역소장의 안내로 아그네스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만난다. 그들은 병든 부르주아(돈주앙, 은퇴자, 맹인 등)이거나 학대 받는 여자 노동자, 초대받지 못하는 처녀들, 광부들이다. 여기서 진흙 목욕을 하는 시인을 만나는데, 시인은 현실의 고통을 천상에 알리려 시를 쓰는 인간의 메신저이다. 7. 인간의 불평을 신이 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해 줄 수 있나요? 아그네스는 지옥같은 해안 요양소를 떠나 시인과 함께 핀갈의 동굴로 피신한다. 여기서 시인은 인간의 불평을 신이 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해 줄 수 있느냐고 아그네스에게 묻고, 아그네스는 당신의 진실된 시로 공격하라고 말한다. 8. 문은 열렸고, 아무 것도 없다 삶의 신비를 알기 위하여 정통파적 사고를 지닌 사람들(대법관, 신학자,법학자,의학자, 철학자)이 모였다. 유리장수가 등장하여 문을 열지만, 문 뒤에 숨겨져 있는 삶의 본질은 아무 것도 없다. 정통파적 사고를 지닌 사람들은 신을 의심하며 서로 싸운다. 9.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쉽지 않군요 아그네스는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시인의 삶에 대한 물음에 “나는 대답할 권리가 없어요. 당신들 스스로 찾으세요”라고 말한다. 아그네스는 현실에서 얻어 입은 옷가지들을 불에 태우고 죽음이란 과정을 통해 천상으로 돌아간다. “인간이 불쌍해요” 아그네스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