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2012년 남산예술센터 상주극작가로 선정된 정영욱 작가의 결실, <남은 집> 이후 5년여만에 긴 침묵을 깨고 선보이는 <농담> 카이로국제실험연극제 대상 수상 김낙형 연출이 선보이는 새로운 무대미학 남루한 투견장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들끓는 욕망, 투견판을 통해 드러나는 현대자본주의 사회의 탐욕에 대한 세련된 은유가 돋보이는 농담 <작가의 글> - 정영욱- 어쩌면, 인간들이 내뱉는 농담처럼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그에 앞서 세상을 빚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악을 분해하는 것은 악의를 닮은 선의이다. 현 시대의 분노는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가진 자들의 염치없는 욕망으로부터 온다. 누군가 책임질 생각 없이 뱉은 농담처럼 인간이 구성한 사회가 살기 힘든 곳으로 변질되고 있다. 정신보다는 물질의 유무에 삶의 계급이 정해지는 미성숙한 사회는 인간들의 미성숙함으로부터 온다. ‘농담’은 강자가 약자들을 끝없이 통제하고 사익 창출의 수단으로 인간성을 폄훼할 때 벌어지는 비극을 통해 억압이 어떻게 분출되고 해소되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쓸데없이 지껄이는 弄談같지만 사회악을 향해 비수가 되는 작품이기를 바란다.

줄거리

인생의 막장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남몰래 투견을 벌이는 도시 한 구석. 투견장 주인인 이씨는 부잣집 부인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자신의 큰 아들을 마약범으로 신고한다. 이씨 밑에서 일하는 박씨가 중국에서 사온 칼멘은 본래 북한 아낙이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 중국인 취급을 받으며 모든 사건을 지켜본다. 칼멘은 이씨가 아들을 고발했다는 사실을 몰래 이씨의 둘째 아들 상수에게 알리고, 원래부터 형을 많이 따르던 상수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복수심으로 그를 고무다라이 소금물에 절여 죽이려 한다. 한편 주식으로 큰돈을 잃은 사내 하나가 이 투견장에 왔다가 투견장 철창에 목을 매고 죽는다. 칼멘이 가지고 다니는 극약 주머니를 마약으로 오해한 투견장의 잉여인간 매. 난. 국은 칼멘을 범하고 그 가루를 빼앗아 먹다가 목숨을 잃고, 칼멘은 혼자 살아남아 투견장에 소금을 뿌린다. 죽은 사내와 동업했던 남자는 사내의 행방을 찾아 이곳을 왔다가 아버지를 죽이고 도망가는 상수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어디론지 모를 곳으로 떠나려 하지만 차가 움직이지 않아 발이 묶인다.

캐릭터

칼멘 | 본명 리향순. 황해도 출신으로 국경을 넘다가 공안에게 붙잡혀 중국에 팔려갔다가 박씨에게 팔려온다. 박씨가 이씨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투견장에서 일하게 된다. 주로 투견의 밥인 명태를 널어 말리고, 투견이 끝난 뒤 죽은 개들을 사람들에게 끓여주는 일을 한다. 늘 북쪽을 바라본다.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벙어리 혹은 중국인으로 생각하고 그 앞에서는 모든 말이나 행동을 조심하지 않는데, 실은 이 모든 것들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이씨가 아들을 팔아넘기는 것을 목격하고, 상수에게 몰래 알린다. 만삭처럼 보이나 사실 아이를 밴 것이 아니라 간 매독으로 배 속에 균이 가득 차 있는 상태다. 늘 죽음을 준비하며 극약 주머니를 차고 다닌다.

이씨 | 불법으로 투견을 운영하는 주인. 개발 이익을 나눠주겠다는 부잣집 부인에게 뒷돈을 받고, 큰 아들을 마약범으로 고발해 잡혀가게 만든다. 평소 고무다라이에서 반신욕하는 것을 즐긴다. 박씨의 부인 칼멘에게도 치근덕거리지만 오히려 칼멘의 고발로 둘째 아들 상수에 의해 ‘고무다라이 소금절임’을 당해 죽는다.

상수 | 이씨의 둘째 아들. 사라져버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으며, 형을 무척 따른다. 아버지가 형을 고발했다는 사실을 알고 아버지를 ‘정화’시키기 위해 고무다라이에 소금을 넣고 아버지를 죽이려 한다. 차마 죽는 모습은 못 보고 그곳을 떠나 형을 찾으려 하나 떠나지 못한다.

박씨 | 일명 개눈박이 박씨. 이씨 밑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 500만원에 사온 칼멘을 아끼지만, 이씨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그녀를 투견장에서 일하게 한다. 이씨가 어떤 모욕을 주든, 칼멘에게 어떤 식으로 접근하든 모른 척하고 실실 웃고 있지만 마지막에 고무다라이에 늘어져 있는 이씨를 보고는 뚜껑을 덮어 죽음을 완성한다.

남자 | 한때 사내와 공동투자자로 일했다. 투견장에 개들을 몰래 나르고 실어가는 일을 하고 있지만 투견장에서 사내가 죽고 나자 죄책감을 느낀다. 갑자기 차에 올라탄 상수와 함께 길을 떠나려 하지만 발이 묶인다.

사내 | 한때 주식 투자로 이득을 보았으나 깡그리 망하고 빚더미에 앉았다. 막장에 다다른 심정으로 투견장까지 흘러들어오지만 이곳에서도 갚을 수 없는 빚을 지고는 결국 철창에 목을 매고 죽는다.

부인 | 아파트 개발로 많은 돈을 번 복부인. 마약을 하는 아들에 대한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이씨를 돈으로 매수해 그 아들을 마약범 혐의로 잡혀가게 만듦으로써 세상의 관심을 그쪽을 돌리려 한다.

| 투견장을 기웃대며 살아가는 ‘유기된 인간들’. 그들의 이름도 과거도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매일 개 체조를 하며, 투견장 바람잡이 노릇을 한다.

| 투견장을 기웃대며 살아가는 ‘유기된 인간들’. 그들의 이름도 과거도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매일 개 체조를 하며, 투견장 바람잡이 노릇을 한다.

| 투견장을 기웃대며 살아가는 ‘유기된 인간들’. 그들의 이름도 과거도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매일 개 체조를 하며, 투견장 바람잡이 노릇을 한다.

여자 | 투견장에서 일하는 칼멘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러 온 여자. 아주 잠깐 등장한다.

오창강 | 북한 출신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을 투견장으로 데리고 오는 가이드 노릇을 하고 있다.

사복경찰 | 경찰이지만 법을 지키기보다는 눈 감고 불법을 봐주고 돈을 받고 있다. 투견장에서 마약이 오고간다는 의심을 하고 투견장 주위를 빙빙 돌며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