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2013서울연극제 기획초청작 플레이커스(연극+서커스) “살아남은자들”
 
-한국의 홈리스(노숙인)의 이야기와 환상적인 서커스, 그리고 사물오브제 움직임연기-

2012서울연극제 미래야솟아라 작품상/연출상 2관왕
극단창세 2013년 두 번째 작품

실제로 고속의 경제성장을 겪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얼마 전까지 땀 흘려 일하며 가정을 일구어 온 사람들이 순식간에 일터를 상실하고 궁지로 몰려 거리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정부와 여러 기관에서 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한지 15여년을 지났지만 홈리스 문제는 한층 악화된 모습으로 재생산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니 우리는 이러한 현상를 경계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재인식하고 공존의 가치에 대해 사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살아남은자들>은 연극에 서커스의 양식을 부분적 결합한 독특한 작품이다. 유진 박탄코프의 환상적 사실주의로부터 받은 영감을 시작으로 국내 관객의 감각과 정서와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도록 하였다. 텍스트는 IMF 이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한국의 노숙인”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역사적 인과성을 통해 노숙의 개인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 그리고 사회경제적 요인의 복합적인 측면을 분석하여 평범한 일상에 함축하고 이미 인식되버린 선입견을 경계하며 연극적 상상력을 통해 장면을 구성하였다.
연극은 삶의 죄로부터 달아나 희망없이 노숙하는 홈리스들의 반복된 일상의 어느날 밤, 환상적인 존재들이 찾아와 인간에게 내재된 잠재적 가능성을 보여주며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과의 공존이 삶의 진정한 가치라는 것을 제시하고 짓밟혔던 희망을 되찾는 의미의 장을 열어준다. <살아남은자들>은 무거운 문제의식을 특정적으로 주제화하지 않고 표면에 드러내지 않았다. 관객들은 작품을 통해 각자의 해석을 따라가면 되는 것이다. 다양한 이유로 인해 노숙을 하게 된 홈리스들의 평범한 일상을 실연하는 배우의 행동과 몸 하나하나에 본질적 의미를 내포하고 노숙 기간과 거주공간에 따라 부분적으로 파괴되고 상실된 몸을 구축하였다. 무엇보다 지속적 자료조사와 현장답사를 통해 논의를 거듭하고 의견을 취합하며 홈리스의 진정성에 위배되지 않는 삶을 그리는 것을 중요시하였다.

줄거리

서울역 지하도에 머무는 사연 많은 홈리스. 이른시각부터 행인들과 시비를 일으키며 하루를 시작한다. 지하철과 기차의 운행이 끝날무렵 홈리스들은 바깥에 비해 비교적 냉기가 덜한 지하도에 모인다. 무리지어 술 마시는 사람들, 취침 준비를 하는 사람들 등 다양한 모습이다. 그러다 한쪽에서 시비가 붙더니 결국 폭력이 오간다. 초등학생 홈리스가 울기 시작하자 어머니 홈리스가 고함을 지르며 목발을 휘두른다. 긴장이 고조되자 끔찍한 굉음과 함께 벽이 사라지더니 신비롭고 거대한 존재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자신들이 팀이라고 소개하고 늘 기도하던 홈리스를 죽여 땅밑으로 끌고가며 “사물을 이용해서 다양한 놀이를 통해 지금의 한계를 극복해내면 새로운 삶을 얻게 되지만 실패하는 자는 죽음을 선사한다.”라는 말을 남긴다. 홈리스들은 목격한 일들을 믿지 않지만 도망조차 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 뒤로 예고 없는 어느 날 밤마다 찾아오는 그들은 인간의 위대한 가능성을 서커스처럼 보여준다. 홈리스들은 연습을 진행하며 조금씩 희망을 품게 되고 잃어버린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며 타인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된다. 사회자가 예고한 마지막 날, 홈리스들은 사물을 통해 연습한 놀이를 시작하며 자신의 삶에 대한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