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남산예술센터 & 극단 풍경 3013 공동제작 프로그램 / 제2회 벽산희곡상 당선작
<아버지의 집>

작품소개

제 2회 벽산희곡상 수상작 <아버지의 집>은 ‘아버지의 집’이라는 변하지 않는 무대에서 집이 해체되고 다시 지어지는 속에서 ‘아버지의 부재’를 이야기 하고 있다.
극 중 인물들. 주영, 소현, 송현, 케이타는 모두 아버지의 부재(不在)로 자기 삶이 완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나’라는 존재가 불안정한 이유를 아버지에게서 찾으려고 한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지만 누구에게나 그 자신의 근원은 곧 아버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시대의 모습에는 ‘아버지’가 없다. 아버지의 중요성과 의미, 그리고 그 자리가 공허하게 비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버지’라는 자신의 근원이 흔들리는 모습은 ‘나’라는 존재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현재 우리의 불안정한 삶의 무의식 역시 그것과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그들에게는 ‘집’ 또한 없다. 끊임없이 아버지를 원망하고 아버지를 찾고자 하고 찾아야 하는 이유도 ‘나’ 때문인지 ‘가족’때문인지도 모르며 찾고 나서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는 이들의 모습은 지금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공허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집’ 또한 뛰쳐나오는 장소이거나 또한 아예 머물러야 할 집이 없기도 하다.

역시 ‘집’이라는 보호와 안녕의 울타리가 ‘불안’을 바탕으로 하여 허물어지지만 그렇게 ‘아버지가 지은 집’은 허물어지지 않고 다시 새로 지을 것을 희망하며 끝난다.

<아버지의 집>은 새롭게 이 시대의 ‘아버지의 부재’를 세밀한 정서와 무대에서의 상징으로 시대의 환유로 이끌어내어 무대화 하고자 한다.

줄거리

집의 공사를 앞두고 소현은 ‘아버지(지용)의 집’을 방문한다. 그는 집을 허물고 다시 지었으면 하지만 죽은 어머니의 구석방은 차마 허물 엄두를 못 내고, 그 방만 남겨놓고 내일 이 집을 부술 것이다.

아버지의 집에는 아버지의 제자이자 친구인 주영이 머물고 있다. 주영은 임종을 앞둔 주영의 어머니를 위해 아버지를 찾으려고 하지만 사실 그렇게 필요하지도 절실하지도 않다. 소현은 단지 사제관계의 돈독함만이 있지 않아 보이는 아버지와 주영의 관계가 보기 싫고, 공사가 시작되면 당장 나가라고 한다.

공사가 시작되는 날 소현의 친구 재일 교포 2세 영상작가 케이타가 전시를 할 목적으로 집의 해체를 촬영을 하러 온다. 사실 날 때부터 아버지가 없어 아버지를 찾으러 온 목적도 있는 그이지만 스스로 일본국적으로 귀화를 했기 때문에 사실 법적으로는 아버지라 하기도 힘들고 본인 역시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사이에서 막연한 해결책을 찾아 한국으로 온다.

지용의 둘째 딸 고등학생인 송현은 집에서 가출하여 학교에도 나가지 않는다. 엄마가 자살하여 서울에 새 집을 얻어 살게 되지만, 아버지는 어머니가 죽은 옛집에서 지내느라 만날 수가 없고, 같이 사는 언니 ‘소현’역시 바빠 얼굴 볼 새도 없다.

송현이를 찾기 위해 가족들은 불안해 하고 신경이 날카로운데 그 와중에 병중의 어머니가 죽은 주영은 갈 곳이 없어 집의 구석방에 쉬고자 들어가지만 소현은 주영이 그 방에 들어가는 것 조차도 싫다.

해결될 것도 없고, 해결할 것도 없이 시간은 흐르고, 집이 새로 지어지며, 제각각 스스로 안정을 찾아가고 상대와의 대화를 통해, 교감을 통해, 스스로 자기를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