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시간이 멈춰버린듯한 동네, 창신동, 그 곳에서 희생에 익숙해져버린 그들의 삶.
박찬규 작가, 김수희 연출의 [창신동]


작품 <창신동>은 아직도 골목 골목마다 영세한 봉제 가게가 빼곡한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착각마저 드는 창신동을 배경으로 쓴 작품이다. 부모의 죽음으로 홀로 남겨진 갓난 아이와 그 아이의 양육을 피하려는 친척들, 가족과 다름 없는 언니의 아이라는 이유로 남겨진 아이를 책임지려는 여인(연주)를 둘러 싼 이 작품은 벗어나려고 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창신동이라는 좁은 동네의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난을 겪는 사람들의 삶은 좀처럼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난은 대물림 되고 시간은 더욱 더디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70년대 ‘성장과 개발’이라는 국가가 앞세운 명분 앞에 노동을 착취당하고 ‘희생’을 강요당한 시기를 보낸 사람들, 그들은 이미 ‘희생’이 익숙해졌고 가난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서로를 홀대하며 서로 간의 존중과 계급이 거세된 그 곳에서 ‘희생’을 강요당하는 여인(연주)와 그럼에도 창신동을 떠나지 않는, 변하는 것조차 이제는 버거워 하는 그들의 모습은 어둡고 비극적이기만 한다.
<창신동>은 이런 어두운 현실에서도 아이를 안고 창신동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여인(연주)의 모습을 통해 이들이 바라는 현실적인 ‘희망’은 과연 무엇인지 다시금 묻게 된다.

줄거리

연주는 친한 언니의 자살로 홀로 남겨진 갓난 아기를 돌보고 있다. 장례식이 끝난 후 아기의 친척들이 집으로 모이지만, 각자의 가정 형편을 이유로 아무도 선뜻 그 아이를 돌보려고 하지 않고 연주는 자신이 키우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연주를 못마땅해 하는 배다른 남매인 오빠

현수는 동생 이상의 감정으로 연주에게 집착과 폭력을 휘두른다. 결국, 현수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연주가 동네 남자들과 성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연주에게 폭력을 가한다. 이 과정에서 연주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출생의 비밀을 듣게 되고 홧김에 현수를 살인하게 된다.
유일하게 연주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건 아기의 할아버지 동식일 뿐이다.
동식은 연주에게 아기를 부탁하며 자신이 그 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에 들어간다. 연주는 모든 비밀을 감춘 채, 아이와 함께 창신동에서 새로운 하루를 맞이한다.